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 변두리 다세대주택에 사는 김모(85) 할머니는 장기요양 1등급이다.

거의 누워 지낸다.

딸은 직장에 나가고, 낮 동안 요양보호사가 세 시간씩 들어와 식사와 몸 돌보기를 돕는다.

올해 할머니가 이렇게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방문요양은 한 달에 많아야 44회였다.

내년부터는 48회까지 늘어난다.

보건복지부가 10월 30일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의결한 2027년 개편의 뼈대가 여기에 있다.

중증, 그러니까 1·2등급 어르신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급여 월 최대 이용료의 10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1등급은 251만2,900원에서 289만1,400원으로, 2등급은 233만1,200원에서 268만2,300원으로 오른다.

둘 다 15.1% 인상이다.

시설에 들어가야만 쓸 수 있던 만큼의 돌봄을 살던 집에서도 채우게 하겠다는 뜻이다.

숫자를 뜯어보면 설계 의도가 더 분명하다. 2027년 노인요양시설 1등급 하루 수가는 9만6,380원이다.

여기에 30일을 곱하면 289만1,400원, 재가 월한도와 정확히 같다.

집에서 받는 한도를 시설 한 달치에 딱 맞춘 것이다.

집에서 늙고 싶다는 바람은 어느 나라나 같다.

다만 그 길에 깔린 토대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이 집어 든 '시설의 100%'라는 기준은, 비슷한 제도를 먼저 만든 나라 어디에도 같은 모양으로 있지 않다.

한국은 '집에서 받는 돈'을 시설과 같은 선에 올렸다

그동안 재가 한도는 시설보다 낮았다.

중증 어르신이 집에 머물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총량이 시설보다 적었고, 그래서 더 두꺼운 돌봄이 필요해지면 시설로 옮기는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2027년 개편은 그 격차를 중증 구간에서 지웠다. 3시간 방문요양을 쓰는 1등급은 월 44회에서 48회로, 2등급은 40회에서 45회로 이용 횟수가 늘어난다.

복지부는 집에서의 돌봄을 두껍게 하려고 주변 장치도 함께 손봤다.

한 기관에서 방문요양·방문간호·주야간보호를 묶어 쓰는 통합재가서비스 제공기관을 2026년 7월 418곳에서 2027년 700곳으로 늘린다.

재택의료센터는 463곳에서 500곳으로, 방문간호사 방문당 가산액은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린다.

집을 시설처럼 쓰겠다는 쪽으로 제도 전체를 기울인 셈이다.

일본은 집과 시설을 아예 다른 칸에 둔다

한국 장기요양보험이 많이 참고한 일본의 개호보험(2000년 시행)은 정반대 방향으로 선을 긋는다.

집에서 받는 서비스에는 요개호도별로 '구분지급 한도기준액'이 있다.

가장 무거운 요개호5는 월 3만6,217단위, 대략 36만2천 엔어치다.

그런데 특별양호노인홈 같은 시설 서비스는 이 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집은 집대로 한도를 두고, 시설은 시설대로 별도 칸에서 굴러간다.

일본은 집에서 받는 한도를 시설 비용에 맞춰 올리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두 영역을 평행선으로 둔 채, 집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지역과 가족이 메운다고 보는 설계다.

결정적으로 일본 개호보험에는 가족이 돌볼 때 주는 현금급여가 아예 없다.

제도를 만들 때 독일식 현금급여를 검토했지만, 여성을 집안 돌봄에 묶어 '돌봄의 사회화'를 가로막는다는 반대에 밀려 넣지 않았다. 65세 이상이 내는 1호 보험료는 2024~2026년 전국 평균 월 6,225엔이다.

독일 돌봄의 뿌리엔 '가족에게 주는 현금'이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게 일찍(1995년) 장기요양보험을 만든 독일은 또 다른 토대 위에 서 있다.

독일은 집에서 돌볼 때 두 갈래를 준다.

전문기관이 들어오는 현물급여(2025년 기준 최중증 월 2,299유로)와, 가족이 직접 돌볼 때 가족에게 건네는 현금급여(월 347~990유로)다.

현금급여는 등급이 올라갈수록 커지고, 전국 어디서나, 집안에서 돌보는 가족에게 지급된다.

현금급여는 전문서비스나 시설보다 일부러 낮게 설계돼 있다.

최중증 시설급여가 월 2,096유로인데 가족 현금은 990유로다.

그래도 가족 돌봄을 '제대로 된 노동'으로 치고 돈을 쥐여준다는 원칙이 독일 제도의 중심에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이름의 가족요양비가 있긴 하다. 2026년 기준 월 24만450원, 등급과 무관하게 정액이고, 그나마 섬·벽지처럼 기관을 쓰기 어려운 곳으로 대상이 좁다.

한국의 돌봄은 압도적으로 '현물 서비스'로 짜여 있다.

세 나라를 겹쳐 놓으면 한국의 선택이 도드라진다.

일본은 집 한도를 시설과 떼어 놓고 가족 현금을 두지 않았고, 독일은 가족에게 현금을 쥐여 집을 받친다.

한국은 가족 현금도 얇은 채로, 집에서 받는 전문 서비스의 한도를 시설과 같은 높이까지 올렸다.

가족에게 떠넘기지 않고 전문 돌봄으로 집에서의 생활을 받치겠다는 쪽이라면, 한국안은 두 나라보다 '집에 머무를 권리'를 오히려 더 넓게 열어 준 것이기도 하다.

세금이 절반인 일본, 한 푼도 안 넣는 독일, 그 사이 한국

돈을 누가 대느냐로 가면 토대 차이가 더 선명하다.

일본은 개호보험 급여비의 절반을 세금으로 댄다.

국가 25%,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각각 12.5%다(재가 기준, 시설은 국가 20%).

보험료는 나머지 절반이다.

반대로 독일은 원칙적으로 세금을 넣지 않는다.

노사가 반씩 내는 보험료로만 굴린다. 2026년 44억 유로대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연방정부는 보조금이 아니라 32억 유로 '대출'로 메운다.

세금으로 떠받치지 않는다는 선을 위기에도 지키는 셈이다.

한국은 그 사이에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국가가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한다.

문제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다.

이 때문에 20%가 늘 채워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번 장기요양위원회도 부대의견으로 보험료 예상수입의 20% 이상 국비 지원을 명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는 사이 보험료는 오른다.

소득 대비 보험료율은 2026년 0.9448%에서 2027년 0.9994%로 5.78% 오르고, 가입자 세대당 월 보험료는 1만9,029원에서 2만129원으로 1,100원 늘어난다.

'시설만큼'을 집에서 하려면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번 개편의 나머지 절반이 종사자 처우에 쏠린 건 우연이 아니다.

복지부는 2014년 이후 묶여 있던 원거리 교통비용을 전 구간 30% 올리고, 유급휴일 방문요양 가산율을 60%로 높이며, 종일방문요양 수가에 주휴수당을 반영했다.

섬·벽지까지 방문요양·방문간호가 돌아가게 하려는 조치들이다.

집에서 시설만큼의 돌봄을 하겠다는 약속은, 그 집을 찾아갈 요양보호사와 간호사가 있어야 성립한다.

독일은 가족이, 일본은 가족과 지역이 한도 바깥을 메우는 구조다.

한국은 전문 인력의 현물 서비스로 시설급 돌봄을 집까지 끌고 가겠다고 했다.

세 길 가운데 사람 손이 가장 많이 드는 쪽이다.

월급제 전담 요양보호사를 두는 정기순회·수시대응형 시범사업, 700곳으로 늘리는 통합재가기관이 그 바탕인데, 인력이 그만큼 따라붙을지는 아직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다.

의결은 끝났지만 적용은 2027년이다.

수가와 보험료율은 이번에 정해졌고, 처우개선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과 국고 20%를 못 박는 개정안은 국회에 걸려 있다.

복지부는 제4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을 짜면서 가입자·공급자 위원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남은 질문은 두 가지다.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를 떼고 국가가 몫을 확실히 질 것인가.

그리고 '시설의 100%'를 집에서 실제로 채울 사람을, 섬과 벽지까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취재에 참고한 자료

보건복지부 '중증 어르신 재가 돌봄 월 이용 한도액 최대 37만 원 인상' 보도자료(2026년 10월 30일)에서 한국의 한도액·수가·보험료율을 옮겼다.

일본 자료는 후생노동성과 지자체가 공개한 구분지급 한도기준액(요개호5 월 3만6,217단위), 제9기 1호 보험료 전국 평균 6,225엔(2024년 5월 발표), 개호보험 재원의 공비 50% 구성을 확인했고, 현금급여를 두지 않은 배경은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등 연구 자료로 보완했다.

독일 자료는 연방보건부의 보험료율(2025·2026년 3.6%, 무자녀 4.2%)과 재원이 세금이 아닌 보험료라는 설명, 소비자단체·공적기관이 정리한 현금급여(월 347~990유로)·현물·시설급여 금액을 썼다.

유로 환산에는 2026년 10월 30일 환율(1유로=약 1,496원)을 참고용으로만 적용했다.

세 나라는 등급 체계와 기준 단위(단위·엔·유로·원)가 모두 달라, 표와 그래프의 같은 칸이라도 금액을 1대1로 견주기는 어렵다는 점을 밝혀 둔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