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전북도립미술관이 완주 대아수목원 내 대아스페이스에서 소장품 기획전 '사건은 없다'를 오는 9월 22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소장한 사진 2점과 영상 1점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일상 속의 작고 느린 변화와 흔적에 주목한다.
전시에는 박세연 작가의 'Untitled 6, AS EVER series', 한정식 작가의 '고요', 육근병 작가의 'Nothing'이 전시된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매체와 세대를 아우르지만, 화면에서 구체적인 사건이나 행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관습적인 이미지 읽기에서 벗어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남겨진 것들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박세연의 사진 'Untitled 6, AS EVER series'는 벽면에 남은 흐릿한 사각형의 흔적을 담는다. 무엇이 걸려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물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바래지 않은 벽면이 그 존재와 머물렀던 시간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사라진 대상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대상이 남긴 흔적에 관람객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한정식의 '고요'는 마른 땅을 가로지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곡선의 자국을 보여준다. 1970년대부터 사진에서 대상의 존재성을 지우고 형상을 덜어내는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자국이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특정하지 않는다.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는 표면의 질감과 빛의 계조만이 남아, 무엇이 찍혔는지 알 수 없게 된 화면은 오히려 그곳에 무언가가 존재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육근병의 영상 'Nothing'은 비 내리는 마루를 8분여간 담는다. 촬영 현장의 음향은 모두 제거됐고 화면은 편집 없이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사건을 만들어내는 편집의 구조가 사라진 화면에서 관람객은 비가 내리고 표면이 젖어가는 시간을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1992년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된 미디어 작가인 육근병은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세상에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으면서도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 일들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관람객이 화면에서 무엇을 찾아내기보다, 화면 앞에 오래 머물며 그 안에서 흐르는 시간과 흔적을 바라보는 경험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아스페이스는 전북특별자치도 산림환경연구소와 전북도립미술관의 협업으로 마련된 공간으로, 대아수목원 내에 위치해 산림 휴양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11월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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