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5세대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급여 제도가 도수치료와 영양주사 같은 비중증 비급여의 가격을 정면으로 겨누면서, 병·의원 수가와 보험사 상품설계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본지가 금융감독원·손해보험업계 집계와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 그리고 5세대 상품 약관을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편의 본질은 단순한 보험료 인하가 아니라 '비급여로 새던 돈줄'을 정부가 직접 조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도수치료는 이미 지난 7월 1일 관리급여로 전환돼 1회 4만3850원(1일 30분 기준)이라는 상한 가격이 붙었고, 오는 11월에는 5세대 계약전환 할인과 1·2세대 선택형 할인 특약이 이어진다. 규제 충격은 한 번에 오지 않고 두 박자로 밀려오는 셈이다.

먼저 규모를 보자. 2025년 실손보험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로, 전년 1조6200억원보다 15.6% 악화됐다.

경과손해율은 101.0%까지 올랐다.

보험료로 100원을 걷어 101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세대별로 뜯어보면 문제의 진앙이 드러난다. 3세대 손해율이 120.3%로 가장 높았고 4세대가 115.1%로 뒤를 이었다. 2세대(93.1%)와 1세대(102.3%)보다 오히려 최근 상품의 출혈이 컸다.

비급여를 폭넓게 보장한 세대일수록 적자가 깊어진 구조다.

돈이 어디로 흘렀는지도 분명하다.

지난해 지급보험금은 급여(본인부담분)가 7조3000억원(42.9%), 비급여가 9조7000억원(57.1%)이었다.

절반을 넘는 돈이 건강보험 밖 진료로 나갔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도수치료가 있다. 14개 손해보험사 기준 도수치료 한 항목의 지급보험금만 1조3858억원에 달했고, 근골격계 질환 전체로 넓히면 약 2조7000억원으로 암·뇌·심혈관질환 관련 보험금(약 2조6000억원)을 앞질렀다.

'암보다 도수치료에 보험금이 더 나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5세대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급여 제도란 무엇인가

용어부터 정리하자.

관리급여는 비급여 항목 가운데 진료비 규모가 크고 이용이 몰리는 치료를 건강보험 관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가격과 횟수 기준을 정부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급여로 완전히 편입해 건강보험이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는 것과는 다르다.

도수치료의 경우 상한 가격은 정하되 환자 본인부담률을 95%로, 건강보험 부담을 5%로 설정했다.

재정 투입은 최소화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던 가격만 표준화한 절충안이다.

바뀐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종전에는 의료기관마다 도수치료 1회 가격이 수만 원에서 십수만 원까지 제각각이었다.

관리급여 전환 이후에는 1일 30분 이상 실시 기준 4만3850원대로 상한이 묶였다.

횟수도 원칙적으로 주 2회 이내, 연간 15회까지만 인정한다.

수술이나 골절로 관절이 굳는 등 예외가 인정되면 연 최대 24회까지다.

게다가 도수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2주 이상, 4회 이상 기본 물리치료를 먼저 거쳐야 한다.

가격·횟수·순서를 한꺼번에 통제한 것이다.

여기에 상품 자체가 바뀌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지난 5월 6일 16개 보험사가 일제히 판매를 시작했다.

도수치료·체외충격파·비급여 주사제·미등재 신의료기술 등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된 항목은 보장에서 아예 빠졌고, 대신 발달장애·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가 새로 들어왔다.

비중증 비급여는 자기부담률이 30%에서 50%로 올라갔고, 보장 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었다.

통원 치료는 1일 최대 20만원으로 묶였다.

반대로 중증 비급여는 한도 5000만원과 본인부담률 20~30%를 유지하면서 연간 자기부담 상한 500만원을 새로 만들었다.

'중증은 두껍게, 비중증은 얇게'라는 방향이 상품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 결과 보험료는 4세대 대비 약 30%, 1·2세대 대비 50% 이상 낮아졌다.

도수치료·영양주사 가격통제,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이번 개편을 두고 본지는 몇 가지 명제를 세운다. 첫째, 이번 조치의 실질은 '보험 상품 개편'이 아니라 '비급여 가격 규제'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상품에서 도수치료를 빼는 것만으로는 진료 자체를 막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는 상품 밖에서 관리급여라는 가격·횟수 규제를 병행했다. 보험이 안 주면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부담이 커지면 수요가 준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도수치료는 환자 본인부담 95% 구조가 되면서 실손이 없거나 5세대 외래(자기부담 95%) 가입자에게는 사실상 자비 진료에 가까워졌다.

둘째, 규제의 사각을 노린 '우회 진료'가 다음 전선이라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도수치료가 묶이자 이미 현장에서는 체외충격파·비급여 주사로 수요가 옮겨갈 조짐이 나타났다. 정부도 이를 알고 체외충격파를 관리 대상에 올렸으나, 대한의사협회가 자율관리 방안을 제안하면서 적용이 유예됐고 대신 최대 주 1회·연 12회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영양주사 역시 남용 우려 항목으로 지목돼 재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한 항목을 누르면 옆 항목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를 어디까지 따라가 막느냐가 제도 성패를 가른다.

셋째, 병·의원 수가와 개원가 수익 구조에 미치는 충격이 소비자 체감보다 크다는 점이다. 도수치료는 일부 정형외과·재활의학과·통증 클리닉의 핵심 수익원이었다. 가격이 4만원대로 눌리고 횟수가 연 15회로 제한되면, 회당 마진과 반복 진료가 동시에 줄어든다. 여기에 진료정보 제출 등 행정 절차까지 늘어 사실상 이중의 압박이다. 의료계는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진료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지만, 정부는 실손 구조 속에서 가격이 부풀려졌고 그 적자가 이듬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돼 왔다는 논리로 맞선다.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넷째, 세대 간 형평 문제가 이번 개편의 숨은 뇌관이다. 손해율이 높은 3·4세대의 적자를 방치하면 전 세대 보험료가 함께 오른다. 그래서 11월에는 1·2세대 가입자를 겨냥한 선택형 할인 특약(근골격계 물리치료 면책 옵션)과 5세대로 갈아타는 계약전환 할인이 도입된다. 낡은 보장을 유지하려면 보험료 부담을 감수하고, 보장을 줄이면 할인을 받는 구조다. 이는 사실상 기존 가입자에게 '보장 축소를 선택하라'는 유인 설계에 가깝다.

다른 나라는 비급여를 어떻게 관리하나

한국만의 실험은 아니다.

비급여와 민간보험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방향은 대체로 '공적 통제 강화'��� 수렴한다.

일본은 급여와 비급여를 섞어서 진료하는 이른바 혼합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보험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명확히 분리해, 비급여를 택하면 관련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고급 병실이나 예약 진료 같은 편의성 항목이 대표적 비급여다.

진료비가 무한정 팽창하기 어려운 제도적 울타리가 있는 셈이다.

독일은 공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민영보험이 채우되, 정부가 그 경계와 가격을 촘촘히 관리한다.

상급 병실이나 전문의 선택 진료 등이 보충형 민영보험의 영역인데, 급여 체계와 수가 규율이 강해 비급여가 독립된 시장으로 폭주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최근 비만치료제 같은 고가 신약을 공적 보험 안으로 편입하거나 약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값이 뛰는 항목을 시장에 방치하지 않고 공적 체계로 흡수하는 전략이다.

세 나라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비급여를 '관리 불가능한 자유 시장'으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관리급여 제도는 급여 편입(프랑스형)과 가격 통제(독일형) 사이의 절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혼합진료를 금지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한 진료실 안에서 급여와 비급여가 뒤섞여 있어, 우회 진료를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다.

이 점이 한국형 관리급여의 가장 취약한 고리다.

가입자·보험사·정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진단이 이렇다면 처방도 세 갈래다.

첫째, 가입자는 세대 전환을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의료 이용 패턴부터 점검해야 한다.

병원 이용이 잦고 도수치료·주사 의존도가 높은 가입자라면, 보험료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보장이 얇은 5세대나 면책 특약으로 옮기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반대로 병원을 거의 찾지 않는다면 11월 도입되는 선택형 할인 특약이 실속 있는 선택지다.

세대별 손해율과 보험료 인상 추세를 함께 놓고, '지금 내는 돈'이 아니라 '앞으로 받을 보장'을 기준으로 저울질해야 한다.

둘째, 보험사는 상품을 중증 중심으로 재편하되 우회 진료 모니터링을 상품 설계의 상수로 삼아야 한다.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돼 손해율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그 절감분을 중증·필수 의료 보장 확대에 돌려 상품의 명분을 세우는 편이 지속가능하다.

동시에 체외충격파·영양주사 등 대체 항목으로 청구가 이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특정 기관·항목에 청구가 쏠리는 이상 신호를 조기에 걸러내는 심사 역량이 관건이다.

규제가 만든 빈틈을 방치하면 절감 효과는 이내 상쇄된다.

셋째, 정부와 의료계는 관리급여 확대의 속도와 보상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항목을 하나씩 뒤늦게 따라가며 막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이길 수 없다.

남용 우려가 큰 항목군을 묶어 확대 로드맵을 미리 공개하고, 의료계 자율관리 가이드라인과 병행하는 투트랙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관리급여 전환 이후 실제 진료량과 가격, 손해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만 잡는 규제'라는 반발과 '재정만 지키는 통제'라는 의심을 동시에 가라앉힐 수 있다.

규제의 정당성은 결국 숫자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은 실손보험 20여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정부가 비급여 '가격'에 직접 손을 댄 사건이다.

도수치료 4만3850원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것은 단일 항목의 가격표가 아니라, 비급여를 더는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겠다는 정책 전환의 신호다.

성패는 다음 항목, 그리고 그다음 항목까지 얼마나 일관되게 끌고 가느냐에 달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9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실손보험 적자·손해율·세대별 수치는 손해보험업계 집계와 이를 인용한 다수 경제지 보도를, 도수치료 관리급여 상한가(1회 4만3850원)·횟수(연 15회, 예외 24회)·본인부담률(95%)·시행일(2026년 7월 1일)은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와 정책브리핑을 1차로 확인했다. 5세대 실손보험의 출시일(5월 6일)·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률(30%→50%)·한도(5000만→1000만원)·보험료 인하폭은 상품 개편 관련 보도와 보험사 안내를 교차 확인했다.

체외충격파 유예 및 주 1회·연 12회 가이드라인, 11월 선택형 할인 특약·계약전환 할인 도입은 관련 업계·전문지 보도를 근거로 했다.

일부 확대 예정 항목(영양주사 등)은 논의 단계로, 확정 시점은 유동적이어서 '추진·검토' 수준으로 표기했다.

국제 비교(일본 혼합진료 금지, 독일 비급여 통제, 프랑스 신약 급여 편입)는 보건행정 분야 비교연구와 관련 보도를 참고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목수치비고
도수치료 관리급여 상한 가격1회 4만3850원1일 30분 기준, 2025년 7월 1일 전환
2025년 실손보험 보험손익1조8700억원 적자전년 1조6200억원 적자보다 15.6% 악화
전년(2024년) 실손보험 보험손익1조6200억원적자
실손보험 손익 악화폭15.6%전년 대비
경과손해율101.0%100원 걷어 101원 지급
3세대 손해율120.3%세대 중 최고
4세대 손해율115.1%
1세대 손해율102.3%
2세대 손해율93.1%
지난해 급여(본인부담분) 지급보험금7조3000억원(42.9%)
지난해 비급여 지급보험금9조7000억원(57.1%)
도수치료 지급보험금1조3858억원14개 손해보험사 기준
근골격계 질환 전체 지급보험금약 2조7000억원
암·뇌·심혈관질환 관련 보험금약 2조6000억원
도수치료 환자 본인부담률95%건강보험 부담 5%
도수치료 건강보험 부담률5%
도수치료 인정 횟수주 2회 이내, 연간 15회예외 시 연 최대 24회
도수치료 사전 물리치료 요건최소 2주 이상, 4회 이상기본 물리치료 선행
5세대 실손보험 판매 개시5월 6일16개 보험사 일제 판매
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률30%에서 50%로5세대 인상
비중증 비급여 보장 한도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5세대 축소
통원 치료 한도1일 최대 20만원
중증 비급여 한도5000만원본인부담률 20~30% 유지
중증 비급여 본인부담률20~30%
중증 비급여 연간 자기부담 상한500만원신설
5세대 보험료 인하폭(4세대 대비)약 30%
5세대 보험료 인하폭(1·2세대 대비)50% 이상
체외충격파 제한 가이드라인최대 주 1회·연 12회적용 유예 후 마련

출처: 금융감독원·손해보험업계 집계,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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