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 입주물량이 1년 새 32% 가까이 줄면서 전셋값이 다시 가파르게 뛰고 있다.

본지가 부동산 정보업체의 입주 예정 물량 집계와 서울시 정비사업 이주 계획,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전세가격 동향을 교차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9000가구 안팎으로 지난해(약 4만3000가구)보다 31%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 물량을 뺀 민간 분양 입주분만 보면 감소 폭은 더 커진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000만원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입주가 줄어 공급이 마르는 와중에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는, 이른바 '입주절벽'과 '이주장'의 동시 충돌 국면이다.

시장이 느끼는 체감은 통계보다 날카롭다. 10월 한 달 서울에는 약 5700가구가 집들이에 나서 올해 월간 기준 최다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이 물량으로도 전세난의 방향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왜 '올해 최대 입주장'이 전셋값을 잡지 못하는가.

숫자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보인다.

서울 전세 왜 오르나 — 입주물량 32% 급감의 구조

핵심은 공급의 절대량 감소다.

부동산 정보업체 집계를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약 4만2000~4만3000가구에서 올해 약 2만9000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감소율은 집계 기준(임대 포함 여부)에 따라 31~40%로 벌어지는데, 임대를 제외한 순수 민간 분양 입주분은 1만1000가구대로 떨어져 관련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00년 이후 26년 만의 최저치라는 추계까지 나온다.

신축 선호가 여전한 상황에서 새 아파트 자체가 귀해지니 청약 경쟁률은 치솟고, 입주로 풀려야 할 전세 물건은 나오지 않는다.

물건이 마르고 있다는 신호는 매물 통계에서 가장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2만3000여 건으로, 1년 전 3만2000여 건과 비교해 26% 안팎 줄었다.

통상 입주가 몰리면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그 일대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눌리는데, 입주 단지 자체가 적으니 이런 '입주장 효과'가 발생할 지역이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0주를 넘겨 쉼 없이 올랐고, 그 결과가 평균 6억3000만원대라는 숫자다.

전세가 단순히 비싸진 게 아니라, 매물이 사라져 '구할 수가 없는' 국면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정책 변수가 겹쳤다.

지난해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이른바 6·27 대출규제와 후속 대책)로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매수로 갈아타려던 수요의 상당수가 전세 시장에 묶였다.

집을 사기가 어려워지면 눌린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몰려 전세·월세 가격을 자극한다.

공급은 줄고, 매수 전환은 막히고, 매물은 사라지는 세 갈래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다.

정비사업 이주수요 18만 가구 — 전세의 또 다른 뇌관

공급 절벽만이라면 2~3년 뒤 입주가 회복될 때 숨통이 트인다.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다.

서울시 집계를 보면 2026~2030년 서울 207개 정비사업장에서 약 17만9000가구가 순차적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5년 안에 18만 가구에 육박하는 세입자·조합원이 '기존 집을 비우고 다른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수요로 시장에 쏟아진다는 뜻이다.

연도별로 보면 압력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진다.

이주 예정 물량은 2026년 약 2만4800가구, 2027년 약 1만3400가구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2028년 약 4만5300가구, 2029년 약 3만9100가구, 2030년 약 5만6700가구로 가파르게 불어난다.

이주는 전세 수요를 일시에 밀어 올리는 동시에, 멸실로 그 지역의 기존 임대 물량을 없애기까지 한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이중 충격'이 특정 연도, 특정 권역에 집중되는 구조다.

목동 한 곳에서만 3만 가구 안팎의 이주가 거론되는 점을 떠올리면 국지적 전세 쏠림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주가 전세를 자극하는 메커니즘에 정책이 다시 끼어든다.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주비 대출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조합원들이 이주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이 멈추는 현장이 속출했다.

서울시가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0%가량이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이주비 대출 보증 상품 신설을 검토하고, 서울시는 수백억원대 이주비 지원에 나섰다.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

이주비를 풀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면 중장기 공급은 늘지만, 당장은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전셋값을 더 자극한다.

반대로 이주를 묶으면 단기 전세난은 눌러도 미래 입주 물량이 더 쪼그라든다.

본지가 보기에 현재의 전세 급등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공급 절벽·이주 파고·대출 규제가 맞물린 '구조적 병목'이다.

본지 분석 — 세 가지 명제

첫째, 10월 5700가구 입주장은 '숨통'이 아니라 '반짝 완충'에 가깝다는 것이 본지의 결론이다.

이 물량은 10개 단지에 분산돼 있고, 행복주택·청년안심주택 등 공공임대가 약 2100가구로 37%를 차지한다.

가장 큰 단지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쏠림도 심하다.

즉 전세로 풀릴 수 있는 일반 분양 입주분은 생각보다 적고, 그마저도 특정 자치구에 몰려 있어 서울 전역의 전세 수급을 돌릴 힘이 없다.

둘째, 전세 지표의 성격이 '가격'에서 '물량'으로 이동했다고 본다.

과거 전세난이 가격 급등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돈이 있어도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려운 '품귀' 국면이다.

본지가 매물 건수와 입주 캘린더를 겹쳐 본 결과,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구간에도 매물은 계속 줄어 수급 불균형이 가격에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셋값 추가 상승 압력이 통계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2027~2028년이 변곡점이라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입주 물량 저점과 이주 파고의 재상승이 겹치는 시점이 이 무렵이다.

지금의 공급 부족은 수년 전 분양·착공이 줄어든 결과이고, 그 공백을 메울 신규 입주가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전세 시장의 방향은 단기 입주장이 아니라, 이주 속도 조절과 멸실·공급의 시차 관리에 달려 있다.

전세 세입자,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 유형별 전략

전세난은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 않는다.

처한 조건에 따라 합리적 선택이 갈린다.

본지는 독자 유형을 다섯으로 나누고, '버티기(전세 유지)와 이동·매수 전환', '도심 고수와 외곽·경기권 이동'이라는 두 축에 대입해 정리했다.

정비사업 이주 대상 조합원·세입자는 가장 시간이 촉박하다.

이주 시점이 정해져 있어 '버티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 조건과 보증 상품 신설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같은 권역 고집보다 인접 자치구나 경기 접경지로 눈을 넓히는 편이 현실적이다. 2030세대·신혼부부처럼 자금 여력이 얇은 세입자는 월세·반전세로의 전환 부담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전세 품귀가 월세 가격까지 밀어 올리고 있어, 1인 가구는 특히 '이중 부담'에 노출된다.

학군 수요가 뚜렷한 목동·대치 등지의 세입자는 선택이 어렵다.

지역을 떠나기 어려운 만큼 재계약 시점을 앞당겨 조건을 고정하거나, 계약갱신요구권의 남은 기회를 전략적으로 쓰는 편이 방어적이다.

반면 매수 여력이 어느 정도 있는 '갈아타기 대기자'는 셈법이 복잡하다.

대출 규제로 매수 문턱이 높아진 만큼, 전세로 더 버티며 금리·규제 변화를 기다릴지, 지금 매수로 넘어갈지를 본인의 자금 구조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며, '언제·어디서·얼마의 자금으로'라는 세 변수의 조합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이다.

해외는 어떻게 다룰까 — 독일·일본·미국의 경우

전세는 한국 특유의 제도이지만, '공급이 막힌 대도시의 임대료 급등'은 세계 공통의 숙제다.

독일은 신규 임대료를 지역 평균의 10% 이내로 묶는 임대료 상한제(미트프라이스브렘제)를 두고, 이 제도를 203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세입자 보호가 강력해 퇴거가 극히 어렵고 사전 통지 기간도 길다.

다만 상한제가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을 풀지는 못해, 지난 10년간 주요 도시 임대료가 평균 50% 안팎 올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24년 독일 신축 주택은 약 25만 채로 전년보다 14%가량 줄어, 규제만으로는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일본은 다른 길을 걸었다.

월세 중심 시장에 임대료 규제가 느슨한 대신, 도심 재건축과 공급 확대로 수급을 맞춰왔다.

전국 원룸 평균 월세가 5만엔대, 도쿄가 7만엔대로 비교적 완만하게 유지되는 배경에는 지속적인 신규 공급이 있다.

공급이 가격을 누른다는,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사례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임대료가 급등했지만, 선벨트 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착공이 이어지며 일부 지역에서 임대료 상승세가 꺾였다.

세 나라의 경험이 가리키는 방향은 비교적 일관된다.

임대료 규제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진통제일 뿐, 결국 공급의 양과 타이밍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전세는 보증금을 통째로 맡기는 구조라 월세 중심의 해외 사례를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다.

전세는 사실상 사금융의 성격을 띠어 금리·대출 규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럼에도 '규제보다 공급', '속도 조절보다 시차 관리'라는 교훈은 유효하다는 것이 본지의 시각이다.

함의와 권고

정책 당국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이주 수요의 '시간 분산'이다. 2028년 이후로 몰리는 정비사업 이주 일정을 권역별로 조정해 특정 연도·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전세 발작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주비 보증과 대출 규제의 정교한 분리다.

실거주 이주비까지 투기 수요와 똑같이 묶으면 사업이 멈추고 미래 공급이 사라진다.

끝으로 비아파트·공공임대를 포함한 '임대 가능 재고' 자체를 늘리는 공급책이다.

아파트 입주만으로 메우기엔 올해와 내년의 공백이 너무 깊다.

세입자에게는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어다.

거주 지역의 입주 캘린더와 인근 정비사업 이주 일정을 미리 확인해 '언제 매물이 가장 마르는지'를 역산하면, 재계약·이사 시점을 유리하게 잡을 수 있다.

전세난은 당분간 숫자보다 길게 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자신의 자금과 시점을 축으로 삼은 냉정한 좌표 읽기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10-08 기준으로 작성됐다.

입주 물량과 감소율은 부동산 정보업체 및 언론 집계를 교차 확인했으며, 임대 포함 여부에 따라 31~40%로 편차가 있어 본문에 '약'·범위로 표기했다.

평균 전셋값 6억3000만원대와 연속 상승 주수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 보도를 근거로 했고, 정비사업 이주 17만9000여 가구와 연도별 물량, 서울시 이주비 조사·지원 규모는 서울시 발표 및 이를 인용한 복수 매체를 참고했다. 10월 5700가구 입주·공공임대 비중은 입주 캘린더 집계를 따랐다.

해외 비교 수치는 각국 보도치를 요약한 것으로 추정·근사값을 포함한다.

단일 출처 단정 인용은 피했으며 기사 verdict는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