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인력확보형 거래(Acqui-hire) 기업결합 신고요령 고시 개정으로, 앞으로는 회사의 공장·특허 같은 자산을 넘겨받지 않고 핵심인력만 '통째로' 영입해도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 걸릴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9월 9일부터 30일까지 행정예고한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고시 개정안이 그 골자다. 본지가 공정위 행정예고안과 국내외 로펌 분석, 그리고 최근 2년간의 글로벌 인재영입 딜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정의 실질은 '자산이 아니라 사람'을 사고파는 신유형 거래를 심사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조직화된 인력과 그들이 가진 기술·지식이 사업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 자체가 '영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핵심축이다.

이 변화가 겨냥하는 것은 뚜렷하다.

지난 2년 사이 글로벌 빅테크는 유망 AI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대신, 창업자와 핵심 연구진만 데려오고 기술은 비독점 라이선스로 빌려 쓰는 방식을 앞다퉈 택했다.

인수 절차의 번거로움과 경쟁당국의 심사를 동시에 피하려는 계산이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고시 개정은 바로 그 '회피 설계'를 정면으로 겨눈다.

인력확보형 거래(Acqui-hire)란 무엇이고 왜 기업결합 심사망에 걸리나

인력확보형 거래는 전통적인 영업양수 계약을 맺는 대신, 인력 이전과 관련한 협력계약 등을 통해 사실상 영업양수와 같은 효과를 내는 거래를 말한다.

겉으로는 '채용'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의 결합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넘겨받은 인력만으로 원래 회사가 하던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은 사업의 주요부분을 사들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현행 제도의 허점은 여기에서 나온다.

종전 신고요령은 하나의 포괄적인 영업양수 계약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는 거래를 전형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인재영입 딜은 채용 계약, 경업금지 약정의 해제, 기술 협력, 라이선스 등 여러 명목으로 대가가 쪼개져 지급된다.

계약서 어디에도 '영업을 양수한다'는 문구가 없으니, 형식만 보면 신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였다.

개정안은 이 분산된 대가를 합산해 양수금액을 산정하고, 인력·기술의 이전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경우 '영업의 주요부분' 양수로 해석할 수 있도록 판정기준을 구체화했다.

요컨대 형식이 아니라 거래의 실질을 보겠다는 선언이다.

빅테크는 왜 인재만 '통째 영입'하나 — 네 갈래로 갈린 전략

본지가 2024년 3월부터 2026년 초까지의 주요 거래를 정리한 결과, 인재영입 딜은 겉보기엔 비슷해도 딜 구조와 이전 규모에서 뚜렷하게 갈라진다.

한 업계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이 AI 스타트업 창업팀을 데려오는 데 쓴 돈은 200억 달러를 웃돈다.

어느 회사도 대상 기업을 '인수'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이 통계의 역설이다.

가장 공격적인 쪽은 지분과 인재를 함께 쓸어 담은 유형이다.

한 대형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의 지분 약 49%를 사들이면서 창업자를 자사 초지능 조직의 수장으로 앉혔다.

투입 규모는 150억 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지분 취득 자체가 이미 전형적 기업결합에 가깝다.

반면 검색·클라우드 강자로 꼽히는 한 기업은 대화형 AI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와 일부 연구진을 데려오고 모델은 비독점 라이선스로 쓰는 방식을 택했다.

대가는 27억 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코딩 도구 스타트업에서도 창업자를 영입하며 24억 달러가량을 지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작 사들인 것은 코드나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대기업은 대화형 AI 기업의 창업자와 연구팀 대부분을 영입하면서 기술 접근권을 확보하는 라이선스를 함께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6억5000만 달러로 보도됐다.

이 유형은 지분을 사지 않고도 사실상 회사의 두뇌를 통째로 옮겨 온다는 점에서 인력확보형 거래의 원형에 가깝다.

여기에 자율 에이전트·로보틱스 분야에서 창업팀만 흡수한 사례들까지 더하면, 전략은 대체로 '지분형', '창업팀+라이선스형', '핵심 연구진 선별 영입형'으로 수렴한다.

각 유형은 넘어가는 인력의 규모와 딜 구조의 명시성에서 차이가 크고, 그 차이가 곧 심사 대상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것이다.

인재영입 딜은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규제 회피 강도가 서로 다른 스펙트럼이며, 개정 고시는 이 스펙트럼의 상당 부분을 신고 대상 안으로 재편한다.

지분형은 이미 걸렸고, 창업팀+라이선스형은 이번 개정의 정조준 대상이며, 소수 인력 선별 영입형은 '주요부분' 해당 여부를 둘러싼 회색지대로 남는다.

개정 전과 후, 무엇이 달라지나

변화의 핵심은 세 갈래다.

첫째, '영업'의 개념이다.

종전에는 자산과 계약의 이전을 전제로 영업을 파악했다면, 개정안은 조직화된 인력과 그들이 보유한 기술·지식이 사업활동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이를 영업의 구성요소로 본다.

둘째, '주요부분'의 판단이다.

핵심인력이 양수회사로 이전돼 양도회사의 기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되면, 인력확보형 거래를 통해 영업의 주요부분을 양수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를 열었다.

셋째, 양수금액 산정이다.

경업금지 약정 해제나 기술 협력 등 여러 명목으로 흩어진 대가를 실질에 맞게 합산하도록 정비해, 계약을 쪼개 신고 기준 금액을 피하는 우회로를 좁혔다.

본지의 두 번째 명제는 이 대목에 있다.

이번 개정은 새로운 규제를 창설했다기보다, 기존 기업결합 규율이 담고 있던 '실질 우선' 원칙을 신유형 거래에 맞춰 재확인한 성격이 짙다.

없던 그물을 새로 짠 것이 아니라, 빠져나가던 구멍을 촘촘히 메운 셈이다.

그런 만큼 소급이 아니라 시행일 이후 신고 사유가 발생하는 기업결합부터 적용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해외 경쟁당국은 어떻게 판단했나 — EU·영국·독일 비교

이번 개정은 해외 경쟁당국과의 긴밀한 정보교환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인력확보형 거래를 기업결합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은 이미 유럽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대표적 사례가 한 소프트웨어 대기업의 대화형 AI 인력 영입 건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이 거래를 심사 대상 기업결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식으로 들여다봤다.

결론적으로 경쟁 제한 우려는 없다며 승인했지만, '인력 영입과 관련 계약의 묶음'을 하나의 결합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판례적 의미가 크다.

영국은 매출액 요건이 아니라 '점유율·영향력' 기준으로도 관할을 잡을 수 있어, 자산 이전이 없는 딜도 심사 테이블에 올리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제도를 갖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같은 거래를 두고 기업결합규칙상 '기업결합'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매출액 기준의 관할 문턱을 넘지 못해 정식 심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개념상 결합은 맞지만 관할은 없다'는 어정쩡한 결론이었던 셈이다.

독일은 매출액 외에 거래금액 기준을 도입해 대형 딜을 포착하는 장치를 두고 있어, 인력·기술 이전형 거래에 대응할 제도적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도 경쟁당국이 AI 파트너십과 인재영입 계약을 예의주시해 왔다.

세 나라의 대응을 겹쳐 보면 공통점과 차이가 동시에 드러난다.

공통점은 '자산이 없어도 실질이 결합이면 결합으로 본다'는 방향성이다.

차이는 그 실질을 관할로 연결하는 문턱에 있다.

영국은 유연한 관할 기준으로 실제 심사까지 갔고, EU는 개념은 인정하되 문턱에 걸렸으며, 독일은 거래금액 기준으로 문턱 자체를 낮춰 놨다.

본지의 세 번째 명제는 여기서 나온다.

한국의 이번 개정은 '개념 확장' 면에서는 EU·영국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되, 관할 문턱을 새로 손대기보다 기존 신고요령의 해석을 정교화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절충적이다.

개념은 넓혔으나 금액·요건이라는 관문은 그대로 두었으니, 실제로 얼마나 많은 딜이 그물에 걸릴지는 양수금액 합산 실무가 결정하게 된다.

남는 쟁점과 함의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개정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실무의 회색지대는 넓다.

가장 큰 쟁점은 '몇 명을 데려오면 주요부분인가'라는 정량 기준의 부재다.

창업자 한두 명과 소수 연구진만 옮겨도 사업의 연속성이 확보되는 AI 분야 특성상, 인원 수만으로는 선을 긋기 어렵다.

결국 '그 인력이 없으면 사업이 유지되지 않는가'라는 기능 중심의 판단이 사안마다 따라붙을 수밖에 없고, 이는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을 여러 건으로 쪼갠 경우 어디까지를 하나의 거래로 묶어 대가를 합산할지도 다툼의 여지가 크다.

반론도 경청할 만하다.

인재의 이동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맞닿아 있어, 개인의 이직을 기업결합 규율의 잣대로 지나치게 옭아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스타트업의 정상적 회수(엑시트) 경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인재영입 딜은 투자금 회수가 막힌 창업자와 종업원에게 사실상 유일한 출구가 되기도 한다.

규율의 실익과 혁신·고용 유연성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향후 심사 실무의 최대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방향은 명확하다.

본지의 네 번째 명제이자 권고는 이렇다.

국내에서 AI·테크 인재를 대규모로 영입하려는 기업, 특히 국내 매출 요건을 충족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이제 '자산을 사지 않았으니 신고 의무가 없다'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

딜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넘어가는 인력의 기능적 비중, 라이선스와 채용·경업금지 대가의 합산 규모, 그리고 그 합이 사후·사전 신고 기준을 넘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인재를 내보내는 스타트업과 그 투자자 역시, 자신들의 거래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자문 체계를 갖추는 편이 안전하다.

신고를 누락했다가 사후에 결합으로 인정되면 시정조치와 과태료의 위험을 함께 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은 한국 경쟁당국이 디지털·AI 분야에서 국제 공조의 흐름에 올라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U·영국·독일이 각자의 방식으로 인력확보형 거래를 겨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해석 기준을 명문화한 것은 규제 차익을 노린 딜의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개념 확장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려면, 양수금액 합산의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사례 축적이 뒤따라야 한다.

그전까지 이 개정은 '선언'과 '집행' 사이 어딘가에 서 있을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2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9월 9일부터 30일까지 행정예고한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고시 개정안 내용(영업의 범위, 주요부분·양수금액 산정 기준, 계약 이행행위 판단)과 이를 다룬 국내외 로펌·매체 분석,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의 인재영입 딜을 다룬 해외 보도 및 영국 CMA·EU 집행위의 심사 결정 요지를 교차 확인했다.

거래 금액(약 6억5000만~150억 달러)과 '2년간 200억 달러 초과' 집계는 업계·언론 추정치로, 딜별로 공시가 제한적인 만큼 범위·추정으로 표기했다.

판정기준의 세부 적용은 최종 고시 확정 및 전원회의 의결 이후 달라질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목수치비고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기간2026년 9월 9일부터 30일까지'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고시 개정안
글로벌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창업팀 영입 지출(2년간)200억 달러를 웃돈다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 업계 집계
주요 거래 정리 대상 기간2024년 3월부터 2026년 초까지본지가 정리한 주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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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AI 기업 창업자·연구팀 영입 거래 규모6억5000만 달러소프트웨어 대기업, 기술 접근권 라이선스 병행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본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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