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인천 지역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평균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중 주 돌봄자의 10명 중 7명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14일 발표한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실태조사' 결과,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들이 겪는 심각한 현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13세부터 34세까지의 청소년 및 청년 1,14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가족 돌봄에 투입되는 시간은 주당 평균 27시간이었으나, 특히 주 돌봄을 맡은 이들은 주당 39.9시간을 간병에 할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와 맞먹는 수준으로, 생계 부양과 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비율이 78.9%에 달해 이들이 일과 간병 외에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가족 돌봄 청년들의 평균 돌봄 기간은 64개월(5년 4개월)에 달했으며, 성별로는 여성이 68.8%를 차지해 남성(31.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였다. 돌봄 대상은 조모, 아버지, 어머니 순이었으며, 돌봄이 필요한 주된 이유는 중증질환(28.4%), 장애(26.4%), 치매(19.8%) 순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돌봄 부담은 심각한 우울감으로 이어졌다. 주당 3시간 이상 돌봄을 하는 청년의 59.8%가 우울감을 호소했으며, 돌봄 시간이 3시간 미만인 경우에도 54.8%가 우울하다고 답해 아픈 가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20대 청년 A씨는 만성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A씨는 새벽부터 식사 준비, 목욕, 의료 처치, 청소 등 하루 5시간 이상 어머니를 돌보며 주말에만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30대 B씨는 어머니 사망 후 거동이 불편하고 시각장애가 있는 외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인터뷰 참가자 12명 중 8명이 기초생활수급자일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경제적 지원(73.2%)과 돌봄서비스(69%) 등이었으나, 응답자의 42.4%는 공공서비스 이용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해 서비스 안내 및 연계 시스템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연령대별 맞춤 지원과 함께 긴급지원, 생활안정, 미래보호 등 단계별 지원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또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학교, 병원 등과의 연계를 통한 발굴 시스템 구축과 종합 정보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맡은 최혜정 부연구위원은 "가족돌봄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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