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시청



[PEDIEN] 약 1억 년 전,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태화강변은 공룡들이 거닐던 호숫가였음이 학술 연구를 통해 최종 확인됐다. 이곳은 여러 층준에 걸쳐 공룡 발자국의 흔적이 잘 보존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화석 산지로 평가받는다.

울산시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울주군 입암리 화석산지 가치규명 학술연구’의 최종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입암리 화석산지는 중생대 백악기, 약 1억 년 전에 형성된 퇴적층이 분포하며, 최소 7개 층준에서 공룡 발자국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지역이 오랜 세월 동안 공룡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퇴적층에서는 물결자국, 빗방울 자국, 고토양층과 함께 불규칙한 다각형 균열 및 가스 구조 등 다양한 퇴적 구조가 발견됐다. 이러한 지질학적 증거들은 당시 입암리 일대가 우기에는 물에 잠기고 건기에는 일부 노출되는 호수 가장자리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부 다각형 균열과 가스 관련 구조는 퇴적면에 미생물막이 발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러한 미생물 활동이 공룡 발자국의 양호한 보존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처음 확인된 장소 에이에서는 대형 조각류의 사족보행렬이 발견됐다. 이 발자국은 조각류의 생흔속인 카리리크니움에 해당하며,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이 함께 잘 보존된 상태다. 보행렬 분석 결과, 조각류의 골반 높이는 약 1.16m, 이동 속도는 시속 약 2.3km로 추정되어 비교적 느린 속도로 걸었음을 알 수 있다.

인근 장소 시에서는 약 8.2m에 걸쳐 이어지는 사족보행렬과 함께, 보행렬 중앙을 따라 꼬리 끌림 흔적이 확인됐다. 특히 앞발자국이 뒷발자국보다 매우 작고 얕게 나타나는 등 일반적인 육상 보행과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당시 공룡이 몸체 일부가 물에 잠기는 환경에서 이동하면서 부력과 무른 기질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행동학적 가설로 제시했다.

공룡 꼬리 끌림 흔적은 공룡 발자국에 비해 매우 드문 행동 생흔으로, 현재까지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등 9개국에서 약 50여 건만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충북 영동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나, 해당 화석산지는 사면 붕괴로 소실되었다. 이에 따라 입암리 화석산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공룡 꼬리 끌림 흔적 화석 산지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구에서는 입암리 화석산지의 주요 공룡 발자국과 보행 흔적을 3차원 스캐닝과 드론 사진 측량 기법을 활용해 정밀하게 기록했다. 연구진은 학술성, 대표성, 희소성, 보존성, 교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입암리 화석산지가 매우 높은 지질유산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공달용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입암리 화석산지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여러 층준의 공룡 발자국과 보행렬, 희소한 꼬리 끌림 흔적, 다양한 퇴적 구조가 하나의 지질학적 맥락 안에 함께 보존되어 있다”며 “백악기 공룡의 행동과 당시의 환경, 발자국이 형성되고 보존된 과정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 교수는 입암리 화석산지를 울산국가지질공원의 예비 지질명소에서 정식 지질명소로 편입하고, 국가지정유산인 천연기념물 지정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화석층 보호를 위한 관람 시설과 안전 동선을 마련하고, 전문가 입회 하에 피복 퇴적물을 제거하여 추가 화석 분포를 확인할 것을 제시했다. 더불어 선바위, 국수천 습곡, 천전리·대곡리 반구천 암각화와 연계하는 탐방로 구축 방안도 내놓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입암리 화석산지는 약 1억 년 전 태화강 일대의 환경과 공룡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지질유산”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함께 국가지질공원 정식 지질명소 편입 및 천연기념물 지정 가능성을 차근차근 추진해 시민과 학생들이 백악기 울산을 직접 만나는 배움의 장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입암리 화석산지는 지난 2012년 국가유산청의 ‘한국의 지질다양성 울산지역’ 조사에서 처음 확인되었으며, 2025년 울산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 시 예비 지질명소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