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사상 처음으로 16억원 선을 넘어선 가운데, 본지가 최신 가구소득 통계로 소득 대비 집값(PIR)을 다시 계산한 결과 무주택 가구가 체감하는 내집마련 소요연수는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시세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6억739만원.

지난해 12월 15억원 선을 넘은 지 여덟 달 만에 다시 1억원이 붙었다.

본지가 KB부동산 월간 시세와 통계청(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서울연구원·KOSIS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지표를 교차 분석한 결과, 평균가를 분자로 놓고 가구 평균소득을 분모로 삼은 ‘체감 PIR’은 20배 안팎으로,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모아야 평균적인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시장을 두고도 숫자는 제각각이다.

KB부동산이 실제 담보대출 거래를 토대로 산출하는 아파트담보대출 PIR은 2025년 2분기 서울에서 10배 수준이다. 2022년 2분기 14.8배로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온 값이다.

반면 시장 평균가와 보통 가구의 소득을 그대로 대입하면 배수는 두 배 가까이 벌어진다.

어느 쪽이 맞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소득을 분모에 넣느냐에 따라 ‘집값의 무게’가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이다.

뼈대가 되는 사실관계부터 정리해 보자. 8월 조사에서 강남 11개 자치구 평균은 19억9016만원으로 20억원 목전에 다다랐고, 강북 14개구 평균은 11억8129만원으로 한 달 새 1249만원 올랐다.

서울 전체 매매 중위가격은 12억9167만원으로 1년 새 24.2% 뛰었다.

강북 중위가격도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

전셋값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평균 7억원을 돌파했다.

매매와 전세가 동시에 신고가 행진을 벌이면서, 사든 빌리든 주거비 부담이 한꺼번에 무거워진 셈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 16억 돌파, 소득으로 나누면 몇 년인가

PIR는 결국 나눗셈이다. 분자에 집값을, 분모에 소득을 놓는다. 문제는 두 값 모두 ‘어떤 집, 누구의 소득’이냐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는 데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25년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은 7427만원, 처분가능소득은 6032만원이었다. 이 전국 평균소득을 그대로 분모에 넣고 평균가 16억739만원을 나누면 21.6배가 나온다. 서울 거주 가구의 소득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 연 8500만원 안팎으로 올려 잡아도 18배 후반이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여기서 나온다. 평균가를 기준으로 한 체감 PIR은 어떤 소득 가정을 쓰더라도 18~22배 구간에 놓이며, 이는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대출 거래 기반 지표가 10배라는 ‘안정된’ 숫자를 보여주는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기나. 대출 기반 PIR는 실제로 집을 산 사람들, 즉 은행 문턱을 넘을 만큼 소득과 자산이 뒷받침되는 계층의 통계다. 분모에 이미 상위 소득자가 몰려 들어가 있으니 배수가 낮게 잡힌다. 반대로 평균가와 보통 가구 소득을 맞대면, 실제로는 시장에 진입조차 못 하는 다수의 처지가 드러난다. 본지의 두 번째 명제는 이것이다. 10배와 20배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살 수 있는 사람’과 ‘살 수 없는 사람’의 분단선이며, 평균 지표의 안정은 무주택 실수요의 체감과 무관하게 움직인다. 지표가 진정됐다는 정부 설명과 현장의 절망이 엇갈리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소득 계층별로 쪼개면 이 분단은 한층 선명해진다. 올해 상반기 지표를 보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가 중간 가격대(3분위) 주택을 살 때의 PIR는 4.4배에 그쳤지만,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29.4배에 달했다. 계층 간 격차가 6.6배다. 고소득 가구는 4년 남짓이면 손에 넣는 집을, 저소득 가구는 30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본지의 세 번째 결론은 분명하다. 서울의 내집마련 소요연수는 ‘평균’이라는 한 숫자로 요약될 수 없을 만큼 양극화됐고, 평균값 16억이라는 헤드라인은 오히려 이 격차를 가린다. 평균의 함정이다.

서울 PIR, 뉴욕·도쿄·런던과 비교하면 어디쯤인가

국제 비교로 눈을 돌리면 서울의 위치가 더 또렷해진다.

다만 여기엔 주의가 필요하다.

도시별 PIR는 조사기관과 대상 범위(도심이냐 광역이냐), 소득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몇 위’라는 단정은 위험하다.

민간 통계 사이트 넘베오의 2024년 집계에서 서울의 도심 기준 PIR는 26배 안팎으로, 뉴욕·런던·도쿄 같은 전통적 고가 도시들을 웃도는 최상위권으로 분류됐다.

과거 국책·학계 분석에서도 서울의 내집마련 소요연수가 런던·도쿄보다 3~4년가량 길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물가와 임금 수준, 주택 공급 구조가 저마다 다른 도시를 일렬로 세우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서울이 선진 대도시 가운데 소득 대비 집값 부담이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한다는 방향성만큼은 여러 지표가 일관되게 가리킨다.

주목할 대목은 도쿄와의 대비다.

도쿄는 1990년대 자산 거품 붕괴 이후 오랜 기간 집값이 소득 증가율을 밑돌면서 PIR가 완만하게 관리돼 왔다.

반면 서울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소득 증가 속도를 아파트값이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같은 동아시아 대도시이면서도 자산가격의 궤적이 정반대로 갈린 것이다.

뉴욕과 런던이 임대주택·사회주택 비중을 통해 주거 사다리를 일부나마 떠받치는 것과 달리, 서울은 자가·전세 중심 구조 속에서 가격 충격이 가계로 곧장 전가된다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대출 규제와 공급,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은 갈렸다

이 국면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들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라졌다.

정부와 규제당국은 2025년 6월 말 이른바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전례 없이 조였다.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용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고,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구입용 대출은 전면 금지했으며, 생애최초 구매자의 담보인정비율(LTV)도 80%에서 70%로 낮췄다.

총량을 눌러 수요를 식히겠다는 정공법이다.

시중은행의 셈법은 규제에 순응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한도가 6억원으로 잘리면서 주담대 신청액이 절반 넘게 빠졌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당국 주문에 발을 맞췄다.

건설·시행���는 정반대 고민에 놓였다.

분양가는 공사비 상승으로 계속 오르는데 대출 문이 좁아져 수요 기반이 흔들리자, 무게중심을 강남 초고가에서 강북·경기 남부의 상대적 중저가로 옮기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실제로 8월 상승세는 강북권과 경기 남부에서 두드러졌다.

가장 곤혹스러운 쪽은 무주택 실수요다. 생애최초 LTV 인하로 진입 문턱이 되레 높아지자, 전세로 버티던 이들 중 일부가 오히려 매매로 방향을 틀어 중저가 아파트를 사들이는 역설이 벌어졌다. 규제가 고가 시장을 겨냥했으나, 대출이 막힌 실수요가 살 수 있는 매물로 몰리면서 중저가·강북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이다. 본지의 네 번째 명제가 여기서 성립한다. 총량 규제는 강남 초고가의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는 일부 성공했지만, 눌린 수요를 중저가로 옮겨 시장 전체의 하단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를 동반했다. KDI 등 국책 연구기관도 규제 효과를 단기 실적만으로 성급히 판단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반면 대출 규제의 무풍지대에 선 이들도 있다.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와 다주택 정리를 마친 ‘똘똘한 한 채’ 수요층이다.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여도 이들에게는 제약이 크지 않다.

오히려 대출에 기댄 경쟁자가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강남 핵심지의 매물 경쟁은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됐다.

규제가 자산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대출 의존도가 낮은 계층에 상대적 유리함을 안겨준 셈이다.

이것이 20억원에 다다른 강남 평균가와, 이제 막 10억원을 넘긴 강북 중위가격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평균 16억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본지의 마지막 결론은 정책의 조준점에 관한 것이다. 평균가와 대출 기반 지표만 들여다보면 시장은 ‘진정 국면’으로 보이지만,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재계산한 PIR와 계층별 소요연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총량 규제는 과열의 속도를 늦추는 진통제일 뿐, 소득 대비 집값이라는 근본 병증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결국 실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을 꾸준히, 예측 가능하게 공급하는 일과, 저소득·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병행되지 않으면 18~22배라는 배수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취약 차주에 대한 미시적 대비도 시급하다.

전셋값이 7억원을 넘고 매매가가 16억원에 이른 시장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진입한 중저가 매수자는 금리와 경기 변동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규제로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이들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상환 여력은 충분한지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평균이라는 매끄러운 숫자 뒤에 가려진 계층별 균열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16억 시대에 통계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6억739만원·강남 19억9016만원·강북 11억8129만원·중위 12억9167만원·평균 전셋값 7억원 돌파), KB아파트담보대출 PIR(2025년 2분기 서울 10배, 2022년 2분기 14.8배 정점), 통계청·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가구 평균소득 7427만원·처분가능소득 6032만원), 서울연구원·KOSIS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지표(2026년 상반기 5분위 4.4배·1분위 29.4배), 정부 6·27 부동산대책 발표 자료, KDI의 규제 효과 관련 기고를 1차·공개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평균가 기준 ‘체감 PIR 18~22배’는 평균 매매가를 가구 평균·추정 소득으로 나눈 본지의 재계산치로, 분모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 추정 범위임을 밝힌다.

국제 비교 수치는 조사기관·대상 범위에 따라 편차가 커 방향성 참고용으로만 제시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