[PEDIEN] 기준금리 동결과 예대금리차의 상관관계를 데이터로 따져보면, '기준금리만 내려가면 가계 이자부담이 곧바로 줄어든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본지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이,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예대금리차 공시, 한국은행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25년 다섯 차례에 걸친 인하로 기준금리가 3.0%에서 2.5%까지 내려온 뒤 이제 여덟 차례 연속 동결되는 동안에도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흔히 검색하는 '기준금리 동결과 예대금리차 비율', '예대금리차 순위' 같은 질문 뒤에는, 정책금리와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 사이의 시차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먼저 사실관계를 정리해두자.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 통화완화로 방향을 튼 뒤 그해 11월, 2025년 2월과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50%에서 2.50%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2025년 7월·10월·11월에 이어 2026년 들어서도 1월·2월·4월·5월 회의에서 잇달아 2.50%를 유지했다.
완화 사이클의 한복판에서 사실상 관망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 부근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과,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수도권 집값 자극 우려가 동결의 명분이었다.
기준금리 내리면 예대금리차는 어떻게 되나
핵심은 기준금리와 예대금리차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은행연합회가 매달 공시한다. 2025년 7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1.41~1.54%포인트 수준이었고, 9월에도 평균 1.46%포인트로 8월(1.48%포인트)에서 겨우 0.02%포인트 좁혀지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가 이미 반년 넘게 2.50%에 묶여 있는데도 예대금리차가 1.4%포인트대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6년 5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2.93%로 전월보다 오히려 0.01%포인트 올랐고, 같은 달 대출금리는 연 4.19%로 0.01%포인트 내렸다.
대출금리가 찔끔 내리는 동안 예금금리는 되레 소폭 반등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 조달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요구불예금·저원가성 예금은 기준금리가 내려도 금리가 거의 붙지 않는 반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가산금리·우대금리 조정에 따라 은행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관리한다.
결과적으로 정책금리가 내려가도 그 인하폭이 소비자의 이자부담 경감으로 온전히 전달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기준금리 인하가 곧 가계 이자부담 경감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려온 뒤에도 예대금리차가 유지된다는 것은, 인하의 과실이 차주와 예금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특히 저축성수신금리가 먼저 빠르게 내리고 대출금리가 뒤늦게 따라 내리는 국면에서는, 예금자와 대출자 양쪽이 동시에 손해를 보고 그 차익이 은행 순이자마진으로 쌓이는 구간이 발생한다.
가계 이자부담은 실제로 얼마나 되나
규모를 가늠해보자.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원,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45조원에 이른다.
단순화해 계산하면, 예대금리차가 0.1%포인트만 벌어져도 가계 전체가 부담하는 이자는 연간 수천억원 단위로 늘어난다.
물론 예대금리차 전부가 순수하게 은행 몫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대손충당금, 판매관리비, 자본비용을 빼면 실제 은행이 가져가는 몫은 그보다 작다.
그럼에도 1800조원을 웃도는 가계대출 잔액 위에서는 소수점 아래 금리 차이가 거시적 부담으로 증폭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취약 차주의 사정을 짚어야 한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 특히 신용점수가 낮아 가산금리를 무겁게 매기는 저신용·다중채무자일수록 기준금리 동결기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기준금리가 내릴 때 지표금리(코픽스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시차를 두고 내려가지만, 동결이 길어지면 그 하락 여지 자체가 사라진다.
반대로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 차주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이자 충격을 받았다.
완화 사이클이 관망으로 전환된 지금 국면은, 이들에게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실현되지 않는 지연의 시간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예대금리차는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예대금리 구조는 독특한 편이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가 2024년 하반기부터 정책금리를 낮춰왔지만, 미국 은행들은 예금금리 경쟁과 머니마켓펀드(MMF)로의 자금 이탈 압력 때문에 예금금리를 급격히 낮추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예금자가 언제든 고금리 단기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시장 구조가 은행의 일방적 예대차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다.
일본은 오랜 마이너스·제로금리에서 벗어나 2024년 이후 정책금리를 소폭 정상화했지만 여전히 절대금리 수준이 낮아, 예대금리차 자체가 얇고 은행 수익성은 대출량과 수수료에 더 의존한다.
유로존은 마이너스 금리 시절 은행 순이자마진이 짓눌렸다가 금리 정상화 국면에서 마진이 회복됐는데, 이 과정에서 '예금금리는 늦게 올리고 대출금리는 빨리 올린다'는 비판이 각국에서 제기됐다.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논쟁과 결이 비슷하다.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은, 예대금리차 확대가 한국만의 예외가 아니라 금리 전환기에 세계 은행권이 공통으로 노출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다만 한국은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고 예금자의 금리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은행이 예금금리를 방어하기 유리한 구조라는 특수성이 있다.
그래서 같은 기준금리 인하폭에도 소비자 체감 경감은 더디게 나타난다.

세 번째 결론은 통계 해석의 함정에 관한 것이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예대금리차에는 정책 서민금융 상품이 포함된 수치와 제외한 수치가 따로 있는데, 정책금융을 많이 취급한 은행일수록 공시상 예대금리차가 부풀려 보인다.
따라서 '예대금리차 순위'만 놓고 특정 은행을 '이자장사 1위'로 지목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부정확할 수 있다.
순위 비교는 정책금융 제외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잔액 기준의 구분을 반드시 확인��고 읽어야 한다.
정책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함의는 분명하다.
기준금리라는 거시 지렛대만으로 가계 이자부담을 조절하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이 2022년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진전이었지만, 공시가 곧 인하 압력으로 이어지려면 소비자가 손쉽게 비교·이동할 수 있는 환경, 즉 대환대출 인프라와 예금 갈아타기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금리 하락기에는 예금자가, 상승기에는 대출자가 불리해지는 비대칭을 완화하려면, 지표금리 산정의 투명성과 가산금리 공시의 정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응도 있다.
동결이 길어질수록 추가 인하 기대에 기대기보다, 현재 시점에서 예대금리차가 작은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예금 만기를 조정하는 편이 실익이 크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선택도 향후 금리 경로 전망에 따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완화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시장의 평가가 맞다면, '더 내려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 자료(기준금리 2.50% 및 연속 동결 사실), 한국은행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2026년 5월 저축성수신금리 2.93%·대출금리 4.19%),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2025년 3분기 말 가계신용 1968조원·가계대출 1845조원),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예대금리차 공시(2025년 7·8·9월 5대 은행 가계 예대금리차 1.4%포인트대)를 1차 자료로 사용했다. 검증한 다섯 개 주장의 판정은 다음과 같다. ①'2026년 기준금리는 2.5%로 여러 차례 연속 동결됐다' → TRUE. ②'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 이자부담이 곧바로 그만큼 줄어든다' → HALF-TRUE(대출·예금 금리 반영 속도 차이로 시차 존재). ③'기준금리 동결기에도 예대금리차는 1.4%포인트대를 유지했다' → TRUE. ④'예대금리차 공시 순위가 높은 은행이 곧 이자장사 1위다' → MISLEADING(정책금융 포함 여부·산정기준 차이). ⑤'금리 전환기 예대금리차 확대는 한국만의 예외적 현상이다' → FALSE(미국·일본·유럽 공통 현상). 저축성수신금리·대출금리는 월별 변동이 있어 공시 시점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