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물가 3%대에 예금 실질수익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끌어올렸는데도 예금자의 실제 지갑은 오히려 얇아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지표와 은행연합회 정기예금 금리, 이자소득세 체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시중은행 평균 수준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을 세후·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실질수익률이 연 -0.6%포인트 안팎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금리 숫자만 보면 '3%짜리 예금'이지만, 세금과 물가를 걷어내고 나면 사실상 원금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구간에 들어선 셈이다.

출발점은 물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올랐다. 2023년 12월(3.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흐름을 보면 방향이 뚜렷하다.

올해 1~2월 2.0%로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는 3월 2.2%, 4월 2.6%, 5월 3.1%, 6월 3.2%로 넉 달째 계단을 밟고 올라왔다.

두 달 연속 3%대다.

진원지는 기름값이다.

석유류가 전년 동월 대비 24.7% 뛰면서 전체 물가를 0.9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7% 올랐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4% 상승해 오히려 헤드라인 물가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고물가와 고환율, 여기에 중동발 유가 급등이 겹치자 물가 안정을 급선무로 판단한 결과다.

문제는 예금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실질수익률 개선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가 3%대 예금 실질수익률, 지금 왜 마이너스인가

실질수익률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세 겹을 벗겨야 한다.

명목금리에서 이자소득세를 떼고, 다시 물가상승률을 빼야 비로소 '진짜 남는 이자'가 나온다.

우리나라 예금 이자에는 15.4%(소득세 14%+지방소득세 1.4%)의 세금이 붙는다.

이 15.4%가 실질수익률 논쟁의 숨은 주인공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계산은 이렇게 흘러간다.

시중은행 평균 수준인 연 3.0%짜리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했다고 하자.

세전 이자율은 3.0%지만 세금 15.4%를 떼면 세후 이자율은 약 2.54%로 줄어든다.

여기서 6월 물가상승률 3.2%를 빼면 실질수익률은 연 -0.66%포인트다. 1천만 원을 1년 묶어두면 세후 이자로 25만 원 남짓을 받지만, 같은 기간 물가가 3.2% 오르면서 그 돈의 구매력은 32만 원어치가 깎인다.

숫자상 이자는 붙었는데 실제로는 손해라는 얘기다.

더 뼈아픈 건 '고금리 특판'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5월 기준 1년 만기 최고 금리 상품은 연 3.5% 안팎이었다.

이 최고 금리로 계산해도 세후 이자율은 약 2.96%, 물가 3.2%를 빼면 실질수익률은 -0.24%포인트다.

발품을 팔아 가장 높은 금리를 찾아내도 물가 방어선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3.4%를 기준으로 삼으면 최고 금리 예금의 실질수익률은 -0.4%포인트대로 더 벌어진다.

이 지점에서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이 나온다.

지금의 예금자 손실 구간은 '금리가 낮아서'가 아니라 '세금과 물가가 금리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생긴 현상이다.

기준금리가 3년 반 만에 올랐는데도 예금 실질수익률이 되레 축소된 배경에는, 예금금리는 완만하게 오르는 반면 물가가 유가발 충격으로 급하게 튀어 오른 속도 차이가 자리한다.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월 2.82%에서 4월 2.92%로 찔끔찔끔 올랐지만, 물가는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운 보폭으로 뛰었다.

세전 3%인데 세후·물가 빼면 왜 손실일까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은 세금의 무게에 관한 것이다.

세전 기준으로만 보면 연 3.0% 예금의 실질수익률은 3.0-3.2, 즉 -0.2%포인트에 그친다.

아슬아슬하게 마이너스인 수준이다.

그런데 15.4% 이자소득세를 반영하는 순간 실질수익률은 -0.66%포인트로 세 배 넘게 깊어진다.

세금이 예금자 손실을 0.46%포인트가량 더 키우는 구조다.

물가가 3%를 넘어서면 이 세금 부담이 실질수익률을 결정적으로 끌어내리는 변수가 된다.

예금자가 '세전 금리표'만 보고 상품을 고르면 손실 폭을 과소평가하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물가상승률 3.2%에는 유가라는 일시적 요인이 크게 실려 있어, 유가가 안정되면 하반기 물가가 다시 2%대로 내려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6월 물가 급등분의 상당 부분은 석유류 한 품목에서 나왔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로 보면 오름폭은 헤드라인보다 완만하다는 게 통상적인 해석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마이너스 실질수익률은 몇 달짜리 '일시적 손실 구간'일 수 있다.

다만 예금은 1년 이상 자금을 묶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가입 시점의 물가만으로 1년치 실질수익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물가 경로가 예상보다 끈적하게 3%대에 머문다면 손실 구간은 길어진다.

물가 3%대 예금 실질수익률 비교: 일본·미국과 무엇이 다른가

실질수익률 마이너스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사정은 제법 다르다.

본지가 주요국 상황을 개략적으로 비교한 결과, 같은 '마이너스'라도 원인과 깊이가 갈렸다.

일본은 오랜 초저금리를 벗어나는 국면이다.

일본은행은 올해 6월 정책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려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예금금리는 여전히 0%대 초반(대략 0.2% 안팎)에 머문다.

일본 물가는 1%대 초중반으로 우리보다 낮지만, 예금금리가 워낙 바닥이라 실질수익률은 뚜렷한 마이너스다.

물가는 낮은데 금리가 더 낮아서 생기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결이 다르다. 5월 소비자물가가 4%를 웃돌 만큼 물가 부담이 크지만, 정기예금(CD)과 머니마켓 금리가 4%대로 형성돼 있어 세전 기준으로는 실질수익률이 플러스를 지켜내는 경우가 있다.

높은 물가를 더 높은 금리로 방어하는 구조다.

한국은 그 중간에서 가장 불리한 조합에 놓였다.

물가는 일본보다 높은 3%대인데, 예금금리는 미국만큼 높지 않은 3% 초중반이다.

여기에 15.4%라는 이자소득세가 실질수익률을 한 겹 더 깎는다.

세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한국 예금자의 손실 구간은 '중간 물가·중간 금리·높은 세율'이 겹쳐 만들어진 구조적 결과라는 게 본지의 세 번째 결론이다.

단순히 금리가 낮아서가 아니라, 물가·금리·세금 세 축이 예금자에게 동시에 불리하게 정렬된 상황이다.

(국제 비교 수치는 각국 발표 시점이 달라 개략적 추정치임을 밝혀둔다.)

예금자 유형별로 답이 다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

실질수익률 마이너스라는 같은 환경에서도 예금자의 처지에 따라 정답은 갈린다.

본지가 예금 의존도와 물가 방어 필요성을 두 축으로 놓고 독자 유형을 매핑한 결과를 정리한다.

첫째,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은퇴 생활자다.

실질손실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집단이다.

원금 안정성을 포기할 수 없으니 예금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지만, 만기를 짧게 가져가며 금리 재조정 기회를 자주 확보하고, 물가연동국채나 배당 자산에 일부를 분산해 물가 방어력을 보태는 편이 낫다.

예금 한 바구니에 전부 담아두는 전략은 지금 국면에서 구매력을 갉아먹는다.

둘째, 목돈을 모으는 사회초년생·청년층이다.

자금 규모가 크지 않아 실질손실의 절대 금액은 작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이유는 없다.

이들에게는 비과세·세금우대 상품과 청년 대상 우대금리 특판이 핵심이다. 15.4%의 세금을 피하는 것만으로 실질수익률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명목금리 0.1%포인트를 좇기보다 비과세 한도를 먼저 채우는 게 실질 기준으로 유리하다.

셋째, 여윳돈을 굴리는 중장년 자산가다.

예금에 전액을 묶어둘 이유가 크지 않은 만큼, 만기를 단기화해 금리 방향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실물·주식 등과 혼합하는 분산이 합리적이다.

넷째, 대출을 안고 있는 자영업·차주다.

이들에게는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여윳돈을 예금에 넣어 마이너스 실질수익을 감수하기보다 고금리 대출을 먼저 갚는 편이 확실한 '실질수익'이다.

예금 이자보다 대출 이자가 높은 이상, 상환이 곧 가장 안전한 투자가 된다.

물가 3%대 예금 실질수익률 전망과 예금자 대응

정책 측면의 함의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물가가 3%대에 머무는 동안 예금 실질수익률 마이너스가 이어지면, 안전자산을 선호하던 자금이 위험자산이나 실물로 이동하려는 압력이 커진다.

이는 가계 자산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자소득세 비과세·분리과세 한도를 물가 국면에 맞춰 손질하자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세금이 실질손실을 키우는 구조가 확인된 이상, 서민·고령층의 예금 구매력을 지키는 세제 보완은 검토할 만한 카드다.

전망은 유가와 환율에 달렸다.

유가발 물가 압력이 하반기에 진정되면 실질수익률 마이너스 구간은 짧게 끝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3%대에 눌러앉고 예금금리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손실 구간은 길어진다.

예금자로서는 지금이 명목금리 숫자가 아니라 '세후·실질' 기준으로 상품을 다시 따져볼 시점이다.

세전 3%라는 표면 금리에 안심하기보다, 15.4%의 세금과 3%대 물가를 함께 대입해 실제로 손에 쥐는 구매력을 계산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6월 3.2%, 석유류 24.7% 등)은 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 동향, 기준금리 2.75% 인상(7월 16일)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발표를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정기예금 금리 수준(시중은행 3% 초중반, 최고 3.5% 안팎)과 이자소득세 15.4%는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금융권 공시 및 세법 기준을 근거로 했다.

실질수익률 수치(세후 -0.66%포인트 등)는 명목금리에서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본지 자체 산출값으로, 가정한 명목금리·물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정치다.

일본(정책금리 1%, 물가 1%대)·미국(5월 물가 4%대) 관련 수치는 각국 발표 시점 차이를 감안한 개략적 비교치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