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본지가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공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와 금융당국·업권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사업장 360만8000곳 가운데 이미 문을 닫은 폐업 상태 사업장이 50만1000곳, 전체의 13.9%에 달했다. 일곱 곳 중 한 곳꼴이다. 장사는 접었지만 빚은 남았다. 폐업 사업장 한 곳당 평균 대출잔액은 6435만원, 그중 742만원은 이미 갚지 못해 연체로 넘어간 상태였다. 사업은 사라졌는데 채무는 살아 움직인다. 시장에서 '좀비부채'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란 대체 무엇이고, 비율 13.9%라는 숫자는 얼마나 신뢰할 만하며, 이 빚은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부실로 전이되는가.

그리고 정부가 올해 잇달아 내놓은 채무조정·소각 대책이 과연 이 좀비부채를 걷어낼 수 있는가.

본지는 다섯 개의 핵심 주장을 하나씩 사실검증했다.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란 무엇인가

좀비부채는 원래 상장기업 회계에서 온 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설립 10년이 넘은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을 '좀비기업'으로 분류한다.

국내 상장사 중 이런 한계기업 비중은 2024년 9월 기준 21.8%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그런데 자영업 부문에서 쓰이는 좀비부채는 결이 조금 다르다.

사업체는 이미 폐업해 매출이 '0'인데, 창업 당시 끌어다 쓴 대출과 운영자금 대출은 상환도 상각도 되지 않은 채 장부에 남아 있는 빚을 가리킨다.

갚을 현금흐름을 만들던 가게가 사라졌으니 회수 가능성은 낮고, 그렇다고 채권자가 손을 완전히 떼지도 않는다.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무, 그것이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의 실체다.

규모를 가늠하려면 자영업 대출의 몸집부터 봐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새로 썼다.

이 가운데 사업 목적의 사업자대출이 745조5000억원, 생계형으로 얽힌 가계대출이 350조원이다.

자영업 부문은 전체 사업체 수의 95.2%, 종사자의 45.9%를 차지하지만 매출 비중은 17.4%에 그친다.

머릿수는 많고 벌이는 얇은, 전형적인 과밀 구조다.

이 얇은 토대 위에 1000조원을 훌쩍 넘는 빚이 쌓여 있으니, 한 귀퉁이가 무너지면 좀비부채로 굳어질 위험도 그만큼 크다.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 비율은 왜 13.9%인가

가장 많이 검색되는 표현이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 비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13.9%라는 숫자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신용정보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대출 보유 개인사업자 사업장 360만8000곳 중 폐업 상태가 50만1000곳이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걷힌다.

이 13.9%는 '폐업한 자영업자 중 빚이 있는 비율'이 아니라 '빚을 가진 사업장 중 이미 폐업한 비율'이다.

즉 대출 장부에 이름을 올린 사업장 일곱 곳 가운데 한 곳은 영업 실체가 없는 상태로 채무만 남아 돌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별도 통계 하나를 겹쳐 읽으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올해 상반기 발표된 폐업 소상공인 조사에서는 문을 닫은 소상공인의 68.5%가 폐업 시점에 빚을 지고 있었고, 평균 부채는 8531만원에 달했다.

폐업 자체가 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끝나는 사건이 된 것이다.

창업 자금도 대출, 버티는 동안 메운 운영자금도 대출, 그리고 정리하는 순간까지 빚이 따라붙는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13.9%라는 폐업 사업장 비중과 68.5%라는 폐업자 부채 보유율은 같은 현상을 채권 쪽과 채무자 쪽에서 각각 비춘 두 장의 사진이다.

어느 쪽에서 보든 결론은 하나, '빚 안고 폐업'이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폐업자의 빚은 왜 비은행권에 쌓이나 — 은행과 비은행 비교

좀비부채가 특히 위험한 대목은 빚이 몰리는 '위치'에 있다.

본지가 업권별 폐업률을 뜯어보니,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업장의 폐업률은 8.5%인 데 비해 저축은행·상호금융 같은 비은행권에서 빌린 사업장의 폐업률은 17.3%로 두 배를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가 비은행으로 밀려나고, 그 비은행 대출이 다시 더 높은 확률로 폐업과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연체의 무게중심도 같은 방향이다.

상호저축은행은 대출잔액 대비 연체금액 비중이 5.8%까지 치솟았고 상호금융도 3.3%를 기록했다.

은행권 자영업 대출이 비교적 견조하게 관리되는 사이, 부실은 조용히 비은행 장부로 옮겨 붙고 있다.

전체 숫자로 봐도 경고음은 뚜렷하다. 1분기 말 자영업자 연체액은 2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20조3000억원에서 2조원 불어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고, 연체율은 1.86%에서 2.04%로 올라섰다.

취약차주만 떼어놓고 보면 연체율이 12.68%에 이른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의 금융부채가 400조원을 넘어선 점은 뼈아프다.

은퇴 이후 마땅한 소득원 없이 뛰어든 생계형 창업이 실패하면, 재취업으로 갚아나갈 여력이 청년층보다 훨씬 얕기 때문이다.

좀비부채의 상당 부분이 이 고령·비은행·다중채무의 삼각지대에 고여 있다.

실제로 자영업 차주 334만8000명 가운데 절반인 167만5000명이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였다.

정부의 '좀비채무' 정리, 폐업자를 구제하나

여기서 올해 정책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과거에는 금융회사가 회수를 포기한 연체채권을 손실 처리해 세제 혜택을 받고도, 소멸시효를 계속 연장하며 채무자를 추심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른바 '좀비추심'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 채권대손 인정업무 세칙'을 개정해 이 고리를 끊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사는 3000만원 이하, 은행·보험사는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연체채권에 대해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채권을 실제로 정리하는 조건에서만 손실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칙은 다음 달 확정돼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3000만원 이하 좀비채무'를 사실상 폐지하는 수순이다.

여기에 장기 연체채권을 통째로 사들여 소각하는 배드뱅크, 이른바 '새도약기금'도 가동됐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권을 매입 대상으로 삼고,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서는 상환능력 심사 없이 올해 안에 바로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대상 규모는 장기 연체자 113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기존 새출발기금도 신청 기한이 2026년 말까지 연장됐고, 취약계층 무담보 채무는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 대출을 받은 뒤 3개월 이상 연체한 6조~7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빚에 대해서도 채무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책들이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를 걷어낼까.

본지의 결론은 '절반만 그렇다'이다.

소각·시효정리 대책은 회수 불능에 가까운 소액 무담보 연체채권, 즉 좀비부채의 가장 딱딱하게 굳은 부분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옳다.

다만 사각지대가 넓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5000만원 이하'라는 요건이 있어 폐업한 지 얼마 안 된 신규 부실이나 담보가 딸린 사업자대출은 대부분 빠진다.

폐업 사업장 평균 잔액이 6435만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상당수 폐업자가 금액 기준 문턱에 걸린다.

채무조정이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도덕적 해이 논란도 여전히 살아 있다.

빚을 털어주는 것과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 전망과 남은 과제

국제 비교를 하면 이 문제의 뿌리가 보인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였다.

미국(6.6%)의 3.6배, 일본(9.6%)의 2.4배 수준이다.

자영업 비중이 낮은 독일(8.7%)·호주(9.0%)와 견주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임금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대거 쏠리고, 그 결과 과당경쟁 속에 폐업이 일상이 되는 구조다. 2023년 기준 자영업 폐업률은 10.0%, 소매업과 음식점업은 15~16%에 이르렀다.

좀비부채는 이 과잉의 그림자인 셈이다.

다만 본지는 '자영업 과잉이 좀비부채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진단에는 선을 긋는다.

구조적 과밀이 토대인 것은 맞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배달 수수료·임대료 상승 같은 비용 압박이 겹치면서 빚이 부실로 전이되는 속도가 빨라진 측면도 크다.

즉 구조 요인과 경기 요인이 함께 작동한 결과다.

어느 하나만 손봐서는 좀비부채의 재생산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폐업 자영업자 좀비부채는 이미 '빚을 가진 사업장 일곱 곳 중 한 곳'이라는 임계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통계로 확인된 사실이다.

둘째, 부실의 무게중심이 은행에서 비은행·고령·다중채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어, 사후 소각만으로는 뒤에서 계속 밀려드는 신규 부실을 감당할 수 없다.

셋째, 채무조정과 소각은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이 아니다.

회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체는 조기에 질서 있게 폐업·전직·재취업으로 연결해 부실이 장기간 이연되지 않도록 하는 '출구 설계'가 함께 가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회복이 어려운 사업체의 부실이 오래 이연되지 않게 하라고 권고했다.

빚을 지우는 일과 다시 시작하게 하는 일은 한 묶음이어야 한다.

전망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올해 9월 시행되는 좀비채무 정리와 배드뱅크가 예정대로 작동하면 장부상 좀비부채의 일부는 실제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 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폐업률과 연체율이 함께 오르는 흐름이 꺾이지 않는 한, 소각한 자리는 새 좀비부채로 다시 채워진다.

숫자를 지우는 정책과 숫자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동시에 굴러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2026년 가을 이 문제의 현주소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3일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핵심 수치인 대출 보유 사업장의 폐업 비율 13.9%(50만1000곳/360만8000곳), 폐업 사업장 평균 대출잔액 6435만원·평균 연체 742만원, 자영업 대출 잔액 1095조5000억원과 연체율 2.04%, 업권별 폐업률(은행 8.5%·비은행 17.3%)은 한국은행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2026년 6월 공개)를 1차 자료로 확인했다. 폐업 소상공인 부채 보유율 68.5%와 평균 부채 8531만원은 관련 소상공인 조사 보도를, 새도약기금·좀비채무 세칙 개정 등 정책 내용은 금융위원회 발표와 이를 다룬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자영업자 비중 OECD 비교(23.5%)는 2022년 기준치다. 팩트체크 결과, '대출 사업장 13.9% 폐업'과 '폐업 사업장 평균 잔액·연체' 주장은 TRUE, '비은행 집중' 주장도 TRUE로 판정했다. 반면 '정부 대책이 좀비부채를 해소한다'는 주장은 요건상 사각지대가 커 HALF-TRUE, '자영업 과잉이 유일한 원인'이라는 주장은 HALF-TRUE로 판정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