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입원 사흘째 환자의 검사에서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목, 줄여서 CRE가 나왔다고 하자.

담당 간호사는 곧장 결정해야 한다. 1인 격리실로 옮길 것인가, 코호트 병상에 둘 것인가, 접촉하는 의료진의 가운과 장갑을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격리실은 늘 모자란다.

이 환자를 격리하면 다른 환자가 쓸 격리실이 하나 줄어든다.

질병관리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송경호 교수팀이 10월 28일 내놓은 연구는 바로 이 장면의 판단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국 21개 병원 입원환자 4만9651명을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네 차례 조사해, 주요 다제내성균 6종을 보균율·감염률·30일 사망률·재원기간·의료비용·관리해제율 같은 지표로 종합 평가했다.

그 결과 CRE가 '최우선 관리 대상' 1순위로 꼽혔다.

CRE 보균 시점유병률은 1.79%로 6종 가운데 가장 높았고, 감염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16.9%, 감염 1건당 의료비용 중앙값은 4600만원이었다.

순위를 매긴 건 한정된 격리·감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취지다.

그런데 해외 주요국을 들여다보면, 같은 'CRE가 가장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길이 한국과 다르다.

미국·독일·일본은 균에 종합 순위를 매겨 자원을 나누기보다, 의무 신고와 법정 위생인력, 수가 같은 '토대' 위에서 CRE를 눌러 왔다.

한국이 이번에 만든 건 그 토대 위에 놓일 '순위표'인데, 토대 자체는 아직 군데군데 비어 있다.

치사율은 VRE가 높은데, 왜 1위는 CRE였나

단순히 가장 많이 죽는 균을 1위로 올린 건 아니다.

감염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VRE)이 18.6%로 가장 높았고 CRE가 16.9%로 그 다음이었다.

감염 1건당 의료비도 VRE가 5900만원으로 CRE(4600만원)보다 높았다.

그런데도 최종 1순위는 CRE였다.

갈린 지점은 '퍼지는 힘'이다.

CRE는 보균 유병률이 가장 높은 데다, 카바페넴분해효소를 만드는 CP-CRE는 내성 유전자가 다른 세균으로 옮겨가 병원 안에서 번질 위험이 크다.

최근 5년 감시 건수도 늘고 있다.

반대로 연구팀은 VRE의 기여 사망률을 따로 떼어 평가하지 못해 그 중요도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스스로 적었다. 6개월 안에 균이 사라져 관리가 풀리는 비율도 CRE는 51.4%로 낮은 축이었다.

여러 지표를 합치니 CRE가 맨 앞에 선 것이다.

조사는 관리할 '여건'의 빈틈도 드러냈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21개 병원 모두에 있었지만, 감염관리를 전담하는 의사를 둔 곳은 1곳(5%)뿐이었다.

다제내성균 환경관리 전담인력을 둔 곳도 1곳에 그쳤다.

CP-CRE는 21곳 전부가 병동·중환자실에서 격리했지만 MRSA 격리는 8곳만 시행했고, 별도 격리장소를 운영하는 병원은 10~30%에 불과했다.

'CRE가 가장 위험'하다는 데엔 세계가 합의했다, 다만 쓰임이 다르다

CRE를 맨 앞에 두는 판단 자체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4년 5월 개정한 '세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은 24종을 핵심·높음·중간 세 등급으로 나누는데, CRE는 최상위 '핵심'에 들어 있다.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도 핵심, VRE와 MRSA·다제내성 녹농균은 '높음'이다.

다만 이 목록의 목적은 병원 자원 배분표가 아니라, 새 항생제를 어디에 먼저 개발·투자할지를 정하는 연구개발(R&D) 우선순위다.

미국은 한발 더 현장에 가깝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국 발표 하루 전인 10월 27일 새 '항생제내성 위협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CRE는 '긴급(urgent)' 위협 4종 가운데 하나다.

중요한 건 미국이 등급표에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의료안전망(NHSN) 보고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의 지불 프로그램과 묶여 사실상 의무로 돌아간다.

그 토대 덕에 전국 추계가 나온다. 2023년 기준 내성균 감염은 연 970만건, 사망은 5만800명(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포함)으로 추산됐고, CRE만 따로 입원환자 1만4878건, 사망 1252명, 의료비 1억7400만달러로 집계됐다.

독일은 균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대신 법이 위생인력을 세운다

독일로 가면 순위표 자체가 없다.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산하 병원위생·감염예방위원회(KRINKO)는 그람음성균을 '3MRGN·4MRGN'으로 분류한다.

아실우레이도페니실린, 3세대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플루오로퀴놀론 네 계열 가운데 세 계열에 내성이면 3MRGN, 네 계열 모두면 4MRGN이다.

카바페넴 내성은 4MRGN으로 1인 격리가 권고된다.

균을 줄 세우는 대신 '얼마나 안 듣느냐'로 칸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 밑에는 법이 있다.

감염예방법(IfSG) 7조는 카바페넴분해효소를 만들거나 메로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장내세균·아시네토박터가 검출되면 보건당국에 의무 신고하도록 한다. 2016년 추가된 이 조항은 올해 7월 개정된 현행 법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23조는 각 주가 조례로 병원 위생의사와 위생전문인력 배치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한다.

사람을 법으로 세워 둔 것이다.

전담의사를 둔 병원이 21곳 중 1곳뿐이던 한국 조사 결과와 곧바로 겹쳐 읽힌다.

일본은 감시는 자율로, 돈은 수가로 받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운영하는 원내감염 감시체계 JANIS는 병원이 자율로 참여한다. 2026년 1월 기준 5천여 기관이 들어와 있다.

대신 CRE 감염은 2014년부터 감염증법상 '5류 전수신고' 대상이어서 모든 사례를 보고해야 한다.

신고 기준은 지난해 4월 카바페넴분해효소 확인 중심으로 손질됐다.

역시 균에 종합 순위를 매기는 공식 틀은 없다.

일본이 택한 지렛대는 돈이다.

진료보수 항목에 '감염대책향상가산'(A234-2)을 둬 1~3등급에 입원 첫날 710·175·75점을 얹어 준다.

감염관리에 사람을 붙이면 수가로 보상하는 구조다.

국가 차원의 항생제내성 행동계획(2023~2027)도 균 순위가 아니라 항생제 사용량 목표로 간다. 2020년 대비 2027년 전체 사용량 15% 감축 같은 식이다.

균의 질병부담은 2017년 기준 MRSA와 플루오로퀴놀론내성 대장균 두 종만으로도 연 8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2019년 추계된 바 있다.

한국엔 신고 의무도 수가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비어 있다

한국에 토대가 없는 건 아니다.

CRE는 2017년 6월부터 2급 법정감염병 전수감시 대상으로, 환자나 보균자가 생기면 24시간 안에 신고해야 한다.

독일·일본과 같은 의무 신고 장치를 이미 갖춘 셈이다.

감염예방관리료도 2016년 건강보험 수가로 들어와, 감염관리실 설치와 전담인력,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 참여를 요건으로 돈을 붙였다.

신고와 수가라는 두 기둥은 서 있다.

빈 칸은 '사람', 그중에서도 의사다.

감염예방관리료는 전담'간호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독일처럼 병원 위생의사를 법으로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전담의사가 1곳, 환경관리 전담인력이 1곳뿐이었던 건 그 설계의 그림자다.

순위표가 'CRE에 격리실을 먼저 쓰라'고 말해도, 격리실을 운영할 사람과 공간이 병원마다 있어야 작동한다.

한국안이 해외보다 앞선 대목도 분명히 있다.

미국·독일·일본 어디에도 다제내성균 6종을 보균율·사망률·비용·재원기간까지 묶어 하나의 종합 순위로 만든 공식 틀은 없다.

WHO와 미국 CDC의 등급은 세계·전국 단위 우선순위이고, 독일과 일본은 분류와 신고에 가깝다.

한국은 실제 입원환자 데이터로 '어느 균에 자원을 먼저 쓸까'를 수치로 답하려 했다.

다만 그 답대로 움직일 격리실과 전담의사가 병원마다 있느냐가 관건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CRE 감염증 감소전략과 지역 의료기관 네트워크 중심의 의료관련감염병 관리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CRE 조기 선별검사 강화, 격리·환경관리 지원과 표준화, 감염관리 인력 확대는 국정과제로 추진한다.

다만 인력 확충의 규모나 격리실 지원의 시행 시점, 의견수렴 일정은 이번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순위표는 나왔다. 1순위를 격리할 병실과 그 병실을 지킬 사람을 누가, 언제까지 채울지는 정부가 아직 답하지 않았다.

취재에 참고한 자료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의료기관 다제내성균 감염관리 우선순위 제시'(2026년 10월 28일)에서 한국 연구의 수치를 옮겼다.

세계보건기구 '세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 2024'(2024년 5월 17일 발표)에서 CRE의 '핵심' 등급과 목록의 목적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항생제내성 위협 보고서'(2026년 10월 27일 공개 포털)와 CRE 항목·전국 추계 페이지에서 긴급 등급과 970만건·5만800명·CRE 1만4878건 수치를 확인했다.

독일은 로베르트코흐연구소 KRINKO의 MRGN 분류 권고와 감염예방법(IfSG) 7조·23조 현행 법령문(2026년 7월 개정 반영)으로, 일본은 국립건강위기관리연구기구(JIHS)의 CRE 신고 안내와 후생노동성 AMR 행동계획·진료보수 자료로 확인했다.

나라마다 기준 단위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WHO·미국은 전 세계·전국 우선순위, 독일·일본은 분류와 신고, 한국은 21개 병원 표본의 종합 순위여서 조사 범위와 산출 방식이 서로 다르며, 사망률은 균 자체의 직접 사망이 아닌 전체 사망률(all-cause)로 해석해야 한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