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의 신축-구축 가격격차가 10억원을 돌파했다. 본지가 민간 시세업체의 연식별 매매가 통계와 입주물량 추계, 그리고 일본·영국·미국의 주택 가격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와 10년 초과 구축 사이의 서울 평균 매매가 격차는 2026년 1분기 처음으로 10억원 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1~5년 신축이 약 24억9000만원, 10년 초과 구축이 약 14억9000만원으로 벌어졌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 1분기만 해도 이 격차는 8억원대였다. 짧은 기간에 1억8000만원 넘게 더 벌어진 셈이다. 10억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적 고점을 넘어, 같은 도시 안에서 새 집과 헌 집을 가르는 선이 어느새 아파트 한 채 값만큼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분기점이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가격 상승처럼 읽힌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새 아파트와 낡은 아파트의 몸값이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한쪽은 위로 치솟는데 다른 쪽은 제자리걸음에 가깝고, 그 간극이 해가 갈수록 넓어지는 구조다.

본지는 이 격차를 만든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의 신축 프리미엄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얼마나 유별난 것인지를 하나씩 따져봤다.

격차의 크기보다 그 격차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굳어졌는지가 앞으로의 시장을 읽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신축-구축 가격격차 10억 돌파, 어떻게 벌어졌나

출발점은 공급이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1만7700가구로,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다.

지난해 공급된 3만2000여 가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2019년 4만6000여 가구와 견주면 38% 선까지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이것이 바닥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27년 입주 예정 물량은 1만8000여 가구로 소폭 늘지만, 2028년에는 다시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 199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새 아파트가 귀해진 게 아니라 씨가 마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주택 공급은 착공에서 입주까지 통상 3~5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의 입주 절벽은 몇 해 전 인허가와 착공이 함께 얼어붙었던 시기의 그림자가 뒤늦게 시장에 드리운 결과다.

공급의 시차가 길다는 것은, 지금 당장 정책을 바꿔도 체감되는 물량 회복까지는 다시 수년이 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급이 줄어든 자리에는 분양가가 치고 들어왔다.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21년 2799만원에서 2022년 3477만원, 지난해 5131만원을 거쳐 2026년 5401만원까지 올랐다. 5년 새 거의 두 배다.

철근·시멘트·레미콘 등 주요 자재값이 2021년 대비 20~30% 뛰었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착공을 미루는 단지가 적지 않다.

규제가 가격을 누르려다 공급을 함께 누른 역설이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당장은 청약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이 돌아가지만, 조합과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해 사업을 미루거나 접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새로 짓는 물량 자체가 줄면서, 이미 지어진 신축의 희소가치가 고스란히 가격으로 전가됐다.

누르려던 가격은 분양 시장이 아니라 기존 신축 거래 시장에서 다시 솟아오른 셈이다.

수요 쪽 변화도 뚜렷하다.

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이른바 얼죽신 선호가 30·40대 실수요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커뮤니티 시설, 지하주차장, 단열·층간소음 성능 같은 주거 품질 차이가 과거보다 훨씬 크게 벌어지면서, 같은 입지라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새 아파트를 택하는 흐름이 굳어졌다.

과거에는 역세권이나 학군 같은 입지가 집값의 거의 전부를 설명했다면, 이제는 같은 블록 안에서도 준공 연도가 몇 년 차이 나는 것만으로 수억원의 격차가 벌어진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신축 매매가는 서울 21.7%, 경기 10.7%, 인천 12.7% 올라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구축은 서울 21.6%로 엇비슷했지만 경기는 7.8%, 인천은 1.8%에 그쳤다.

수도권 외곽으로 갈수록 신축만 홀로 뛰는 양극화가 선명하다.

서울에서는 신축과 구축이 함께 오르며 전반적인 상승장을 이뤘지만, 경기·인천으로 나갈수록 구축은 상승 대열에서 밀려나 사실상 다른 시장으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반전도 있다.

연식별 양극화의 방향이 수도권과 지방에서 정반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수도권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살아난 준공 20년 초과 노후 단지가 6.59% 올라 5년 이하 신축(3.64%) 상승률을 앞질렀다.

낡았지만 미래의 신축이 될 수 있는 땅값을 산 것이다.

즉 수도권 노후 단지의 가격에는 지금 그 집에 사는 값이 아니라, 언젠가 헐고 다시 지었을 때의 값을 미리 당겨온 기대가 얹혀 있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5년 이하 신축이 2.81% 오른 사이 20년 초과 단지는 오히려 0.83% 내렸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재건축 사업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지방에서는, 낡은 단지에 미래 가치를 붙여줄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 3.3㎡당 평균 매매가가 준공 1~5년 2092만원, 6~10년 1776만원, 10년 초과 1439만원으로 연식에 따라 계단식으로 내려가는 구조는 같지만, 그 계단을 만드는 동력은 지역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같은 양극화라는 단어로 묶이지만, 수도권의 양극화가 기대를 먹고 자라는 것이라면 지방의 양극화는 노후 자산의 완만한 소멸에 가깝다.

신축-구축 가격격차, 일본·영국·미국과 비교하면

그렇다면 한국의 신축 프리미엄은 세계적으로 유별난 수준일까.

연식에 따라 집값이 갈리는 현상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 폭과 원인은 사회마다 크게 다르다.

세 나라를 같은 잣대 위에 올려놓고 보면 한국의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닮았다. 2026년 기준 전국 신축 분양 아파트(맨션) 가격은 중고의 약 1.6배로 추정되고, 도쿄 23구에서는 비슷한 입지의 재판매 물건이 신축보다 40~60% 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다만 결이 다르다.

일본의 신축 선호는 수급보다 구조와 문화에서 온다.

목조 주택은 20여 년이면 건물 가치가 사실상 0에 수렴하도록 세제·회계가 설계돼 있고, 새것을 선호하는 오랜 소비 관행이 중고 가격을 눌러왔다.

지진이 잦은 환경에서 내진 기준이 꾸준히 강화돼 온 탓에, 오래된 건물일수록 안전에 대한 불안이 가격을 끌어내리는 측면도 있다.

한국의 격차가 새 집이 모자라서 벌어진 것이라면, 일본의 격차는 헌 집의 가치가 빠르게 소멸하도록 제도화돼서 생긴 것에 가깝다.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쉽게 좁혀질 성질의 격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과는 처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영국은 또 다르다.

영국 통계를 보면 2026년 신축 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평균 30% 비싸게 팔렸다. 2016년 23.7%였던 신축 프리미엄이 10년 사이 더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전국 평균 뒤에 숨은 편차가 한국보다 훨씬 거칠다.

잉글랜드 북동부에서는 신축이 기존 주택보다 60% 가까이 비싼 반면, 런던에서는 오히려 10.5% 싸게 팔린다.

집값이 이미 높은 런던에서는 신축이라는 프리미엄이 가격에 추가로 얹히기 어렵지만, 집값이 낮은 지방에서는 새 아파트가 지역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고급 상품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플랫)는 신축 프리미엄이 59%에 이르지만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

영국의 신축 프리미엄은 지은 지 얼마 안 됐다는 사실보다, 분양 마케팅과 보증·금융 혜택이 얹힌 일종의 거래 비용 성격이 강해, 되팔 때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새 차를 사서 몰고 나오는 순간 값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 일부 섞여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예 반대 극단에 가깝다.

상태가 좋은 오래된 집이 새로 짓는 비용보다 비싼 경우가 흔하다.

입지와 학군, 관리 상태가 집값을 좌우하기 때문에 연식은 수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할인 요인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주택이 품은 넓은 대지, 성숙한 가로수와 생활 인프라, 역사적 건축 양식이 프리미엄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100년 된 벽돌집이 프리미엄을 누리는 시장과, 10년 넘은 아파트가 신축 대비 10억원 할인되는 시장은 집에 값을 매기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

미국의 사례는 연식이 곧 할인이라는 한국 시장의 상식이 결코 보편적인 법칙이 아님을 보여준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한국의 신축-구축 격차는 일본형 제도·문화와 영국형 거래 프리미엄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수급 충격이 주도한 격차다.

입주물량 급감이라는 공급 변수가 선호 변화와 맞물려 단기간에 격차를 10억원대로 밀어 올렸다.

일본처럼 헌 집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깎아내린 것도 아니고, 영국처럼 분양 단계에서만 반짝 붙는 거품도 아닌, 실수요가 실제로 움직인 결과라는 점이 한국 격차의 특징이다.

둘째, 그런 만큼 이 격차는 공급이 회복되면 일정 부분 좁혀질 수 있는 순환적 성격을 품고 있다.

다만 2028년까지 공급 절벽이 예고된 이상, 적어도 향후 2~3년은 격차가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입주물량이 바닥을 향해 가는 구간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질 여지도 있다.

셋째, 수도권 노후 단지의 상승은 신축 수요가 아니라 재건축 기대라는 전혀 다른 연료로 움직이는 만큼, 정비사업 규제의 작은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기대가 꺾이는 순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조정받을 수 있는 자산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격차가 남기는 숙제

격차 자체보다 그 격차가 누구를 밀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신축과 구축의 간극이 10억원이라면, 그 사다리의 중간 칸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생애최초·신혼 실수요가 적당히 낡은 중간 연식 아파트로 갈아타며 자산을 키우던 경로가 막히면, 주거 상향 이동의 통로 하나가 통째로 닫힌다.

과거에는 낡은 집을 사서 몇 년 살며 자산을 불린 뒤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가는 계단식 이동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첫 계단과 다음 계단 사이의 높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벌어졌다.

특히 대출 여력이 빠듯한 젊은 차주일수록 신축의 문턱은 더 높고, 구축을 사자니 미래의 재건축 불확실성까지 떠안아야 한다.

금리가 높은 국면에서는 10억원대 신축에 진입하기 위한 이자 부담 자체가 벽이 되고, 그렇다고 값이 눌린 구축을 택하면 수년을 기다려도 재건축이 성사된다는 보장이 없는 딜레마에 놓인다.

해법은 결국 공급의 예측 가능성으로 돌아온다.

분양가 상한제와 자재비 상승이 겹쳐 사업성이 무너진 구간을 정밀하게 손질하고, 노후 단지의 정비사업 속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미래의 신축 공급 시계를 당기는 일이 급하다.

공급이 몇 년 뒤 어느 정도 나올지 시장이 신뢰할 수 있어야, 지금의 과열된 희소성 프리미엄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동시에 신축 쏠림이 만드는 구축의 저평가가 특정 지역·계층의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번지지 않도록, 리모델링 지원과 노후 인프라 개선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모든 낡은 단지가 재건축에 성공할 수는 없는 만큼, 헐지 않고도 주거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줘야 구축에 묶인 자산이 완만하게 가치를 지킬 수 있다.

격차를 억지로 메우는 것이 아니라, 사다리의 중간 칸을 다시 놓는 접근이어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1월 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서울 신축·구축 평균 매매가(2026년 1분기 신축 약 24억9000만원·구축 약 14억9000만원)와 격차 10억원 돌파, 상승률 비교는 민간 시세업체 집계를 인용한 복수 경제매체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2026년 서울 입주물량 약 1만7700가구(2013년 이후 최저)와 2028년 전망치, 3.3㎡당 분양가 추이(2021년 2799만원→2026년 5401만원)는 입주물량·분양가 관련 복수 보도를 대조했다.

연식별 전국 3.3㎡당 평균가와 수도권·지방의 상반된 양극화는 국내 부동산 전문매체 자료로 확인했다.

일본(신축 약 1.6배)·영국(2026년 신축 프리미엄 평균 30%)·미국의 비교 수치는 각국 현지 시장 자료를 참고했으며, 일부 수치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편차가 있어 추정·약·~기준으로 표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2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