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25억 초과 대출한도 2억이라는 한 줄 규정이 서울 초고가 아파트 시장의 시간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
본지가 10·15 대책(2025년 10월 15일 발표, 16일 시행) 이후 1년치 서울 아파트 실거래 자료와 가격대별 거래 비중,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 그리고 홍콩·싱가포르·호주의 고가주택 대출규제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비율'이 아니라 '금액 상한'으로 초고가 구간을 직접 봉쇄한 나라로 확인됐다.
결과는 분명하다. 25억원을 넘기는 순간 주택담보대출이 2억원에서 끊기면서, 그 윗동네 거래는 숫자상 거의 소멸했고 매수세는 15억원 이하로 급격히 쏠렸다.
숫자부터 보자.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일률적으로 6억원이던 주택 구입용 주담대 한도를 가격 구간별로 쪼갰다. 15억원 이하는 종전과 같은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다.
같은 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할 때 더하는 스트레스 금리도 수도권 규제지역 주담대에 한해 1.5%에서 3%로 올렸고,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은 2026년 1월부터 15%에서 20%로 앞당겨 적용했다.
고가일수록 돈줄을 조이고, 그 위에 건전성 규제를 한 겹 더 씌운 구조다.
시장은 규정이 그은 선을 따라 움직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집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15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책 이전 10개월(2024년 12월∼2025년 9월) 평균 73.3%에서 대책 이후 올해 7월까지 76.8%로 올랐고, 8·3 세제개편안 발표 뒤에는 79%대까지 치솟았다.
생애최초 구입자금 등 저리 정책대출이 닿는 6억원 이하 구간은 17.0%에서 20.5%를 거쳐 25%까지 뛰었다.
반대로 25억원을 넘는 초고가 거래 비중은 8.3%에서 7.2%로, 다시 5.8%로 주저앉았다.
거래량 자체로 보면 낙폭은 더 극적이다.
대책 이후 11개월(지난해 11월∼올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5만9952건으로 전년 동기(6만7173건)보다 10.7% 줄었는데, 가격대를 쪼개면 15억원 이하는 5.7% 감소에 그친 반면 15억∼25억원은 25.4%, 25억원 초과는 23.9% 급감했다.
시행 직후 27일간 거래는 2320건으로 직전 27일(1만254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얼어붙기도 했다.

서울 초고가 거래 실종, 집값은 왜 오히려 올랐나
여기서 10·15 대책 1년의 역설이 드러난다.
거래는 식었는데 가격은 끓었다.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91.8에서 올해 7월 101.9로 아홉 달 만에 11.0%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0.41%로 전년 동기(6.51%)의 1.6배 수준이었다.
전세시장은 더 팍팍해졌다.
전세 매물이 1년 전보다 11.9% 줄어든 사이 전셋값은 9.96% 뛰어, 2.31%에 그쳤던 전년 상승률의 네 배를 넘겼다.
다만 거래절벽이 길어지면서 최근 들어 가격 오름세가 한풀 꺾이는 신호도 감지된다.
규제가 매물을 묶고 수요를 눌렀지만, 공급 부족과 전세 불안이 맞물리며 '거래 없는 상승'이라는 기형적 국면이 이어진 셈이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 지점에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 중위가격의 하락은 집값 자체가 싸졌다는 뜻이 아니라, 거래 구성이 저가 구간으로 쏠린 착시에 가깝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을 추적하는 실거래가격지수는 오르는데, 전체 거래의 중앙값은 15억원 이하로 무게추가 옮겨가며 떨어졌다.
통계의 머리와 꼬리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초고가 구간이 거래 표본에서 빠져버리자 '평균적인 거래'가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을 뿐,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자산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번째 결론은 '25억원'이라는 선 자체가 가격을 끌어당기는 자석이 됐다는 점이다.
올해 봄 이후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종전 시세가 25억원을 웃돌던 매물을 25억원 밑으로 호가를 낮춰 내놓는 사례가 관찰됐다. 25억원을 넘기면 대출이 2억원뿐이지만, 그 아래로만 맞추면 4억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금·대출·매물 압력이 겹치면서 초고가 바로 아래 구간, 이른바 '25억 이하 하방 압력'이 형성됐다.
규제선이 시장의 호가를 설계하는, 전형적인 문턱 효과(threshold effect)다.
본지는 이를 가격 상한을 겨냥한 정책이 되레 특정 가격대에 매물과 수요를 뭉치게 만드는 '규제선 쏠림'으로 규정한다.
25억 초과 대출한도 2억,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렇다면 한국의 방식은 국제적으로 어디쯤 서 있나.
고가주택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막는 거시건전성 수단은 선진국마다 다르지만, 한국만큼 '금액'을 못박은 사례는 드물다.
본지가 세 나라를 같은 축에서 비교한 결과가 그렇다.
홍콩은 '비율'로 조인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2024년 10월부터 주택 LTV 상한을 가격과 무관하게 70%로 단순화했지만, 1200만 홍콩달러를 넘는 고가주택에는 60%의 더 낮은 비율을 적용한다.
핵심은 비율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면 빌릴 수 있는 절대 금액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춘 실수요자는 별도의 모기지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높은 비율까지 접근할 길도 열려 있다.
고가일수록 자기부담을 키우되, 대출 자체를 소액으로 틀어막지는 않는 설계다.
싱가포르는 비율에 더해 '세금'으로 수요를 거른다. 30년 이상 장기 대출의 LTV 상한은 최대 55% 수준이고, 여기에 외국인 매수자에게 물리는 추가구매인지세(ABSD)를 2023년 4월 30%에서 60%로 두 배 올렸다.
법인 명의로 사면 65%다.
대출 비율은 열어두되, 투기적·외국계 수요에는 징벌적 세금으로 진입장벽을 세운 것이다.
자가 거주 실수요와 투자·외국인 수요를 세금으로 분리하는 전략이다.
호주는 '소득'을 본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은 대출금리에 버퍼(통상 3%포인트)를 얹어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서비스가능성 기준을 운용해 왔고, 2025년 11월 발표를 거쳐 2026년 2월 1일부터는 연소득의 6배를 넘는 고(高)DTI 대출에 상한을 두는 규제를 제1금융권에 본격 적용한다.
집값 구간이 아니라 차주의 소득 대비 부채 배수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소득이 뒷받침되면 고가주택이라도 대출이 비례해 늘지만, 소득을 넘어서는 과잉 차입은 가격대와 무관하게 차단된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한국의 위치가 선명해진다.
홍콩·싱가포르는 비율, 호주는 소득 배수를 쓴다.
공통점은 모두 '집값이나 소득이 오르면 대출 여력도 따라 움직이는' ���동형 설계라는 점이다.
반면 한국의 25억 초과 2억원은 집값이 25억원이든 50억원이든 똑같이 2억원에서 멈추는 고정형 금액 상한이다. 50억원짜리 아파트의 실질 LTV는 4%에 불과하다.
본지의 세 번째 결론은 이것이다.
한국은 '고가주택 대출을 억제한' 것이 아니라 '초고가 구간의 대출을 사실상 폐지'했고, 그 결과 해당 구간은 현금 부자만의 시장으로 재편됐다.
레버리지를 못 쓰게 된 중상위 실수요자는 25억원 아래로 내려오거나 거래 자체를 포기했다.
이 구조는 뚜렷한 득과 실을 동시에 안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는 한국에서 초고가 레버리지를 틀어막는 것은 금융안정 측면의 방어선이 될 수 있다.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영끌' 고가 매수를 제도적으로 봉쇄했다는 점에서 건전성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용도 작지 않다.
금액 상한은 물가가 오르고 집값 레벨이 높아질수록 실질 규제 강도가 저절로 세진다.
다른 나라의 비율·소득 기준이 시장 상황에 맞춰 자동 조정되는 것과 달리, 한국의 25억원 선과 2억원 한도는 명목 금액에 고정돼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주택을 초고가 구간으로 밀어 넣는다.
몇 해 뒤 서울 상급지 상당수가 25억원을 넘어서면, 지금의 '초고가 규제'는 사실상 '상급지 전반 규제'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
취약한 쪽은 의외로 중상위 실수요층이다.
현금 수십억원을 쥔 자산가는 애초에 대출이 2억원이든 0원이든 개의치 않는다.
타격은 15억∼25억원 구간에서 집을 넓혀 가려던, 대출에 기대야 하는 중산층 상위 가구에 집중된다.
이 구간 거래가 25.4%나 줄어든 것이 그 방증이다.
전세시장 불안도 같은 맥락이다.
매매가 막힌 수요가 전세로 눌러앉고 매물은 줄면서 전셋값이 네 배 빠르게 뛰었다.
대출을 조이자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전세와 저가 구간으로 옮겨가 그곳의 가격을 밀어올린 것이다.
본지의 네 번째 결론은, 10·15 대책이 초고가 거래를 지운 대가로 그 아래 구간과 전세시장에 압력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초고가 거래 실종,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정책의 방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가계부채 관리와 투기 억제라는 목표는 정당하고, 세 나라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가·과잉 레버리지를 제어하고 있다.
문제는 수단의 정교함이다.
본지의 마지막 결론이자 권고는 명확하다.
첫째, 금액 고정형 상한은 물가·집값에 연동하는 구조로 재설계하거나, 홍콩식 가격대별 LTV·호주식 소득배수 기준과 결합해 '시장을 얼리지 않으면서 과잉만 걷어내는'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둘째, 25억원이라는 단일 절벽을 완만한 계단으로 바꿔 특정 가격대로의 쏠림과 호가 하향 조작 유인을 줄여야 한다.
셋째, 매매 규제가 전세로 전가되는 풍선효과를 상쇄할 공급·임대 대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거래 실종과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규제선이 곧 시장의 설계도가 된 지금, 그 선을 어떻게 긋느냐가 다음 1년을 좌우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10-14 기준으로 작성됐다.
주담대 가격구간별 한도(15억 이하 6억·15억 초과∼25억 이하 4억·25억 초과 2억), 스트레스 금리 상향, 위험가중치 하한 조기 적용은 2025년 10·15 대책 발표 자료와 부처 브리핑으로 확인했다.
가격대별 거래 비중과 거래량 증감, 실거래가격지수(91.8→101.9), 누적 상승률·전세 지표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한 복수 언론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홍콩은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LTV 규정, 싱가포르는 LTV 상한과 추가구매인지세(ABSD) 인상, 호주는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의 서비스가능성 기준 및 고DTI 대출 상한 도입을 각 당국·연구기관 자료로 확인했다.
일부 거래 비중·상승률은 집계 기관과 기준 시점에 따라 소폭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발표 시점을 함께 명시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