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비은행권 취약차주 연체율이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 사이 2금융권과 비은행 가계대출로 밀려난 다중채무 차주들의 부실이 은행권과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본지 분석의 결론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6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와 금융당국·업권별 공시를 본지가 교차 분석한 결과,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로 분류되는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12.68%까지 뛰어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0.45%)과는 사실상 다른 세계에 놓였다.
같은 나라 안에서 신용 위험의 지도가 둘로 갈라지고 있는 셈이다.
숫자만 보면 격차는 더 선명하다.
한국은행 집계에서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2.04%였지만,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다중채무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2.68%로 비취약차주(0.77%)의 열여섯 배를 넘었다.
이 취약차주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4.93%에서 약 3년 만에 7.75%포인트나 올랐다.
완만한 상승이 아니라,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서 취약 계층의 상환 여력이 계단식으로 무너져 온 궤적이다.
반면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5월 말 0.67%, 가계대출만 떼어 보면 0.45%에 머물러 있다.
위험이 은행 밖에서 응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비은행권 취약차주 연체율, 은행과 얼마나 벌어졌나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취약차주란 통상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를 가리킨다.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이고, 소득 하위 30%이거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자영업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했다.
요컨대 여러 곳에서 빚을 지고,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한 번 삐끗하면 연쇄 부실로 번질 수 있는 계층이다.
이들이 어느 업권에 몰려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취약차주는 구조적으로 은행 밖에 쏠려 있다.
은행이 총량 규제와 심사 강화로 문을 좁히면 신용이 낮은 차주부터 걸러지고, 이들은 저축은행으로, 저축은행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 카드론과 캐피털·보험계약대출 같은 더 비싼 급전 창구로 이동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한때 월 13조원 넘게 불어나며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해졌고, 카드론 잔액은 43조원에 육박했다.
은행권 대출이 저금리·장기·분할상환 비중이 높은 데 비해 비은행권 대출은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다.
같은 규모의 빚이라도 은행 밖으로 밀려나는 순간 부채의 질 자체가 나빠지는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의 비은행 대출 비중이 36.7%까지 올라온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 연체율 비교하면
이번 국면의 진짜 얼굴은 업권별로 갈라지는 대응 전략에서 드러난다.
각 사업자가 처한 자산 구조와 규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취약차주 위험 앞에서도 선택이 엇갈린다.
본지가 업권별 공시와 감독 지표를 대조한 결과는 이렇게 정리된다.
저축은행은 가장 뜨거운 자리에 서 있다. 업계 평균 연체율은 2024년 말 8.5%까지 치솟았다가 부실채권 정리로 2025년 말 6.0%로 내려왔지만, 올해 3월 말 다시 6.7%로 0.7%포인트 반등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8%, 기업대출은 8.9%로 올랐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8%대다. 특히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의 76.1%가 다중채무자로 집계돼, 은행에서 밀려난 취약차주를 사실상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떠안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서민 자금 공급을 동시에 주문하는 사이, 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와 대출 확대라는 상충하는 요구 앞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처지다.
상호금융, 특히 새마을금고는 정반대의 곡선을 그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지면서 연체율이 2024년 말 6.81%에서 지난해 상반기 8.37%까지 약 20년 만의 최고치로 뛰었으나, 대규모 부실채권 매각과 상·매각으로 올해 들어 6%대로 급한 불을 껐다. 다만 이는 부실을 장부에서 덜어낸 결과이지 차주의 상환 능력이 실제로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감독기준이 강화되고 가계대출 페널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상호금융권은 자산을 늘리기보다 위험을 덜어내는 방어적 축소 전략으로 돌아섰다.
카드사는 오히려 문을 넓혔다.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걸러진 차주가 카드론과 리볼빙으로 몰리면서 카드론 잔액이 43조원 가까이로 불어났다. 카드업권은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낫고 고금리 이자 수익이 실적을 떠받치기 때문에, 취약차주 유입을 단기적으로는 수익 기회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 창구가 신용의 최후 방어선이라는 점이다. 카드론에서마저 연체가 나면 그다음은 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 외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보험계약대출과 캐피털사가 그 옆에서 또 다른 급전 통로로 기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은 이 모든 흐름의 상류에서 물길을 조절한다. 총량 규제 아래 우량차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지면서 가계대출 연체율을 0.45% 안팎으로 눌러 두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을 지키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그 반사효과로 위험이 하류의 2금융권과 비은행으로 떠밀린다. 결국 은행의 안정은 상당 부분 비은행권이 위험을 흡수해 준 대가 위에 서 있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취약차주·다중채무자란 무엇이고 왜 위험한가
취약차주 문제가 유독 위험한 이유는 부실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연쇄한다는 데 있다.
다중채무자는 정의상 여러 금융기관에 걸쳐 빚을 지고 있어, 한 곳에서 연체가 시작되면 다른 대출의 만기 연장과 한도가 동시에 막힌다.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다시 카드론으로 이어지는 사다리의 아래 칸일수록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아, 갚기 위해 다시 빌리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자영업 대출이 1분기 말 1095조5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가계·기업대출의 28.5%를 차지할 만큼 커진 상황에서, 이 연결 고리가 끊기면 충격은 개별 차주를 넘어 업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구조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서브프라임 자동차 할부와 신용카드 연체가 뚜렷하게 올라 저신용층 스��레스가 드러났으나, 소비자신용의 상당 부분이 자본시장으로 유동화돼 위험이 은행 밖으로 분산되는 구조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소비자금융 업권의 고금리 대출과 다중채무 문제가 사회 이슈로 번지자 총량·금리 규제를 강하게 걸어 시장 자체를 축소시킨 전례가 있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호주는 대출 대부분이 주택담보에 집중돼 변동금리 충격에 민감하지만, 한국처럼 비은행 급전 사다리가 두껍지는 않다.
한국의 특수성은 은행과 비은행 사이에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대부로 이어지는 촘촘한 다층 사다리가 존재하고, 그 아래 칸에 다중채무 취약차주가 두껍게 쌓여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취약차주 연체율이 두 자릿수라 해도 이들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손실흡수 능력, 즉 자본과 충당금은 과거 위기 때보다 두터워졌다는 진단이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대로 내려온 것처럼 부실채권을 정리할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다만 본지가 보기에 이 낙관에는 함정이 있다.
지표 개선의 상당 부분이 차주의 회복이 아니라 장부에서 부실을 덜어낸 결과라는 점, 그리고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부동산 경기가 다시 가라앉으면 눌러 둔 연체가 한꺼번에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은행권 취약차주 연체율 전망과 정책 과제
전망을 두고 본지의 명제는 세 가지다.
첫째, 은행과 비은행의 연체율 격차는 당분간 더 벌어진다.
총량 규제가 유지되는 한 신용이 낮은 차주부터 은행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둘째, 업권별 지표의 표면적 안정은 부실의 소멸이 아니라 이연일 가능성이 크다.
부실채권 매각과 상각으로 낮춘 연체율은 경기가 흔들리면 되돌아온다.
셋째, 실질적 뇌관은 개별 업권이 아니라 업권을 가로지르는 다중채무 연결망에 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의 4분의 3이 다중채무자라는 사실이 그 취약성을 압축해 보여 준다.
정책의 방향은 이미 둘로 나뉘어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총량을 죄되, 서민 취약차주에게 자금 애로가 몰리지 않도록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분에 대한 예외 인정 물량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총량 관리와 서민 금융 접근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다.
관건은 균형점이다.
조이기만 하면 취약차주는 더 비싼 창구로 밀려나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풀기만 하면 총량 관리가 흔들린다.
본지가 제안하는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업권을 가로지르는 다중채무 차주를 별도로 식별해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앞당기고, 비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며, 지표가 아니라 차주의 실제 상환 여력을 기준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연체율이라는 숫자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감시의 눈을 거두는 순간, 은행 밖에 쌓인 위험은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26년 6월), 금융위원회 가계대출 동향 및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 금융감독원·저축은행중앙회 등 업권별 건전성 공시,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 감독기준 개정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핵심 수치인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2.68%(2026년 1분기 말)와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0.45%(2026년 5월 말), 저축은행 연체율 6.7%(2026년 3월 말)는 각 1차 자료와 대조해 일치를 확인했다.
새마을금고 6%대 하락 등 일부 지표는 부실채권 정리에 따른 표면 개선분이 포함돼 있어 본문에서 그 한계를 함께 적었다.
카드론 잔액(약 43조원)과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등은 발표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근사치와 기준시점을 병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