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청약 경쟁률 초양극화는 이제 부동산 시장의 예외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본지가 청약홈(한국부동산원)의 최근 지역별 청약 접수 통계와 국토교통부 미분양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26년 들어 서울과 지방의 청약 성적은 같은 제도 아래 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한 채를 두고 수백 명이 다투는 '로또청약'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 지어 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쌓여 '줍줍'을 걱정한다.

청약 경쟁률 초양극화란 바로 이 지역 스프레드, 즉 같은 청약 규칙을 적용받는데도 지역에 따라 결과가 극단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숫자부터 보자.

청약홈 집계 기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울의 4개 단지는 일반공급 691가구 모집에 1만4648건이 접수돼 평균 21.20대 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8개 시도는 4692가구 모집에 1만3096건이 몰리는 데 그쳐 평균 2.79대 1이었다.

서울 경쟁률이 지방의 7.6배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물량과 수요의 비대칭이다.

서울의 일반공급 물량은 전국의 9.2%에 불과했지만, 전체 청약 신청의 42.1%가 이 좁은 문으로 쏠렸다.

사람들이 지방의 넓은 문 대신 서울의 바늘구멍 앞에 줄을 선 셈이다.

청약 경쟁률 초양극화란 무엇인가

초양극화는 단순히 '서울이 인기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와 폭이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수준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올해 봄 한때 서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53대 1까지 치솟아 전국 평균의 24배를 웃돌았는데, 이는 시도별 통계가 정비된 2021년 이후 서울과 전국 평균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국면으로 기록됐다.

반면 같은 시기 비수도권에서 공급된 8개 단지는 전북·강원·대구 등지에서 1순위 마감에 모두 실패했다. 3월에는 서울 일부 단지 경쟁률이 네 자릿수(약 1000대 1 안팎)까지 뛴 반면, 지방은 열 곳 중 여덟 곳이 미달로 집계됐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재건축 단지는 268가구 모집에 4만여 명이 몰려 151.6대 1을 찍었다.

같은 제도 아래에서 이렇게까지 결과가 갈리는 이유의 한가운데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있다.

주변 시세보다 확연히 싼 값에 새 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가 서울 청약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각종 대출·거주 규제에도 수요가 계속 몰린다.

당첨과 동시에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예정되니 '로또'라는 별명이 붙었다.

문제는 이 매력이 시세가 오르는 지역에서만 작동한다는 데 있다.

집값이 정체하거나 내리는 지방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주는 할인이 체감되지 않고, 미래 차익 기대도 옅다.

같은 규칙이 지역에 따라 정반대의 신호로 읽히는 것이다.

지방은 왜 '줍줍'을 걱정하나

초양극화의 그늘은 지방의 미분양 지표에 고스란히 남는다.

국토부 집계 기준 6월 말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2만9786가구로 3만 가구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지방이 2만5091가구로 84.2%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3575가구로 가장 많고 부산 3292가구, 경남 3226가구, 경북 2973가구가 뒤를 이었다.

제주에서는 미분양이 2909가구로 종전 최고치를 넘어 역대 최대를 새로 썼다.

다 지어진 뒤에도 팔리지 않는 집이 이만큼 쌓였다는 것은, 청약 단계의 미달이 실제 자산 손실과 건설사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줍줍'이 등장한다.

미달·미계약 물량이 무순위 청약으로 풀리면 자격 제한이 느슨한 틈을 타 유주택자와 투자 수요까지 몰려들곤 했다.

지난해 화성 동탄역의 한 단지에서는 단 한 가구를 두고 294만여 명이 신청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남겼는데, 신청자 표본을 확인하니 약 40%가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었다.

정부는 이 왜곡을 바로잡겠다며 무순위 청약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지자체장이 지역 사정에 맞춰 거주 요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하도록 제도를 손봤다.

규칙이 '누구나 줍줍'에서 '무주택 실수요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다만 이 개편이 서울 쏠림 자체를 되돌리기보다, 과열의 성격을 실수요로 재편하는 쪽에 가깝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청약 경쟁률 초양극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초양극화가 한국만의 병증인지 확인하려면 비슷한 축으로 다른 나라를 놓고 봐야 한다.

본지는 공공 분양·청약 성격이 강한 싱가포르, 시장이 급격히 갈라진 일본, 도시 등급별로 온도차가 큰 중국을 같은 잣대—'중심부 초과수요 대 주변부 재고 적체'—로 비교했다.

싱가포르는 한국 청약과 가장 닮은 공공주택 배정 제도를 운영한다.

주택개발청(HDB)의 사전예약형 공급(BTO)은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위치에 따른 신청 배율 격차가 뚜렷하다.

성숙 단지(mature estate)의 평균 신청 배율은 2017년 2.8배에서 2020년 6.7배로 뛰었고, 인기 지역에서는 특정 유형이 30배를 넘기기도 한다. 2024년 퀸스타운의 한 물량은 소형 유형 기준 31.3배까지 초과 신청됐다.

다만 싱가포르는 연간 공급을 세 차례로 나눠 관리하고 소득·거주 요건으로 수요를 걸러내며, 무엇보다 전 국토가 사실상 하나의 도시권이라 '지방 미달'이라는 반대편 문제가 거의 없다.

초과수요는 있어도 재고 적체는 드물다는 점에서 한국과 결이 다르다.

일본은 시장 자율 아래에서 지역 스프레드가 벌어진 사례다.

도쿄 도심 맨션 가격은 최근 4년간 64% 뛰었고, 2025년 중반에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반면 도쿄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은 정체하고, 교외·지방에서는 팔리지 않는 신축이 남는다.

수도권 신규 공급은 2024회계연도에 197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청약 추첨 같은 배분 장치가 없는데도 '중심 과열·주변 침체'라는 결과는 한국과 판박이다.

제도가 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중국은 도시 등급이 스프레드를 규정한다. 1선 도시는 2025년 들어 상하이·선전을 중심으로 가격이 소폭 반등하고 재고 소진 기간이 10~12개월로 정상화됐지만, 3·4선 도시의 재고는 18~20개월분으로 무겁게 쌓여 있다.

한 분석은 3선 도시의 재고 소진에 34개월이 걸려 1선 도시보다 14개월 더 길다고 봤다.

같은 나라 안에서 시장이 여러 속도로 움직이는 다속도(multi-speed) 구조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한국의 초양극화는 '제도(분양가상한제·청약 추첨)'와 '입지·기대심리'가 동시에 작동해 초과수요와 재고 적체를 한 나라 안에서 극단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싱가포르식 초과수요와 중국식 재고 적체가 한 지도 위에 공존���는 셈이다.

본지 분석: 초양극화는 제도의 산물인가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초양극화는 규제 완화나 강화 어느 한쪽으로 단숨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보여주듯 청약 추첨이 없어도 중심-주변 격차는 벌어진다.

제도는 격차를 만든 유일한 범인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입지·소득·기대의 격차를 증폭하는 확성기에 가깝다.

분양가상한제를 걷어낸다고 지방 수요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차익 매력만 줄어드는 식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둘째, 본지는 지방 미분양이 '수요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 타이밍'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본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역에서 분양가상한제의 할인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방에서는 애초에 분양가·입지·품질이 시장을 이길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악성 미분양의 84%가 지방에 몰린 현실은 수요자의 외면이자 공급자의 오판이 겹친 결과다.

셋째, '줍줍' 개편은 방향은 옳지만 초양극화의 축을 바꾸지는 못한다.

무순위 청약을 무주택 실수요로 좁히면 투기적 과열은 눌리지만, 서울로의 쏠림 자체는 남는다.

수요를 거르는 장치일 뿐 수요를 지방으로 옮기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초양극화는 통계의 착시를 낳는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서울의 세 자릿수와 지방의 미달이 상쇄돼 온건해 보이지만, 그 평균 뒤에는 정반대의 두 시장이 숨어 있다.

평균만 보면 정책이 번지수를 잘못 짚기 쉽다.

청약 초양극화 전망과 정책 함의

전망은 조심스럽다.

서울의 공급이 구조적으로 빠듯하고 분양가 할인 기대가 유지되는 한, 세 자릿수 경쟁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지방은 인구 유출과 기대심리 위축이 겹쳐 재고 소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 물량을 기존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리고 매입 상한을 감정가의 83%에서 90%로 올린 것도 이 시간을 앞당기려는 조치다.

다만 재정으로 재고를 사들이는 방식이 시장 신호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정책 함의는 세 갈래다.

하나, 서울과 지방에 같은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전국 단일 청약' 틀 자체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

거주 요건을 지역별로 탄력 부과하기 시작한 무순위 청약 개편은 그 방향의 시험대다.

둘, 지방 대책은 '수요 진작'보다 '공급 속도 조절'과 '품질·입지 개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팔리지 않는 재고를 세금으로 떠안기 전에 애초에 안 지어질 물량이 지어지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

셋, 취약 차주 보호가 시급하다.

지방에서 분양받았다가 입주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깡통 분양'에 몰린 실수요자, 무순위 물량에 뒤늦게 뛰어든 이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초양극화는 통계의 문제이기 이전에 특정 지역·특정 계층의 손실 문제라는 점을, 정책은 잊지 말아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14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서울·지방 청약 경쟁률(7월 서울 21.20대 1, 비수도권 2.79대 1, 물량 9.2%·신청 42.1%)은 청약홈(한국부동산원) 지역별 청약 접수 통계와 이를 인용한 국내 경제지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준공 후 미분양 2만9786가구, 지방 비중 84.2%, 지역별 규모는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를 근거로 했다.

봄철 서울 153대 1·전국 평균 24배, 3월 지방 미달률 등은 서울경제·한국경제·뉴스핌 보도를, 무순위 청약 개편(무주택 한정·거주요건 탄력 부과)과 화성 사례는 국토부 발표 및 관련 보도를 확인했다.

국제 비교는 싱가포르 HDB BTO 신청 배율(PropertyGuru 등), 일본 도쿄 맨션 가격 추이(Housing Japan·Global Property Guide 등), 중국 도시 등급별 재고 소진 기간(월드뱅크·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등)을 참고했다.

국제 지표는 발표 시점·집계 방식이 나라마다 달라 절대 비교보다 방향성 비교로 읽어야 하며, 일부 수치는 '추정·기준' 범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목수치비고
서울 4개 단지 일반공급 경쟁률(7월)21.20대 1691가구 모집·1만4648건 접수
비수도권 8개 시도 평균 경쟁률(7월)2.79대 14692가구 모집·1만3096건 접수
서울 대 지방 경쟁률 배수7.6배7월 기준
서울 일반공급 물량 비중9.2%전국 대비
서울 청약 신청 쏠림 비중42.1%전체 청약 신청 대비
서울 1순위 평균 경쟁률(올해 봄)153대 1전국 평균의 24배, 2021년 이후 최대 격차
서울 일부 단지 경쟁률(3월)약 1000대 1 안팎지방은 열 곳 중 여덟 곳 미달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단지 경쟁률151.6대 1268가구 모집·4만여 명
전국 준공 후 미분양(6월 말)2만9786가구'악성 미분양'
지방 준공 후 미분양2만5091가구전국의 84.2%
대구 준공 후 미분양3575가구지역별 최다
부산 준공 후 미분양3292가구
경남 준공 후 미분양3226가구
경북 준공 후 미분양2973가구
제주 미분양2909가구역대 최대
화성 동탄역 무순위 청약 신청자(지난해)294만여 명단 한 가구 모집, 역대 최고 경쟁률
동탄역 신청자 중 유주택자 비중약 40%표본 확인 기준
싱가포르 성숙 단지 평균 신청 배율2.8배→6.7배2017년→2020년
퀸스타운 소형 유형 초과 신청 배율(2024)31.3배인기 지역
도쿄 도심 맨션 가격 상승률64%최근 4년간
일본 수도권 신규 공급(2024회계연도)1973년 이후 최저
중국 1선 도시 재고 소진 기간(2025)10~12개월정상화
중국 3·4선 도시 재고18~20개월분
중국 3선 도시 재고 소진 기간34개월1선 도시보다 14개월 더 김

출처: 청약홈(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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