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ASIC용 커스텀 HBM 수요 전환이 2026년 메모리 시장의 지형을 다시 그리고 있다.

본지가 골드만삭스와 트렌드포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국내외 조사기관이 최근 1~2년 새 내놓은 추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같은 지표'를 가리키는데도 출처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점유율과 ASIC용 수요 비중이 최대 두 자릿수 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 하나가 시장을 말해준다기보다,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셌느냐가 이 시장의 진짜 좌표를 가른다.

커스텀 HBM 수요 전환을 둘러싼 통계의 균열부터 뜯어봐야 하는 이유다.

전환의 방아쇠는 빅테크의 자체 설계 칩, 즉 주문형 반도체(ASIC)다.

아마존과 구글, 메타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 저마다 전용 AI 가속기를 쏟아내면서,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독식하던 HBM 수요가 빠르게 쪼개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본격화한 6세대 제품 HBM4가 기름을 부었다.

HBM4는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를 고객 요구에 맞춰 손볼 수 있는 첫 세대다.

사실상 반쯤 맞춤 제작이 가능해진 셈이어서, 저마다 설계가 제각각인 ASIC과 궁합이 맞는다.

ASIC용 커스텀 HBM 수요 전환이란 무엇인가

커스텀 HBM은 표준 규격을 그대로 쌓아 파는 기존 방식과 달리, 메모리 하단의 베이스 다이에 연산·제어 기능을 얹거나 고객 칩에 맞춰 회로를 재단하는 제품을 말한다.

SK하이닉스는 GPU나 ASIC이 맡던 데이터 제어 기능의 일부를 베이스 다이로 끌어내린 형태를 준비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아예 베이스 다이에 연산 코어를 심는 구조를 공식화했다.

두 회사 모두 첫 맞춤형 제품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선보인다는 일정이다.

'수요 전환'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물량이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누가 사가느냐와 무엇을 요구하느냐가 통째로 바뀐다는 의미에 가깝다.

규모의 방향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ASIC 기반 AI 칩에 들어가는 HBM 수요가 전년보다 82% 급증해 전체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GPU용 HBM 수요 증가율은 23%에 그친다.

성장의 무게 중심이 범용에서 맞춤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트렌드포스도 ASIC발 HBM 수요가 2026년 약 8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해 방향은 일치한다.

다만 골드만삭스 82%와 트렌드포스 80%처럼, 같은 현상을 재는 잣대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이 시장 통계의 첫 번째 균열이다.

삼성·SK 점유율, 출처마다 왜 다른가

격차가 가장 도드라지는 대목은 업체별 점유율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매출을 기준으로 집계한 2026년 2분기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18%였다.

반면 트렌드포스가 세대 전환을 반영해 연간 기준으로 내놓은 전망치는 SK하이닉스 54~55%, 삼성전자 28%, 마이크론 22%에 가깝다.

삼성만 놓고 봐도 28%와 33%, 5%포인트 차이가 난다.

마이크론은 18%와 22%로 벌어진다.

같은 회사, 같은 해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격차는 오류라기보다 '측정 방식의 차이'가 만든 산물이다.

첫째, 분기 실적치냐 연간 전망치냐가 다르다.

카운터포인트의 33%는 특정 분기에 실제로 찍힌 매출 스냅숏이고, 트렌드포스의 28%는 한 해 전체를 평균한 추계다.

둘째, 매출 기준이냐 물량(비트·기가바이트) 기준이냐가 다르다.

고부가 제품을 많이 판 회사는 매출 점유율이 물량 점유율보다 높게 잡힌다.

셋째, 어느 세대를 중심에 두느냐가 다르다.

지금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HBM3E에서 나오지만, HBM4 출하는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

HBM4만 떼어 보면 순위와 격차가 또 달라진다.

추세의 방향은 그래도 또렷하다.

SK하이닉스는 1년 전만 해도 64%에 이르던 점유율이 50%대로 내려앉았고, 반대로 삼성전자는 2025년 2분기 17%로 3위까지 밀렸다가 30%대로 반등했다.

어느 기관 수치를 쓰든 'SK 독주 완화, 삼성 반등'이라는 큰 흐름은 공통된다.

다만 그 반등의 크기를 33%로 볼지 28%로 볼지에 따라 시장이 읽는 온도차는 작지 않다.

투자 판단에서 이 5%포인트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고객 다변화 격차, 삼성 ASIC vs SK 엔비디아

수요 전환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점유율 숫자가 아니라 '누구에게 파느냐'에 있다.

여기서 삼성과 SK의 체질이 갈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라는 압도적 단일 고객과 TSMC를 묶은 삼각 동맹을 방패로 선두를 지켜왔다.

강점이자 약점이다.

엔비디아 GPU가 잘 팔리는 한 안정적이지만, 수요가 ASIC으로 흩어질수록 단일 고객 편중은 리스크로 돌변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4나노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자사 안에서 한 번에 대는 '턴키'를 앞세워 AMD와 브로드컴, 구글 등으로 고객군을 넓히고 있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커스텀 HBM 시대의 경쟁력은 최고 속도나 최대 용량 같은 단일 스펙이 아니라 '고객 포트폴리오의 폭'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4나노 공정 웨이퍼의 절반 이상을 HBM4용 베이스 다이 제조에 투입하며, 자사 파운드리에서 ASIC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렛대로 삼는다.

ASIC 설계사가 로직 다이와 메모리를 한 곳에서 조율받을 수 있다는 건 커스텀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다.

실제로 삼성 HBM4는 고객이 요구한 것보다 높은 초당 11.7Gb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고 SK하이닉스의 우위를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여전히 절반 이상의 점유율과 앞선 양산 경험, 검증된 수율이라는 두꺼운 해자가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ASIC이 2027년께 물량 기준으로 엔비디아 GPU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고객 다변화의 속도가 곧 미래 점유율의 안정성을 좌우한다.

본지 분석으로는, SK가 엔비디아 밖 고객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2027년 이후 순위의 진짜 변수다.

커스텀 HBM 수요 전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 판은 결국 세 나라의 힘겨루기로 압축된다.

한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앞세워 HBM 공급의 8할 안팎을 쥔 절대 강자다.

미국은 마이크론이 22% 안팎까지 치고 올라오며 추격하는 동시에, 엔비디아·AMD·브로드컴 같은 설계사와 아마존·구글·메타 같은 수요처를 모두 보유한 '수요와 설계의 본진'이다.

커스텀 HBM의 사양을 사실상 미국 고객�� 규정하고, 그 주문을 한국 메모리 기업이 받아내는 구도인 셈이다.

대만은 TSMC가 베이스 다이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의 관문을 쥐고 있어, 삼성의 턴키 전략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세 축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통계의 편차도 커진다.

미국계 조사기관과 대만계 조사기관, 국내 증권가의 추정이 저마다 유리한 세대·기준을 앞세우다 보니, 같은 '2026년 HBM 시장'을 두고도 성장률 전망이 크게 벌어진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HBM 시장이 전년 대비 108% 커진다고 봤지만, 이는 매출액 기준 추계다.

물량(GB)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HBM 수요는 2026년 약 47억2000만GB에서 2028년 97억1000만GB로 늘어나는, 연 20%대의 완만한 곡선으로 그려진다.

가격 상승분이 매출 성장률을 물량 성장률보다 훨씬 부풀린다. 2026년 HBM3E 가격이 20%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공급능력 전망에서도 기업별 온도차가 드러난다.

골드만삭스 추계로 삼성전자의 HBM 공급량은 올해 1503만GB에서 2028년 3494만GB로 연평균 52% 늘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연평균 37% 늘어 2028년 3968만GB에 이른다.

삼성의 증설 속도가 더 가파르지만 절대 규모는 SK가 앞선다.

두 회사가 나란히 캐파를 키워도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다수 기관의 공통된 시각이다.

방향은 같아도 숫자가 갈리는 전형적인 사례다.

커스텀 HBM 수요 전환 전망과 남은 변수

물론 반론도 있다.

커스텀 HBM은 고객마다 설계가 달라 규모의 경제를 내기 어렵고, 수율 확보와 원가 관리가 표준 제품보다 까다롭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메모리 산업의 문법과 다품종 맞춤이라는 새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ASIC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더디게 확산되거나, 특정 빅테크의 자체 칩 계획이 지연될 경우 82%·80% 같은 급증 전망은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

전망치는 어디까지나 오늘의 가정 위에 서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함의는 분명하다.

첫째, 투자자와 산업 관계자는 하나의 점유율 숫자에 매달릴 게 아니라 '매출 기준인지 물량 기준인지, 분기 실적인지 연간 전망인지, 어느 세대 기준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같은 33%라도 의미가 전혀 다르다.

둘째, 기업 경쟁력의 핵심 지표를 점유율에서 '고객 다변화 지수'로 옮겨 읽을 필요가 있다.

단일 고객 편중은 호황기엔 안 보이던 리스크를 불황기에 한꺼번에 드러낸다.

셋째, 정책 당국은 HBM을 단순 메모리가 아니라 AI 공급망의 병목 자산으로 보고, 소재·장비·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관점의 지원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결국 ASIC용 커스텀 HBM 수요 전환은 '얼마나 커지느냐'의 문제를 넘어 '누구의 방식으로 커지느냐'의 문제다.

통계의 균열을 읽어내는 눈이, 그 답을 먼저 보는 힘이 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7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골드만삭스의 2026년 ASIC용 HBM 수요 82% 증가·시장 3분의 1 전망과 HBM 시장 108% 성장·업체별 공급능력 추계, 트렌드포스의 ASIC발 수요 80% 급증 및 연간 점유율 전망,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6년 2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SK하이닉스 50%·삼성전자 33%·마이크론 18%)을 1차·2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삼성전자의 4나노 베이스 다이 투입 비중과 고객 다변화 현황, SK하이닉스의 삼각 동맹 구조는 복수의 산업 보도를 대조해 검증했다.

점유율·성장률의 출처 간 편차는 조작이 아니라 매출·물량·세대·기간이라는 측정 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됨을 확인했다.

세부 수치는 발표 시점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범위·기준과 함께 표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목수치비고
2026년 ASIC 기반 AI 칩 HBM 수요 증가율(골드만삭스)82%전년 대비 급증, 전체 시장의 약 3분의 1 차지
2026년 GPU용 HBM 수요 증가율(골드만삭스)23%같은 기간 기준
2026년 ASIC발 HBM 수요 증가율(트렌드포스)약 80%추정치
SK하이닉스 HBM 점유율(카운터포인트, 2026년 2분기·매출 기준)50%분기 실적 매출 스냅숏
삼성전자 HBM 점유율(카운터포인트, 2026년 2분기·매출 기준)33%분기 실적 매출 스냅숏
마이크론 HBM 점유율(카운터포인트, 2026년 2분기·매출 기준)18%분기 실적 매출 스냅숏
SK하이닉스 HBM 점유율(트렌드포스, 연간 전망)54~55%연간 평균 추계
삼성전자 HBM 점유율(트렌드포스, 연간 전망)28%연간 평균 추계
마이크론 HBM 점유율(트렌드포스, 연간 전망)22%연간 평균 추계
삼성전자 점유율 출처 간 격차5%포인트28%와 33% 차이
SK하이닉스 1년 전 점유율64%이후 50%대로 하락
삼성전자 2025년 2분기 점유율17%3위까지 밀렸다가 30%대로 반등
삼성 HBM4 동작 속도초당 11.7Gb고객 요구보다 높은 속도 구현
한국 HBM 공급 비중8할 안팎SK하이닉스·삼성전자 합산
ASIC이 물량 기준 엔비디아 GPU 추월 예상 시점2027년께관측치

출처: 골드만삭스, 트렌드포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CSV 다운로드JSON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