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취업과 실업이 언제부터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담긴 연구서가 나왔다. 서울역사편찬원은 근현대 서울의 취업과 실업 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서울역사중점연구 제21권 '근현대 서울의 취업과 실업'을 최근 발간했다.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는 2016년부터 서울의 역사 중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거나 연구가 부족한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편찬되어 왔다. 이 시리즈는 신진 연구자를 육성하고 서울 역사 연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오늘날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취업'과 '실업'이라는 개념은 19세기 말 개항 이후 사회적으로 성립된 근대의 산물이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생업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노동 능력이 있음에도 일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실업'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려웠다. 근대에 들어 고용 계약에 따라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임금 노동이 확산되면서 비로소 '취업'과 '실업'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칼 폴라니의 분석처럼, 근대적 직업 질서의 성립 과정은 곧 노동이 시장에 종속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본래 인간의 생명 활동 그 자체에 속하는 '노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에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근현대 서울은 한국 사회의 취업과 실업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공간이었다. 서울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서 노동력이 집중된 도시였다. 광복 직후 해외 귀환 동포와 6·25전쟁 피난민, 산업화 시기 이농 인구가 차례로 유입되며 만성적인 실업과 불완전 고용이 누적됐다.
이번 연구집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실업조사', 경성부의 공영 직업소개소 운영, 광복 이후 여자 대학생들의 직업관과 취업 문제, 1960~70년대 서울 시내 노점상 단속 등 네 가지 주제를 통해 근현대 서울에서 '직업'과 '실업'이라는 개념이 역사적·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를 통해 취업과 실업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오래된 구조적 문제였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취업·실업 문제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해 성별화된 노동 구조를 살펴보고, 역사학과 국문학의 협업을 통해 노동사 분석 범위를 제도와 구조를 넘어 경험·인식·감정의 차원까지 확장했다. 과거 여성, 하층 노동자, 비공식 노동 종사자들은 반복적으로 취업과 실업의 상황에 놓이며 제도적 보호에서 배제되거나 조건부로만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고용 불안정, 플랫폼 노동, 특수 고용이 확산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취업과 실업 문제가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그 구조 자체임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근현대 서울의 취업과 실업'은 서울시청 지하 1층 '서울책방'과 온라인 책방에서 1만 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무료 열람 가능하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번 논문집을 통해 취업과 실업의 문제를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으로 바라봐 온 통념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서울 역사의 발굴을 위해 연구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테니 연구자와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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