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제공)



[PEDIEN] 의료기관 내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다제내성균에 대한 효과적인 감염관리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질병관리청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송경호 교수팀은 국내 주요 다제내성균 6종의 특성을 분석하고 감염관리 우선순위를 평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 감염관리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기관이 감염관리 자원을 최적의 상태로 활용하도록 돕는 데 목적을 뒀다.

연구팀은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전국 21개 병원 입원환자 49,651명을 대상으로 시점유병률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수, 다제내성균 보균 및 감염 현황, 감염 중증도, 재원 기간, 의료 비용, 균 소실 기간, 그리고 최근 증가 추세와 치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과가 가장 시급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어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과 다제내성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가 다음 순위를 차지했으며,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과 녹농균은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로 평가됐다. 다만, 연구팀은 VRE의 경우 감염 자체로 인한 사망률을 별도로 평가하지 못해 중요도가 다소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유병률 조사에서는 CRE가 1.79%로 가장 높은 보균 시점유병률을 기록했다. VRE, MRSA, MRAB, MRPA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염 시점유병률은 MRSA가 0.53%로 가장 높았고 CRE, VRE, MRAB, MRPA 순으로 조사됐다.

감염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30일 사망률 분석에서는 VRE 감염이 18.6%로 가장 높았으며, CRE, MRSA, MRAB, MRPA 순으로 나타나 감염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균이 6개월 이내에 소실되어 관리가 해제되는 비율은 MRAB가 60.3%로 가장 높았고, MRSA, VRE, CRE, MRPA 순이었다. 또한, 입원 기간 중앙값은 MRPA 및 MRAB 환자가 66일로 가장 길었으며, CRE 60일, VRE 58일, MRSA 44일 순으로 확인됐다.

감염 1건당 발생하는 의료비용 중앙값은 균 종류에 따라 최저 2,900만원에서 최고 5,900만원에 달했다. 특히 CRE 감염의 경우 4,600만원으로, 이는 다제내성균 감염이 환자와 의료 시스템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조기 선별, 격리, 환경 관리, 감염관리 인력 확충 등 예방 중심의 감염예방관리 강화가 사후 치료 부담을 줄이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대응 방안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의료기관별 격리 적용 수준, 감염관리 이행 정도, 감염관리 인력 배치 수준에도 상당한 편차가 존재함이 드러났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조사 대상 21개 병원 모두에 배치되었으나, 감염관리 전담의사를 둔 곳은 단 1개소에 불과했다. 병원의 격리 시행률 역시 균종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모든 참여 병원에서 CP-CRE에 대한 병동 및 중환자실 격리를 시행했지만, MRSA에 대해서는 8개 병원만이 격리를 시행했다.

격리를 시행하는 병원 중에서도 별도의 격리 장소를 운영하는 경우는 10~30%에 불과했으며, 다제내성균 환경 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한 기관은 단 1개소뿐이었다. 이는 감염 관리에 대한 인식과 실행 수준이 기관별로 상이함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국내 주요 다제내성균 6종에 대해 실제 입원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병률, 임상적 중증도, 재원 기간, 의료 비용, 균주 특성 및 감염관리 현황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다기관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임상 데이터에 기반한 질병 부담 분석은 향후 국가 감염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평가된 감염관리 우선순위는 국가 및 의료기관 차원에서 제한된 감염관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대형 병원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고 균종별 사례 수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결과 해석 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송경호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다제내성균의 높은 보균율, 감염률, 사망률, 낮은 관리 해제율 등 임상적·사회경제적 부담을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규모 시점유병률에 대한 정기 조사, 다제내성균 보균자 임상 정보 전달 체계 구축, 능동 감시 및 격리 활동에 대한 재정 지원 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CRE 감염증 감소 전략과 지역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의료관련 감염병 관리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CRE에 대해서는 국정과제로 삼아 조기 선별검사 강화, 격리 및 환경관리 지원 및 표준화, 감염관리 인력 및 현장 지원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의료기관 내 전파를 적극 차단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다제내성균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라며 “특히 CRE의 경우 객관적, 과학적 연구를 통해 높은 질병 부담과 예방 중심 감염관리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CRE 감염증 감소 전략 확대와 지역 기반 대응 체계 고도화를 통해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