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온라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정기국회 정무위원회 테이블에 다시 올랐지만, 정작 법의 운명을 가르는 건 조문의 수사가 아니라 숫자 몇 개다.
매출 얼마, 시가총액 얼마, 이용자 몇 명.
지배적 플랫폼 지정기준이라 불리는 이 문턱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규제 대상은 수십 개에서 네댓 개로, 다시 극소수로 좁혀진다.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입법 경과와 국회 계류안, 그리고 유럽연합(EU)·일본·독일의 플랫폼 규제 설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사전지정제냐 사후추정이냐의 선택이 곧 자사우대·멀티호밍 금지라는 핵심 규율이 '실제로 누구에게 적용되는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으로 나타났다.
법의 세기는 금지 행위의 목록이 아니라, 그 그물에 몇 마리가 걸리느냐로 정해진다는 얘기다.
논의의 뿌리는 짧지 않다.
플랫폼 독과점을 겨냥한 입법 시도는 몇 해에 걸쳐 이름과 형태를 바꿔 왔다.
공정위는 2024년 초만 해도 유럽식 사전지정 모델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그해 9월 '사전 규제와 다를 바 없다'는 업계 반발과 통상 마찰 우려에 밀려 사후추정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입법 동력이 다시 붙으면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온플법을 민생법안으로 밀어붙이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 압박과 산업·외교 당국의 신중론이 변수로 남아 있어, 독과점 규율(사전지정 성격)은 뒤로 미루고 갑을관계를 다루는 거래공정화 쪽을 먼저 떼어 심사하자는 절충론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사전지정제와 사후추정은 뭐가 다른가
두 방식의 차이는 '언제 그물을 던지느냐'에 있다.
사전지정제는 규제기관이 특정 기업을 미리 지배적 플랫폼으로 못 박고,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 같은 반칙 행위를 애초에 금지한다.
위반이 드러나면 시장 획정이라는 긴 입증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제재할 수 있어 속도가 빠르다.
반면 사후추정은 일정 요건을 넘긴 사업자를 '지배적 지위로 추정'하되, 실제 제재는 남용 행위가 포착된 뒤 사안별로 따지는 구조다.
기업에 반증의 기회를 주고 과잉 규제를 피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만큼 집행은 더디고 입증 부담은 당국으로 돌아온다.
공개된 추정 기준을 보면 문턱의 윤곽이 드러난다.
사후추정안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면서 이용자 수가 1000만 명 이상인 경우,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점유율 합이 85% 이상이고 각 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 명 이상인 경우를 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여기에 더해 평균 시가총액 또는 공정시장가치 30조 원 이상, 연평균 매출액 3조 원 이상, 월평균 이용자 1000만 명 이상 또는 이용사업자 5만 개 이상이라는 신고 의무 기준이 겹쳐 있다.
규율 분야는 중개·검색·동영상·사회관계망서비스(SNS)·운영체제(OS)·광고 등 6개로, 금지되는 반경쟁 행위는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 등 네 가지가 뼈대다.
숫자를 조금만 손보면 사정권이 크게 출렁인다.
점유율 기준을 60%에서 50%로 내리면 중견 플랫폼까지 걸리고, 이용자 문턱을 1000만에서 2000만으로 올리면 지역·특화 서비스는 통째로 빠진다.
과거 공정위가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추산만 해도 규제 예상 기업이 18~19개에서 몇 곳으로 오르내렸다.
현재 거론되는 사전지정 후보는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정도다.
결국 '지배적 플랫폼 지정기준 순위'를 어디서 끊느냐가 이 법의 실질적 적용 명단을 만든다.

본지는 이 대목에서 세 가지 명제를 제시한다.
첫째, 본지 분석에 따르면 사전지정제와 사후추정의 대립은 '규제의 강도' 논쟁이 아니라 '집행 속도와 입증 책임의 재분배' 문제다.
금지 행위 목록 자체는 두 방식이 거의 같다.
다르게 걸리는 건 걸리는 시점과, 걸렸을 때 누가 입증 부담을 지느냐다.
둘째, 본지의 결론으로는 문턱을 높게 잡아 대상을 극소수로 좁힐수록 자사우대·멀티호밍 금지의 '상징성'은 커지되 '산업 전반의 행태 교정' 효과는 작아진다.
거대 플랫폼 네댓 곳만 묶으면 나머지 중형 플랫폼의 관행은 손대지 못한 채 남는다.
셋째, 토종 기업만 촘촘히 걸리고 해외 빅테크는 집행 공백으로 빠져나가는 '역차별' 위험은 문턱 수치가 아니라 집행 수단—국내 대리인 지정, 자료 제출 강제, 과징금 산정 방식—에서 갈린다.
지배적 플랫폼 지정기준, 매출·시총·이용자 수 문턱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해외 사례는 문턱 설계의 폭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가장 선명한 사전지정형이다.
역내 연매출 75억 유로(환산 약 11조 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10조 원) 이상, 월간 최종이용자 4500만 명 이상, 연간 비즈니스 이용자 1만 개 이상이라는 정량 요건을 3개 회계연도 연속 충족하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다.
검색·SNS·앱 유통 등 이른바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콕 집어 묶고,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이면 20%까지 과징금을 물린다.
한국 사후추정안의 시총 30조·매출 3조 문턱이 EU보다 한참 낮다는 점은, 뒤집어 보면 한국 기준이 중견 기업까지 잠재적으로 포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일본은 다른 길을 걸었다. 2024년 제정해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은 전 분야를 겨냥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앱스토어·브라우저·검색이라는 특정 소프트웨어로 대상을 좁히고, 연간 활성 이용자 4000만 명가량을 지정 기준선으로 삼는다.
사실상 애플과 구글을 정조준한 '정밀 타격형'이다.
대체 앱스토어 차단, 자사 결제 강제, 외부 링크 유도(안티스티어링) 제한을 금지하는 등 규율도 모바일 생태계에 특화돼 있다.
넓게 던지는 EU, 좁게 겨누는 일본의 대비가 뚜렷하다.
독일은 숫자가 아니라 성격으로 가른다.
경쟁제한방지법(GWB) 제19a조는 연방카르텔청이 '복수 시장에 걸친 압도적 경쟁상 중요성'을 지닌 기업을 사례별 심사로 지정하도록 한다.
재무적 힘, 데이터 접근성, 수직 통합, 생태계 장악력 같은 정성 요건을 따지고, 기업에는 객관적 정당화 사유를 소명할 길을 열어 둔다.
획일적 수치 대신 당국 재량으로 핵심 기업을 집어내는 방식이어서, 사전지정과 사후추정의 중간 지대에 가깝다.
한국이 어느 모델에 몸을 맞추느냐에 따라 집행의 예측가능성과 유연성 사이 균형점이 달���진다.
규제 대상 플랫폼은 몇 개로 좁혀지나, 그리고 누구에게 유리한가
문턱은 중립적인 숫자가 아니다.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득실이 정반대로 엇갈린다.
본지가 '규제 방식(사전지정↔사후추정)'과 '문턱 수준(고문턱·극소수 지정↔저문턱·대상 확대)'이라는 두 축으로 독자 유형별 유불리를 매핑한 결과, 같은 법을 두고도 바라는 그림이 판이하게 달랐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셀러에게는 사전지정과 낮은 문턱이 유리하다.
분쟁이 터진 뒤가 아니라 터지기 전에, 더 많은 플랫폼을 상대로 빠르게 보호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 플랫폼 분쟁조정 신청은 2022년 111건에서 2024년 333건, 2025년 440건으로 3년 새 네 배 가까이 불었고, 입점업체가 떠안는 거래비용은 월평균 매출의 21.7%, 일부는 최대 45%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반대편에 토종 플랫폼이 있다.
네이버·카카오로서는 사후추정과 높은 문턱이 차라리 낫다.
지정 자체를 최소화하고, 걸리더라도 반증과 소명의 여지를 확보하는 쪽이 유리하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국내 기업만 촘촘히 걸리고 글로벌 빅테크는 집행 공백으로 빠져나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구글·애플 같은 해외 사업자는 겉으로는 사후추정·고문턱을 선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상 압박이라는 별도의 지렛대를 쥐고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자유기업원 등 일부에서는 온플법 도입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3%가량 끌어내릴 수 있다며 미국식 사후규제를 주장하는데, 이는 규제 비용을 최대치로 잡은 추정이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신규 진입을 노리는 스타트업의 처지는 또 다르다.
거대 사업자만 묶는 고문턱 사전지정은 이들에게 '경쟁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깔아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자사우대와 멀티호밍 제한이 금지되면, 작은 서비스도 지배적 플랫폼 위에서 동등하게 노출되고 복수 플랫폼을 넘나들 자유를 얻기 때문이다.
다만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져 자신까지 규제 그물에 들어오는 순간, 성장 단계의 기업에는 과도한 준법 비용이 족쇄가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사우대 없는 검색·추천과 멀티호밍 보장이 선택권을 넓히지만, 규제 비용이 수수료·광고가로 전가될 경우 체감 이득은 줄어든다.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를 한 장의 표로 그려 보면, 단일한 정답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입법의 핵심 난제다.
그래서 본지의 권고는 문턱 수치 논쟁에 매몰되지 말자는 것이다. 60%냐 50%냐, 1000만이냐 2000만이냐의 공방은 상징적이되 결정적이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지정 명단에 오른 소수에 대해 자사우대·멀티호밍 금지를 '실제로' 집행할 수단—해외 사업자에 대한 역외 적용과 국내 대리인 의무, 자료 제출 불응 시 제재, 임시중지명령 같은 신속 장치—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극소수만 지정하는 고문턱 모델을 택한다면 집행의 실효성으로 좁은 적용범위를 벌충해야 하고, 저문턱으로 넓게 덮는다면 중소 플랫폼의 준법 부담을 덜어줄 단계적 적용과 면제 장치가 필요하다.
문턱은 입구일 뿐, 법의 성패는 그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1월 2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사후추정 지정기준(점유율 60%·이용자 1000만, 3개사 85%·각 2000만, 시총 30조·매출 3조·이용사업자 5만)과 6개 규율분야·4대 금지행위, 공정위의 2024년 9월 사전지정→사후추정 선회, 정기국회 정무위 상정 및 민생법안 추진 경과는 공정거래위원회 입법 발표와 국회 입법현황, 국내 경제지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EU DMA 정량 요건(연매출 75억 유로·시총 750억 유로·월 이용자 4500만·연 사업자 1만, 과징금 최대 매출 10~20%)은 EU 집행위 및 관련 기관 자료로, 일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과 독일 GWB 제19a조는 각국 경쟁당국·전문 분석 자료로 확인했다.
유로-원 환산액은 환율 변동에 따른 추정치이며, 규제대상 기업 수(18~19개 등)와 GDP 영향 추정은 발표 주체·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추산임을 밝힌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항목 | 수치 | 비고 |
|---|---|---|
| 사후추정안 단독 시장 점유율 | 60% 이상 | 이용자 수 1000만 명 이상 조건 동반 |
| 사후추정안 단독 이용자 수 | 1000만 명 이상 | 점유율 60% 이상 조건 동반 |
| 사후추정안 3개 이하 회사 점유율 합 | 85% 이상 | 각 사별 이용자 2000만 명 이상 조건 동반 |
| 사후추정안 각 사별 이용자 수 | 2000만 명 이상 | 3개 이하 회사 합산 기준 |
| 신고 의무 평균 시가총액·공정시장가치 | 30조 원 이상 | EU보다 낮은 수준 |
| 신고 의무 연평균 매출액 | 3조 원 이상 | |
| 신고 의무 월평균 이용자 | 1000만 명 이상 | 또는 이용사업자 5만 개 이상 |
| 신고 의무 이용사업자 수 | 5만 개 이상 | 월평균 이용자 기준의 대체 요건 |
| 규율 분야 수 | 6개 | 중개·검색·동영상·SNS·OS·광고 |
| 금지 반경쟁 행위 수 | 네 가지 |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 |
| 점유율 기준 하향 시나리오 | 60%→50% | 중견 플랫폼까지 포괄 |
| 이용자 문턱 상향 시나리오 | 1000만→2000만 | 지역·특화 서비스 제외 |
| 공정위 비공식 규제 예상 기업 수 | 18~19개 | 몇 곳으로 오르내림 |
| EU DMA 역내 연매출 요건 | 75억 유로(환산 약 11조 원) 이상 | 게이트키퍼 지정 |
| EU DMA 시가총액 요건 | 750억 유로(약 110조 원) 이상 | |
| EU DMA 월간 최종이용자 | 4500만 명 이상 | |
| EU DMA 연간 비즈니스 이용자 | 1만 개 이상 | 3개 회계연도 연속 충족 |
| EU DMA 과징금 상한 |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 반복 위반 시 20%까지 |
| 일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 지정 기준선 | 연간 활성 이용자 4000만 명가량 | 2024년 제정, 애플·구글 정조준 |
출처: 공정거래위원회·본지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