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시작된 '거래절벽'이 1년 가까이 서울 아파트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직후 아파트 매매는 사실상 멈춰 섰다.
규제 효력이 발동한 2025년 10월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는 90건.
바로 앞 9일간의 3311건과 견주면 97.9%가 증발했다.
매도자는 팔지 못하고 매수자는 사지 못하는, 시장이 통째로 얼어붙은 국면이다.
10·15 대책은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가장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서울 전 자치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효력은 같은 달 20일부터 발동됐다.
이때부터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계약 전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원칙적으로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낀 이른바 갭투자는 사실상 봉쇄됐다.
여기에 대출 규제가 겹쳤다.
시가 15억원 초과에서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잘렸다.
사는 경로와 빌리는 경로를 동시에 좁힌 셈이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거래절벽 얼마나 심각한가
충격은 숫자로 곧장 드러났다.
대책 발표 열흘째였던 지난해 10월 하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직전 열흘보다 78% 안팎 줄었다는 집계가 잇따랐다. 27일 단위로 끊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10월 중순까지의 1만254건이 그 다음 27일 동안 2320건으로 쪼그라들며 77.4%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11월 서울 주택 거래량은 전월 대비 60.4% 급감했다.
여러 매체와 기관 통계가 공통으로 가리킨 방향은 하나였다.
규제의 그물이 촘촘할수록 거래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결과는 예고돼 있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9년 도입된 오래된 제도지만, 그간은 개발 예정지나 특정 동 단위에 한정해 쓰였다.
서울 전역을 단일 그물로 묶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지난해 초 강남권 일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었다가 집값이 들썩이자 불과 두 달 만에 강남3구와 용산 전역으로 되레 확대 재지정하는 소동을 빚은 바 있다.
규제를 성급히 껐다 켰을 때 시장이 어떻게 요동치는지를 보여준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자치구별 거래량, 송파와 노도강은 왜 갈렸나
거래절벽은 서울 전역을 똑같이 덮치지 않았다.
대책 두 달이 지난 지난해 연말, 시장의 온도차가 뚜렷해졌다.
본지가 자치구별 매매 신고 추이를 살펴본 결과, 규제 직후 국면에서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린 강남권이 오히려 버텼다.
송파구 매매는 대책 전후로 50에서 60% 가까이 늘었고, 강남·서초도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같은 기간 강동구는 70% 안팎 급감했고, 노원·도봉·강북 이른바 '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은평·중랑·동대문 등 중저가 밀집 9개 구는 매매가 30에서 40% 이상 주저앉았다.
대출 규제의 직격탄은 현금 여력이 얇은 외곽부터 때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지형이 다시 뒤집혔다.
규제가 1년 가까이 이어지자, 초기에 굳건했던 고가 지역이 되레 식고 외곽이 살아나는 역전이 나타났다.
본지가 확인한 최근 1년(2025년 9월 중순에서 2026년 9월 중순) 자치구별 거래량을 보면 성동구가 42.4% 줄어 낙폭이 가장 컸고, 마포 34.3%, 강남 32.9%, 광진 30% 감소로 이른바 한강벨트와 강남권이 나란히 뒷걸음쳤다.
거래량 순위에서 강남구는 4위에서 13위로 밀렸다.
반대로 금천구는 60.1%, 노원·도봉은 각각 54.4%, 은평은 45.5% 늘며 외곽이 반등했다.
강서구는 순위가 8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초기의 '송파 웃고 노도강 울고'가, 1년 뒤 '외곽 웃고 한강벨트 울고'로 뒤바뀐 것이다.
본지 분석으로는 이 역전은 두 개의 힘이 겹친 결과다.
하나는 대출 규제의 상대적 무게다.
초고가 구간은 애초에 대출 의존도가 낮아 규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했지만, 허가제와 실거주 의무가 장기화하면서 갭투자에 기대던 고가 지역의 수요 회전이 막혔다.
다른 하나는 가격 부담이다.
규제로 상급지 매물이 잠기자 남은 거래는 상대적으로 값싸고 대출 여지가 남은 9억원 안팎 외곽 단지로 몰렸다.
규제가 수요를 없앤 게 아니라, 흐르는 물길만 바꿔 놓은 셈이다.

여기서 본지는 몇 가지 명제를 제시한다.
첫째, 이번 국면의 본질은 가격 급락이 아니라 거래 동결이다.
실제로 거래가 끊긴 사이에도 대장주 단지의 호가는 크게 내리지 않았다.
팔려는 사람은 허가·대출·실거주라는 장벽에 막혀 못 팔고, 사려는 사람도 같은 장벽에 막혀 못 산다.
그 결과 시장은 '싸져서 안 사는' 게 아니라 '못 사고 못 파는' 상태로 굳었다.
둘째, 규제는 수요를 소멸시키지 못하고 이동시켰다.
송파에서 외곽으로, 매매에서 관망으로 옮겨갔을 뿐 총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
최근 1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약 7만3000건으로 전년과 엇비슷했다.
셋째, 동결은 통계의 착시를 키운다.
거래 표본이 얇아지면 어쩌다 성사된 신고가 한 건이 지수를 흔들어, 실제보다 시장이 뜨겁거나 차갑게 보일 위험이 커진다.
다른 나라 수요 억제책과 비교하면
거래 자체를 관청 허가에 걸어 두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다.
다만 '수요를 눌러 시장을 식힌다'는 목표는 여러 나라가 공유해 왔고, 그 부작용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다주택자와 외국인에게 물리는 추가구매인지세(ABSD)를 2023년 외국인 기준 60%까지 끌어올렸다.
세금 장벽이 오르자 외국인 매수는 급감했지만, 내국인 실수요 거래까지 얼어붙는 부수 효과가 뒤따랐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한시법을 시행해 2027년 초까지 연장했다.
홍콩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오랜 침체 끝에 2024년 초 매수 규제와 추가 인지세를 사실상 전면 철폐했고, 그제야 거래가 조금씩 돌아왔다.
뉴질랜드도 2018년 외국인 주택 매입 금지를 도입했다가 시장 위축 논란 속에 완화를 저울질해 왔다.
세 나라의 경험이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분명하다.
강한 수요 억제는 단기 과열은 잡지만, 오래 끌면 거래 실종과 유동성 고갈이라는 청구서가 뒤늦게 돌아온다.
특히 싱가포르·홍콩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켜고 끄는 '스위치형' 운용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한국의 토지거래허가제는 한번 묶으면 풀기 어려운 경직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규제의 강도만큼이나 출구 설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거래 동결, 어떻게 풀 것인가
정부도 동결의 부작용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2026년 9월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묘한 국면에 있다.
매물은 빠르게 쌓이는데 거래는 붙지 않는다. 9월 중순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새 1만건 가까이(약 10%) 늘어 11만건에 육박했고, 강남3구에서만 3600여건이 새로 나왔다.
그러나 월간 거래는 지난 5월 8983건에서 7월 5841건, 8월엔 3300건대로 미끄러졌다.
토지거래허가 신청도 8월 3541건으로 올해 최저를 기록해, 7월 5361건보다 33.9% 줄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를 2027년 말까지 연장하고 임대차 갱신계약 기간을 인정하기로 한 것도 이 적체를 풀기 위한 고육책이다.
본지는 세 갈래의 처방을 제안한다.
우선 규제의 '출구'를 명문화해야 한다.
지금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언제, 어떤 지표가 충족되면 해제되는지가 불투명하다.
거래량과 가격 변동률 같은 객관적 기준을 미리 공개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완화되는 예측 가능한 틀을 만들어야 관망이 거래로 돌아선다.
다음으로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정교하게 갈라야 한다.
일률적 대출 상한과 실거주 의무는 갈아타기 실수요와 무주택 청년까지 한꺼번에 묶어 버린다.
생애최초와 1주택 교체 수요에는 대출·허가 문턱을 낮추고, 다주택·초고가 갭투자에는 규제를 집중하는 선별이 필요하다.
끝으로 매물이 정상적으로 순환할 통로를 열어야 한다.
실거주 의무 유예를 넘어, 세입자를 낀 매도와 상속·이혼 등 불가피한 처분에는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2027년으로 예고된 세제 개편발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시차를 두는 연착륙 설계가 요구된다.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취약 실수요자다.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려던 청년·신혼부부, 낡은 집을 팔아 넓은 집으로 옮기려던 실거주자는 이번 동결의 가장 큰 피해자다.
이들은 투기 세력이 아니라 생애 주기에 맞춰 집을 옮기려는 평범한 수요인데, 대출과 허가의 그물에 함께 걸려 이사조차 미뤄야 한다.
규제의 칼끝이 겨눠야 할 대상과, 보호해야 할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면 시장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물론 규제 완화가 곧 집값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강남권 일부 단지는 거래 가뭄 속에서도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성급한 빗장 풀기가 학습된 상승 기대를 되살릴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거래가 사라진 시장은 가격 신호 자체를 잃는다.
사고팔 수 없는 자산은 제값을 매길 수 없고, 이는 실수요자의 이사와 갈아타기라는 정상적 삶의 선택마저 볼모로 잡는다.
동결을 방치하는 비용이 완화의 위험보다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정책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핵심 수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국토부의 10·15 대책 발표 자료를 1차 자료로 삼아 교차 확인했다.
'9일간 3311건에서 90건, 97.9% 감소'와 '11월 전월 대비 60.4% 감소'는 대책 직후 신고 기준의 잠정치로, 지연 신고에 따라 사후 소폭 조정될 수 있다.
자치구별 증감률은 최근 1년(2025년 9월 중순에서 2026년 9월 중순)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하며, 규제 초기 두 달 국면의 양극화와 방향이 달라진 점을 함께 명시했다.
싱가포르 ABSD, 캐나다 외국인 취득 금지, 홍콩 인지세 폐지 등 해외 사례는 각국 정부·재무당국 발표를 참고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