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전남 영암군의 한 초등학교 교실을 떠올려 보자.

스물몇 명 가운데 대여섯 명은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에서 왔거나, 본인이 외국 국적이다.

통계로 보면 영암군은 주민 100명 중 22.7명이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충북 음성군(20.3%), 경기 안산시(16.3%)가 뒤를 잇는다.

공장과 농촌이 외국인 노동력에 기대는 지역일수록 비율이 높다.

이 '이주배경인구'라는 말이 2025년 12월 국가 공식 통계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26일 공개한 '2025년 이주배경인구 통계'를 보면, 11월 1일 기준 국내 이주배경인구는 281만 명.

총인구 5,182만 명의 5.4%다.

전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숫자 자체보다 들여다볼 대목은 '무엇을, 어떻게 셌느냐'다.

한국은 이 통계를 현장 설문이 아니라 주민등록부·외국인등록부·국적취득자명부 등 13개 기관 27종의 행정자료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이른바 등록센서스 방식이다.

이 집계 방식도, '이주배경'이라는 분류 틀도 모두 유럽에서 먼저 쓰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유럽에서는 지금 이 이름표를 좁히거나 떼어내는 중이다.

한국이 처음 센 '이주배경인구'엔 탈북민도 들어 있다

한국 통계의 정의는 넓다.

본인 또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이주배경을 가지면 포함된다.

뜯어보면 외국인이 210만 9천 명(75.1%)으로 가장 많고, 출생 때부터 한국 국적인 '이민자 2세' 39만 7천 명(14.1%), 귀화·인지로 국적을 얻은 사람 25만 6천 명(9.1%), 북한이탈주민과 국적 판정인 등 '기타' 4만 7천 명(1.7%)이 뒤를 잇는다.

즉 한국의 '이주배경인구'는 외국인만 세는 숫자가 아니다.

이미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 한국에서 태어난 2세, 탈북민까지 한 바구니에 담는다.

그래서 전체의 4분의 1(24.9%)이 내국인이다. 24세 이하로 좁히면 내국인 비율이 47.8%까지 올라간다.

어린 세대일수록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 국적을 가진 이주배경 2세'가 많다는 뜻이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도 한국처럼 명부로 센다

한국이 가져온 등록센서스 방식의 원조는 북유럽이다.

스웨덴 통계청(SCB)은 세무청이 넘겨주는 전 국민 등록부(RTB)를 바탕으로 '외국배경(utländsk bakgrund)' 인구를 집계한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291만 900명, 인구의 약 27%다.

설문이 아니라 명부에서 바로 뽑는다는 점이 한국과 똑같다.

네덜란드도 주민등록부(BRP)에 기대어 집계한다.

네덜란드 통계청(CBS)에 따르면 외국에서 태어난 주민은 약 300만 명으로 인구의 16%를 넘고, 여기에 이민자 자녀까지 더하면 500만 명을 웃돈다.

전 국민에게 고유번호를 매기고 출생·국적·거주를 명부로 관리하는 토대 위에서 통계가 돌아간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이 유럽 모범과 닮은 곳이다.

한국에는 주민등록과 외국인등록이라는 명부의 등뼈가 이미 있다.

그래서 '설문 통계가 아닌 명부 기반 전수 집계'라는 선택은, 틀만 빌려온 게 아니라 한국에 실제로 있는 토대 위에 세운 것이다.

독일은 1%만 물어보고, 이름까지 바꿨다

독일은 사정이 다르다.

독일에는 출신·부모 국적까지 담은 전 국민 등록부가 없어서, 매년 인구의 약 1%를 뽑아 묻는 표본조사 '미크로첸수스(Mikrozensus)'로 추정한다.

연방통계청이 2026년 4월 13일 발표한 2025년 결과를 보면 '이주역사(Einwanderungsgeschichte)'를 가진 사람은 2,180만 명, 인구의 26.3%였다.

독일은 집계 방식만 다른 게 아니다.

오랫동안 써 온 '이주배경(Migrationshintergrund)'이라는 말을 '이주역사'로 바꾸고 정의도 손봤다.

새 기준은 본인이 직접 이주했거나 '부모 두 명 모두' 1950년 이후 이주한 경우만 2세로 센다.

한국이 '부모 중 한 명'만으로도 2세를 넣는 것과 다르다.

바꿔 말하면, 전수로 또박또박 세는 한국 통계가 표본 추정인 독일보다 정밀한 면이 있다.

한국안이 더 나은 대목이다.

네덜란드는 2022년 '이주배경'이라는 말 자체를 버렸다

한국이 '이주배경'이라는 우산 같은 분류를 새로 도입하는 사이, 네덜란드는 그 우산을 접었다.

CBS는 2022년 '이주배경(migratieachtergrond)'이라는 표현과 '서구/비서구' 구분을 함께 폐기하고,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나 외국에서 태어났나'와 '출신국'이라는 두 축으로 다시 짰다.

이유를 CBS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서구',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비서구'로 분류되는 식이어서 기준이 혼란스럽고, 둘로 가르는 틀이 문화·경제·종교에서 '정반대'라는 인상을 주어 낙인이 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용어 변경도 통합 전문가위원회의 권고에서 비롯됐다.

두 나라 모두 '넓게 묶는 하나의 이름표'가 정책에 쓸모보다 오해를 더 키운다고 본 셈이다.

사장님 지시대로 여기서 '한국이 베꼈다'는 식의 단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확인된 사실은 나란히 둘 수 있다.

네덜란드는 단일 이름표를 버렸고, 독일은 이름을 바꿔 좁혔으며, 한국은 지금 넓은 단일 이름표를 새로 세웠다.

5.4%와 27%는 같은 자로 잰 숫자가 아니다

한국 5.4%, 독일 26.3%, 스웨덴 27%.

이 숫자만 보면 한국은 아직 초입이라고 읽기 쉽다.

규모로는 맞다.

하지만 같은 자로 잰 수치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은 부모 중 한 명만 이주배경이어도 2세로 넣지만, 스웨덴과 독일은 부모 두 명 모두를 요구한다.

독일은 '1950년 이후 이주'라는 시점 조건까지 둔다.

기준이 넓은 쪽이 숫자가 커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도 한국 비율이 유럽의 5분의 1에 그친다는 건, 한국에 아직 이주 인구 자체가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비율의 단순 비교보다, 어떤 사람을 어떤 규칙으로 담았는지를 먼저 맞춰 보는 일이 중요하다.

이 기사의 비교표도 그 한계 위에서 읽어야 한다.

한국에만 있는 칸, 그리고 정부가 답할 차례

한국 통계에는 유럽에 없는 칸이 있다.

북한이탈주민과 국적 판정인을 '내국인(기타)'으로 넣는다.

독일·네덜란드·스웨덴 어디에도 같은 범주는 없다.

(부모)국적을 봐도 베트남(28.0%)·중국(15.7%)에 이어 중국동포인 '중국(한국계)'가 11.4%로 세 번째다.

재외동포의 귀환이라는, 한국만의 사정이 숫자에 녹아 있다.

분포도 한국적이다.

이주배경인구의 56.0%가 수도권에 쏠려 있는 한편,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영암·음성 같은 농촌·공단 군 지역이다. 24세 이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78만 7천 명으로 전체 또래의 7.7%인데, 강원 고성군은 그 비율이 31.7%에 이른다.

어떤 교실에서는 셋 중 한 명이다.

통계는 나왔다.

더 상세한 시군구별 표는 국가통계포털(KOSIS)에 실렸고, 집계는 해마다 이어진다.

남은 질문은 이름표의 쓸모다.

외국인과 귀화자와 2세와 탈북민을 하나로 묶은 '이주배경인구'라는 단일 분류가, 서로 다른 정책 수요를 가진 사람들을 또렷하게 비추는가, 아니면 뭉뚱그려 가리는가.

먼저 그 길을 걸었다가 이름표를 접은 나라들을 보며, 정부가 답할 차례다.

취재에 참고한 자료

한국 수치는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10월 26일 배포한 '2025년 이주배경인구 통계 결과(등록센서스 방식)' 보도자료에서 옮겼다.

독일 수치는 연방통계청(Destatis)이 2026년 4월 13일 발표한 보도자료(2025년 미크로첸수스, '이주역사 인구 2,180만 명·26.3%')에서, 스웨덴 수치는 스웨덴 통계청(SCB)의 2024년 연간 인구통계(2024년 12월 31일 기준 '외국배경' 291만 900명·약 27%)에서 확인했다.

네덜란드의 분류 개편은 네덜란드 통계청(CBS)의 2022년 '출신별 인구 분류 개편' 자료와 2022년 7월 보도자료로 확인했다.

나라마다 2세를 부모 몇 명 기준으로 넣는지, 기준 시점과 시간 조건이 달라 비율의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네덜란드·스웨덴은 명부 기반 전수, 독일은 1% 표본조사라는 집계 방식 차이도 감안해 읽어야 한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