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배적 플랫폼 지정기준의 매출 문턱이 4조원에서 3조원으로 내려가면서, 국내 대형 온라인플랫폼이 자기우대·끼워팔기 같은 행위를 사전에 겨냥하는 규제망 안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입법 방향 자료와 유럽연합(EU)·독일·일본의 플랫폼 규제 제도를 같은 축에서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은 사후추정을 앞세운 절충형 모델을 택했지만 지정기준 하향과 최근 사법부 판단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유럽식 사전 규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흔히 검색하는 ‘매출 4조 3조 하향 비교’와 ‘지배적 플랫폼 지정 순위’라는 질문의 답을, 국제 비교라는 렌즈로 짚어봤다.
논의의 출발점은 2024년 9월 공정위가 내놓은 방향 전환이었다.
당시 정부는 네이버·카카오·구글·애플 등 소수 사업자를 미리 못 박아 규제하는 이른바 ‘사전지정제’ 도입을 접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손질해 사후에 지배력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업계의 역차별 우려와 통상 마찰 가능성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사후추정 요건 가운데 매출 문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처음엔 연간 관련 매출 4조원 이상을 문턱으로 잡았지만, 배달앱 등 국내 플랫폼을 촘촘히 담기 위해 3조원 선으로 낮추는 안이 부상한 것이다.
숫자 1조원의 차이가 규제 대상 명단을 실질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이 하향은 단순한 미세조정이 아니다.
공정거래법 개정 지배적 플랫폼 지정기준,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공정위가 제시한 사후추정 요건의 뼈대는 두 갈래다.
하나는 한 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면서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 다른 하나는 세 개 이하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85% 이상이면서 각 사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다.
여기에 더해 계열회사를 포함한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지배적 플랫폼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매출 문턱이 ‘변경 전 4조원’에서 ‘변경 후 3조원’으로 내려가는 지점이다.
문턱을 낮추면 추정의 그물코가 좁아지고, 그물에 걸리는 사업자의 수가 늘어난다.
규제 대상이 되면 자기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병행 이용)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이른바 4대 반경쟁행위가 정조준된다.
위반이 확인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8%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핵심은 ‘증명책임의 전환’에 가깝다는 데 있다.
지배적 플랫폼으로 추정되는 순간, 문제 된 행위가 경쟁을 해치지 않았다는 점을 사업자 스스로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사전지정만큼은 아니어도, 사후추정은 ‘일단 걸리면 해명하라’는 구조에 가깝다는 점에서 종전 사후규제와는 결이 다르다.
여기에 사법부의 최근 판단이 규제 설계의 명분을 흔들었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네이버가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서비스에 유리하게 조정했다며 공정위가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사건을 공정위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자기우대 행위를 현행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곧장 포섭하기가 쉽지 않다는 신호였다.
규제 당국으로선 사후에 위법을 입증하는 길이 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고, 이는 역설적으로 사전 금지형 규칙 또는 사후추정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여당 일각에서 별도의 온라인플랫폼법 재추진 목소리가 다시 커진 배경이기도 하다.

EU·독일·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 있나
한국의 좌표를 가늠하려면 먼저 앞서 달려간 나라들을 같은 자로 재봐야 한다.
본지가 세 관할권을 규제 방식·지정 기준·제재 수위라는 세 축으로 비교한 결과, 한국은 ‘유럽형 사전 규제’와 ‘미국형 사후 집행’의 중간 지대에 서 있다.
가장 앞선 사례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다.
DMA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형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미리 지정하고, 자기우대 금지, 끼워팔기 제한, 데이터 결합 제한 같은 의무와 금지 목록을 사전에 부과한다.
위반이 일어난 뒤에 다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정 행위를 못 하도록 못 박는 예방형 구조다.
지정 기준도 정량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 또는 시가총액, 그리고 EU 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 등 문턱을 넘으면 게이트키퍼 후보가 된다.
제재 수위는 무겁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이면 20%까지 과징금이 가능하다.
한국이 논의하는 관련 매출 8%와는 분모부터 다르다.
EU는 ‘전 세계 매출’을 겨눈다.
독일은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경쟁제한방지법(GWB) 제19a조는 연방카르텔청(FCO)이 ‘시장을 가로지르는 경쟁상 각별한 중요성’을 지닌 사업자를 지정하도록 한다.
특징은 정량 문턱보다 정성적 판단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재무적 힘, 데이터 접근성, 수직 통합 정도, 생태계 지배력 같은 질적 요소를 종합해 지정한다.
단일 시장의 점유율이 아니라 여러 시장을 관통하는 영향력을 본다는 발상이다.
한국의 사후추정이 점유율과 이용자 수라는 숫자에 기대는 것과 대비된다.
독일 모델은 유연하지만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한국 모델은 명확하지만 시장 획정에 갇힌다는 지적을 각각 받는다.
일본은 가장 최근에 합류한 주자다.
이른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을 통해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라는 특정 소프트웨어 계층을 콕 집어 규제한다.
EU처럼 사전에 지정된 사업자에게 의무를 지우되, 적용 범위를 스마트폰 생태계로 좁혔다는 점이 다르다.
보안이나 미성년자 보호처럼 좁게 규정된 예외만 허용해 EU의 획일적 의무 부과와 독일의 광범위한 재량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다.
산업 전반이 아니라 병목 지점을 정조준하는 ‘표적형’ 접근인 셈이다.
이 세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한국의 위치가 또렷해진다.
지정 방식에서 한국은 EU·일본의 사전지정과 독일의 정성지정 어느 쪽도 정면으로 택하지 않고 사후추정을 골랐다.
대상 범위에서 한국은 일본처럼 특정 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온라인플랫폼 일반을 넓게 겨냥한다.
제재 수위에서는 관련 매출 8%로, 전 세계 매출을 기준 삼는 EU보다 절대 규모는 작다.
요컨대 한국은 ‘넓게 겨냥하되 낮은 문턱과 사후추정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절충형이다.
다만 매출 문턱을 3조원으로 내리는 순간, 그 절충의 무게중심은 유럽 쪽으로 기운다.

본지 분석: 하향의 진짜 의미와 남는 쟁점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번 지정기준 하향이 ‘내국 플랫폼 정조준’이라는 정치적 신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4조원 문턱에서는 걸리지 않던 국내 배달·커머스 사업자가 3조원 선에서는 사정권에 들어온다.
글로벌 빅테크는 대부분 어느 문턱에서든 걸리는 만큼, 문턱을 낮춰 실질적으로 더 촘촘히 담기는 쪽은 국내 사업자다.
규제의 명분은 소비자·입점업체 보호이지만, 효과의 방향은 국내 시장 재편으로 향한다.
두 번째 결론은, 사후추정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운영은 사전 규제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자기우대를 현행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힌 이상, 당국은 추정 요건을 넓히고 소명 부담을 사업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확보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사업자는 ‘걸린 뒤 다투는’ 게 아니라 ‘걸리지 않도록 미리 설계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형식은 사후, 행동유인은 사전에 가깝다.
세 번째 결론은, 통상 변수와 역차별 논란이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국내 사업자를 더 담는 방향의 하향은 ‘국내 기업만 옥죈다’는 역차별 비판을 부르고, 반대로 글로벌 사업자를 정면으로 겨누면 통상 마찰이라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EU가 전 세계 매출을 기준 삼아 글로벌 빅테크를 정면 조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7개국 단일시장이라는 협상력이 있었다.
한국이 같은 강도를 홀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 지점이 한국형 절충의 태생적 한계다.
함의와 대응: 지정 리스크에 앞서 무엇을 준비할까
대형 온라인플랫폼이라면 지정 문턱이 언제든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제에서 대응을 설계하는 편이 안전하다.
우선 자사 서비스와 경쟁 서비스의 노출·순위 로직을 문서로 남겨, 알고리즘 조정의 사유와 소비자 편익 근거를 상시 축적해 둘 필요가 있다.
사후추정 구조에서는 ‘해치지 않았다’는 소명 자료의 두께가 곧 방어력이다.
끼워팔기나 최혜대우 조항이 계약에 관행적으로 들어가 있다면,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형태로 미리 재설계하는 편이 낫다.
멀티호밍을 사실상 막는 인센티브 구조 역시 점검 대상이다.
규제 대응을 비용이 아니라 시장 신뢰의 문제로 보는 관점 전환도 필요하다.
입점업체·소비자와의 분쟁 데이터를 스스로 공개하고, 수수료·정산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사업자는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국면에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책 당국에는 예측가능성이 숙제로 남는다.
문턱을 낮추는 결정이 정치 일정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면 규제의 정당성이 약해진다.
지정 기준의 산식과 적용 시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 정합성을 갖춘 로드맵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규제의 목적이 특정 기업 응징이 아니라 시장 구조 개선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절차의 몫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9월 플랫폼 규제 입법 방향(사전지정 대신 사후추정 전환, 4대 반경쟁행위, 관련 매출 최대 8% 과징금), 지배적 플랫폼 사후추정 요건(점유율·이용자 수 기준과 매출 문턱)과 그 하향 논의, 2026년 6월 대법원의 네이버 쇼핑 자기우대 사건 파기환송, EU 디지털시장법(DMA)의 게이트키퍼 사전지정과 전 세계 매출 기준 과징금, 독일 GWB 제19a조의 정성적 지정, 일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의 표적형 규제를 1차·2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매출 문턱 하향은 확정 시행 단계가 아니라 개정 논의 단계의 수치로, 최종 수치와 시행 시점은 입법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3조원 기준’은 개정 논의치로 명시한다.
국제 비교의 세부 과징금 상한과 지정 문턱은 각국 제도 요약에 기반한 것으로 개별 사건 적용 결과와 다를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