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80% 인상이 7월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의 핵심 카드로 떠오르면서, 같은 '종부세 대상'이라도 어디에 어떤 집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부담의 결이 크게 갈릴 전망이다.
본지가 국회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국세청 공개 통계, 그리고 조세재정 관련 최신 추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끌어올릴 경우 1인당 평균 주택분 종부세는 324만원에서 624만원으로 1.9배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평균'은 착시에 가깝다.
서울과 강남·한강벨트의 고가 단지, 지방 중저가 아파트, 은퇴한 1주택 고령자, 임대사업을 접은 다주택자가 받는 충격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벌어진다.
먼저 숫자의 골격부터 짚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 곱해 실제 과세표준을 산출하는 계수다.
공시가격이 그대로여도 이 비율이 오르면 세금은 오른다.
정부 추계를 보면 현행 60%를 유지할 때 올해 주택분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8조6995억원, 이 가운데 종부세만 1조4763억원이다.
이를 80%로 올리면 보유세는 10조658억원으로 15.7%(1조3663억원) 늘고, 종부세는 2조8425억원으로 사실상 두 배가 된다.
만약 과거 최고치에 가까운 95%까지 밀어붙이면 보유세는 10조7726억원(현행 대비 23.8%), 종부세는 3조5494억원까지 치솟는다.
과세 인원은 2024년 기준 45만5331명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80% 인상, 얼마나 오르나
비율의 역사를 훑으면 이번 조정의 무게가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9년 85%, 2020~2022년 90% 안팎까지 높아졌다가, 보유세 급등 논란이 정점을 찍은 2023~2024년 한시적으로 45%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2025년 정부가 60%로 복원했고, 이제 다시 80%가 테이블에 올랐다.
즉 지금 논의는 '없던 세금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몇 해 사이 45%까지 눌렀던 계수를 원위치보다 높은 지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변경 전(2023~2024년 45%)과 변경 후(2025년 60%, 2026년 80% 유력)를 나눠 봐야 체감 증가폭의 크기를 오해하지 않는다.
이 카드가 유독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정치적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세율이나 공제금액을 바꾸려면 국회에서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시행령 사항이라 정부가 국무회의만 거치면 바꿀 수 있다.
야당의 반대나 여야 협상 없이도 '보유세 강화'라는 방향을 실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지렛대인 셈이다.
다만 그만큼 조세법률주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 시장에 주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서울 자치구·공시가 구간별로 갈리는 부담
지역별로 뜯어보면 충격은 서울에 몰린다.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특성상 서울의 주택분 보유세는 현행 4조5191억원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80% 적용 시 5조4721억원으로 21.1% 늘어난다. 95%면 5조9595억원, 무려 31.9% 증가다.
반면 경기는 2조377억원에서 2조2580억원으로 10.8% 늘어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 평균 15.7% 증가라는 숫자 뒤에, 서울은 그 1.3배, 경기·지방은 그 아래라는 이중 구조가 숨어 있는 것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조정의 실질은 '전국 일률 증세'가 아니라 '서울·수도권 고가 밀집지에 대한 표적 증세'에 가깝다.
공시가 구간으로 내려가면 결이 더 선명해진다.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 그 외는 인별 합산 9억원을 넘겨야 종부세 대상이 된다.
문턱을 갓 넘긴 공시가 12억~15억원대 실거주 1주택자는 과세표준 자체가 크지 않아 비율 20%p 인상의 절대 증가액이 수십만원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시가 2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단지로 갈수록, 그리고 두 채 이상을 합산해 과세표준이 누진 구간 상단에 걸리는 다주택자로 갈수록 증가액은 수백만원 단위로 불어난다.
같은 20%p 인상이라도 세액이 곱해지는 밑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 고가주택엔 왜 '약발'이 덜 먹히나 — 세부담 상한의 함정
여기서 역설이 등장한다.
정작 가장 비싼 집일수록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이다.
열쇠는 세부담 상한제다.
전년도 재산세·종부세 합산액의 일정 배율을 넘는 세금은 이듬해에 물리지 못하도록 막아둔 장치로, 현재 1세대 1주택자와 일반 납세자는 대체로 150%(과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최대 300%까지 적용된 이력) 상한을 적용받는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뛰어 올해 공시가격이 이미 급등한 강남·한강벨트 단지들은, 비율을 올리지 않아도 상한선에 걸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구체적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대표 단지 84㎡는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한 산출세액이 2962만원이지만, 상한제가 작동하면서 실제 고지액은 2284만원에 그친다. 678만원이 허공으로 깎이는 것이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 대형 평형은 무려 1838만원이 고지액에 반영되지 못한다.
비율을 80%로 올려도, 이미 세금이 상한 천장에 닿아 있는 초고가 주택에는 '증세의 칼날'이 절반쯤 무뎌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실질 증세 효과를 내려면 세부담 상한을 20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1주택자에게 150%를 넘겨본 전례가 없어 납세자 저항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하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고가 1주택'보다 '중고가 다주택'과 '문턱을 갓 넘은 중산층 1주택'에 상대적으로 더 또렷하게 꽂힌다.
초고가 실거주 1주택은 상한제라는 방파제가 있고, 중저가 지방 주택은 애초에 과세 대상 밖이거나 세액이 작다.
결국 체감 타격이 가장 큰 층은 '상한에 아직 여유가 있는' 공시가 15억~30억원 구간, 그리고 두 채를 합쳐 과세표준이 커진 다주택자다.
미국·영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보유세는
국제 비교는 이 논쟁의 온도를 조절하는 잣대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 0.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은 0.83%, 영국 0.72%, 일본 0.49%로 한국을 크게 웃돈다.
단순 실효세율만 보면 '한국은 보유세가 낮으니 더 올릴 여지가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듯 보인다.
실제 증세론의 단골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GDP 대비로 시야를 넓히면 그림이 달라진다. 2024년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9%로 OECD 평균과 같은 수준이고, 보유세에 취득·양도 등 거래세까지 합친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수는 2.37%로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높다.
즉 '보유' 단계의 세금은 낮지만 '거래' 단계의 ��금이 무거워, 전체 부동산 세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중 구조라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마다 실효세율 산정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가 곤란하며, OECD·IMF 등 주요 기구도 보유세 실효세율을 국제 비교 지표로 공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지방정부가 교육·치안 재원을 재산세로 조달하는 구조여서 실효세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일본은 고정자산세가 지방 기간세라는 점에서 한국과 세목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숫자 하나로 '높다·낮다'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거주 1주택 vs 다주택,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

독자 유형별로 실전 함의를 정리한다.
첫째, 강남·용산 등 초고가 실거주 1주택 고령자다.
이들은 상한제 덕에 비율 인상의 즉각적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현금 흐름이 없는 은퇴 세대에게는 매년 상한선까지 차오르는 세금 자체가 압박이다.
종부세 납부유예(60세 이상·5년 이상 보유 등 요건)와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합산 최대 80%)를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둘째, 공시가 12억~20억원대 중산층 1주택자다.
상한 여유가 남아 있어 인상분이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층으로, 이번 조정의 실질 부담이 가장 예민하게 체감되는 구간이다.
셋째, 두 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다. 2024년 다주택 중과가 폐지돼 일반세율을 적용받게 됐지만, 합산 과세표준이 누진 상단에 걸리면 비율 인상의 배수 효과가 가장 크게 작동한다.
정부 안팎에서 다주택 종부세를 지역균형·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보유·처분 시점 설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책 당국을 향한 권고도 분명하다.
시행령 한 줄로 20%p를 단번에 올리는 방식은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상한제와 충돌해 '증세는 이름뿐, 효과는 반쪽'인 결과를 낳기 쉽다.
시장에선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소폭 조정하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5~7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지역별 충격을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지는 비율 인상과 세부담 상한·공제 제도를 한 묶음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가장 비싼 집은 비껴가고 중산층 1주택과 실수요 다주택만 정조준하는 역진적 결과가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18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시나리오별 보유세·종부세 총액(60%·80%·95%)과 서울·경기 지역별 증가폭, 1인당 평균 종부세(324만→624만→780만원), 2024년 과세인원 45만5331명 수치는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와 이를 인용한 복수 경제지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세부담 상한제(150%) 및 강남·용산 개별 단지의 상한 감액 사례는 세무업계 시뮬레이션과 부동산 전문 보도를, 보유세 실효세율(한국 0.15%, OECD 0.33%, 미국 0.83%, 영국 0.72%, 일본 0.49%)과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은 국회예산정책처·OECD 통계를 근거로 삼았다.
다만 국제 실효세율은 국가별 산정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에 한계가 있음을 함께 밝힌다.
개별 사례 금액은 공시가격·보유 기간·공제 요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정치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