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분담금 폭탄이 더는 일부 강남 단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본지가 건설공사비지수 추이와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공사비 계약·증액 자료, 입주 예정 물량 통계를 시간축으로 교차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5년에 걸쳐 누적된 공사비 상승분이 2026년 들어 관리처분 단계의 조합원 분담금으로 한꺼번에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 3억~4억원으로 안내됐던 조합원 평균 분담금이 최근 두 배 안팎으로 뛰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정비사업 자체의 사업성이 무너지고 이는 다시 서울 아파트 공급 파이프라인의 지연으로 번지고 있다.
숫자부터 보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6년 2월 133.69로 역대 최고를 찍었고, 4월에는 136.88까지 올라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이 상승률은 2023년 3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가파른 것이다.
지수 자체로만 보면 5년여 만에 공사비가 37% 안팎 뛰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지수가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특정 구간에서 계단식으로 튀어 올랐다는 점이다. 2021~2022년 철근·시멘트 등 주요 자재가 급등했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환율이 겹치면서 수입 자재값과 인건비가 동시에 밀어 올렸다.
최근에는 중동 정세 불안까지 더해져 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분담금 폭탄, 왜 지금 한꺼번에 터지나
공사비가 오른다고 분담금이 즉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시차가 있다.
조합은 사업 초기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을 때의 단가를 기준으로 조합원에게 예상 분담금을 안내하는데, 실제 청구는 착공을 앞둔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에 확정된다.
그 사이에 몇 년이 흐르고, 그동안 쌓인 물가 상승분과 설계 변경분이 막판에 한꺼번에 반영된다.
지금 분담금 폭탄이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2021~2023년 사이 급등한 공사비를 계약에 미처 반영하지 못한 단지들이 2025~2026년 관리처분 단계에 무더기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단가는 이미 심리적 저항선을 넘었다.
압구정·여의도·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이른바 한강벨트에서 시작된 3.3㎡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는 이제 목동을 비롯한 외곽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단지에서는 3.3㎡당 908만원을 제시했다가 무응찰로 유찰됐고, 50만원을 올린 958만원으로 다시 붙인 2·3차 입찰마저 유찰됐다.
시공사가 계약을 꺼리는 단가로는 사업이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지난 2년간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공사비 갈등을 조정한 사업장만 37곳에 이른다.
갈등의 쟁점은 대체로 비슷하다.
시공사는 계약 이후의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을 이유로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조합은 이미 도장을 찍은 계약인 만큼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선다.
물가 상승분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설계 변경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가 매번 협상의 핵심이 된다.

정책은 어떻게 움직였나 — 완화와 강화가 뒤섞인 2년
이 국면에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두 갈래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부담을 덜어주는 완화가, 다른 한쪽에서는 갈등을 다스리는 관리 강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우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이른바 재초환이 2024년 3월 크게 손질됐다.
부담금 면제 기준이 초과이익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랐고, 부과 구간 단위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넓어졌다.
장기보유 1주택자 감면과 고령자 납부 유예도 이때 들어왔다.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개정이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최신 변화가 있다.
한때 유력하게 거론되던 재초환 '완전 폐지'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이다.
폐지를 추진하던 흐름이 정권 교체와 함께 동력을 잃었고,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쪽이 폐지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실제로 부과되지 않았던 재건축 부담금이 앞으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
앞서 예정 통지가 나간 68개 단지의 평균 부담금이 1억50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됐고, 일부 조합에서는 납부 거부 움직임까지 나온 바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공사비발 분담금 폭탄에 더해, 한동안 유예된 것처럼 여겨지던 부담금까지 다시 계산기에 올려야 하는 국면으로 바뀐 것이다.
관리 강화 쪽에서는 공사비 검증 제도가 촘촘해졌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해 물가 반영과 설계 변경의 기준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하도록 유도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검증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거나 증액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진행된다.
실제 효과도 확인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2년여간 7개 정비사업장을 검증한 결과, 시공사가 요청한 증액 9989억원 가운데 17.2%인 1720억원을 깎았고, 일부 사업장은 감액률이 최고 38%에 달했다.
검증이 만능은 아니지만, 근거가 약한 증액을 걸러내 조합원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안전장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 폭탄, 사업성 붕괴에서 공급 절벽으로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지금의 분담금 급증은 일시적 자재 파동이 아니라 계약 시차가 만든 구조적 청구서라는 것이다.
이미 오른 공사비가 관리처분 단계에 시차를 두고 도착하는 이상, 2026~2027년에 관리처분을 앞둔 단지들의 분담금은 추가로 더 오를 여지가 크다.
지수가 내일 당장 꺾여도, 이미 계약에 반영되지 못한 지난 몇 년치 상승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은 이 부담이 사업성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분담금이 오르면 조합원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고, 일반분양가를 올려 메우려 해도 분양가상한제와 시장 눈치에 막힌다.
일부 단지에서는 새 아파트 입주권의 가치가 분담금을 밑도는 이른바 분담금 역전 우려까지 거론되며 입주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
사업성 지표가 임계선을 넘으면 조합은 착공을 미루거나 설계를 축소하게 되고, 이는 곧바로 공급 일정의 후퇴로 이어진다.
세 번째 결론은 그 후퇴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입주 예정 물량은 2026년 약 2만7000호에서 2027년 약 1만7000호로 급감할 전망이다.
서울���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이 4만5000호 안팎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2027년 공급은 적정 수준의 3분의 1 토막에 그친다.
서울의 신규 공급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의존도가 절대적인데, 그 파이프라인의 앞단에서 분담금과 공사비 갈등으로 병목이 생기면 2~3년 뒤 입주 물량이 그대로 비는 구조다.
서울시가 착공 예정 62개 구역을 매달 공정관리하며 지연을 막으려는 것도 이 병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다뤘나
공사비 급등과 정비·재정비 사업의 지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다만 각국이 부담을 나누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영국은 노후 주택 재생과 대규모 재개발에서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 기반시설과 부담가능주택으로 환원하도록 하는 협약 방식을 오래 운영해왔는데, 최근 자재·에너지 비용이 뛰면서 사업자와 지자체가 부담 비율을 놓고 재협상하는 사례가 늘었다.
제도의 초점이 '누가 얼마를 낼지'를 사전에 계약으로 못 박는 데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노후 맨션 재건축에서 소유자 합의 형성과 비용 분담이 핵심 난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 소유자가 많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나 매각·부지 일체 처분을 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합의 요건을 완화하는 법 개정이 이어졌지만, 결국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미국은 노후 콘도미니엄의 대규모 수선에서 특별부과금 문제가 첨예하다. 2021년 플로리다 붕괴 사고 이후 적립금 확보와 구조 점검이 의무화되면서 소유자에게 갑자기 수만 달러의 특별부과금이 청구되는 사례가 늘었고, 이를 감당 못한 소유자의 매물이 쏟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공사비 상승기의 부담을 사전에 얼마나 투명하게 배분하고 취약 소유자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반론과 한계 — 분담금 폭탄론은 과장인가
물론 신중론도 있다.
분담금이 크게 오른 것은 대체로 강남권 고급화 단지의 사례이고, 이런 단지는 사업이 끝나면 시세 차익이 분담금을 상쇄한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입지가 좋은 단지는 분담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반발이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사비지수는 전국·전 공종을 아우르는 평균값이어서, 개별 단지의 분담금과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타당하다.
지수 상승분이 그대로 특정 조합의 청구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반론이 문제의 본질을 지우지는 못한다.
시세 차익으로 상쇄가 되는 곳은 어디까지나 입지 상위 단지에 국한된다.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외곽·비강남권 노후 단지일수록 분담금이 오르면 사업성이 곧장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정작 정비가 절실한 이런 곳부터 사업이 멈춘다.
부담을 견딜 여력이 없는 고령·저소득 조합원, 이른바 취약 차주에게 분담금 폭탄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거주지에서 밀려날 수 있는 실존적 문제다.
평균의 함정에 가려 이들의 사정이 지워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나
정리하면 이렇다.
공사비 상승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지만, 그 청구서는 지금부터 몇 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착한다.
분담금 폭탄은 개별 조합의 불운이 아니라 시차가 만든 구조적 결과이고, 방치하면 사업성 붕괴를 거쳐 공급 절벽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대응의 방향도 분명하다.
첫째, 계약 단계에서 물가·설계 변경의 반영 기준을 표준화해 분쟁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표준공사계약서와 공사비 검증은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 취약 조합원을 위한 분담금 분할 납부와 이주비·사업비 금융 지원 등 안전망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담을 견디지 못한 소유자가 헐값에 밀려나는 일은 정비의 목적 자체에 어긋난다.
셋째, 공급 측면에서는 정비사업 병목이 곧 2~3년 뒤 입주 절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직시해, 갈등 조정과 착공 관리를 상시화하는 행정 역량이 필요하다.
분담금 폭탄을 조합원 개인의 문제로만 두면, 그 청구서는 결국 몇 년 뒤 집을 구하지 못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공급 부족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온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4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건설공사비지수(2026년 2월 133.69, 4월 136.88·전년 동월 대비 4.4%)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표치와 건설산업 동향 자료를 교차 확인했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 내용(2024년 3월 면제기준 8000만원·부과구간 5000만원 상향, 고령자 유예)은 국가법령정보센터와 법제처 자료로, 공사비 검증 기준 개정(2024년 9월 시행 국토교통부 고시)과 표준공사계약서 배포는 국토교통부 정책자료로 확인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검증 절감액(요청 9989억원 중 1720억원 감액)과 서울 입주 예정 물량(2026년 약 2만7000호, 2027년 약 1만7000호) 및 정비사업 착공 62개 구역 공정관리는 관련 기관·언론 보도를 교차 대조했다.
평당 공사비와 개별 단지 분담금 수치는 시점·단지별 편차가 큰 추정값으로, 범위·기준 시점과 함께 표기했다.
재초환 폐지 무산 및 부담금 현실화 가능성은 진행 중인 정책 사안으로 향후 변동될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항목 | 수치 | 비고 |
|---|---|---|
| 건설공사비지수(2026년 2월) | 133.69 | 2020년=100, 역대 최고 |
| 건설공사비지수(2026년 4월) | 136.88 |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 |
| 5년여간 공사비 상승률 | 37% 안팎 | 지수 기준 |
| 3.3㎡당 공사비 진입선 | 1000만원 | 한강벨트에서 목동 등 외곽으로 확산 |
| 한 단지 1차 제시 공사비 | 3.3㎡당 908만원 | 무응찰로 유찰 |
| 한 단지 재입찰 공사비 | 3.3㎡당 958만원 | 50만원 인상, 2·3차 입찰도 유찰 |
| 서울시 공사비 갈등 조정 사업장 | 37곳 | 지난 2년간 |
| 재초환 부담금 면제 기준 | 3000만원 → 8000만원 | 2024년 3월 개정, 초과이익 기준 |
| 재초환 부과 구간 단위 | 2000만원 → 5000만원 | 2024년 3월 개정 |
| 예정 통지 단지 평균 부담금 | 1억5000만원 안팎 | 68개 단지 |
| 공사비 검증 의무 요청 요건 | 조합원 5분의 1 이상 | 또는 증액 비율 일정 수준 초과 |
| SH 검증 사업장 | 7개 | 2년여간 |
| SH 검증 삭감액 | 1720억원(17.2%) | 시공사 요청 증액 9989억원 중 |
| 일부 사업장 최고 감액률 | 38% | |
| 서울 입주 예정 물량(2026년) | 약 2만7000호 | |
| 서울 입주 예정 물량(2027년) | 약 1만7000호 | 급감 전망 |
| 서울 연간 적정 입주 물량 | 4만5000호 안팎 | 추정 |
| 2027년 공급 수준 | 적정 수준의 3분의 1 | |
| 서울시 착공 예정 공정관리 구역 | 62개 | 매달 공정관리 |
출처: 본지 분석(한국건설기술연구원·서울주택도시공사·국토교통부·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