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에서 지역 공연예술의 성장 과정과 이를 후원해 온 지역민 및 기업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오는 10월 5일까지 이어지는 주제전시 ‘그 무대, 그 광고: 예술을 지킨 동행’은 과거 연극, 무용, 오페라, 음악 등 공연 팸플릿과 잡지 속 광고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번 전시는 팸플릿 속 작은 광고에 담긴 문장, 이미지, 상호, 로고 등을 통해 당시 사회의 생활상과 가치관, 지역 공연예술을 둘러싼 문화 생태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생활문화 사료를 선보인다. 특히 화가 이인성이 운영했던 아루스 다방의 개점 광고처럼, 당시 문화공간과 예술에 대한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자료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에서는 시대 분위기와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광고 문구들을 만날 수 있다. 해방 이후 최초의 동인지 ‘죽순’ 7집 광고에는 “조국 재건은 나의 힘으로서”라는 문구가 반복되며 당시의 시대 정신을 짐작하게 한다. 1953년 공연 팸플릿의 “꽃다발 사절한다”는 문구는 새로운 공연 관람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광고 속에 담긴 전화번호와 물가의 변화 역시 흥미로운 볼거리다. 일제강점기 국번 없는 세 자리 전화번호가 해방 이후 네 자리로 늘어나는 과정, 1970~80년대 국번이 한 자리에서 두 자리로 바뀌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0년대 팸플릿에는 대학가 미용실 커트 가격이 1000원으로 표기되어 있어 당시의 생활 물가를 짐작하게 한다.
지역 향토 기업들의 성장과 변화상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지역 유통업체였던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자체 신용카드 광고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섰으며, 이후 백화점 내 소극장을 운영하며 문화예술 친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대구은행, 대구백화점, 화성산업 등 지역 기반 기업들의 광고에서는 기업 로고의 변화와 함께 기업이 추구했던 가치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실물 전시가 어려운 광고 자료는 시대별·기업별 영상 콘텐츠로 구성해 선보인다. 또한 예전 광고를 통해 공연예술 생태계를 구성했던 지역 네트워크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지역 예술교육이 활성화되던 시기 수많은 악기사, 피아노사, 무용학원 등이 공연 팸플릿 광고에 참여했으며, 한국전쟁기 교육 수도로 기능했던 대구에서는 출판사와 서점 광고도 활발하게 등장했다.
이번 전시는 공연장 밖에서 예술을 후원해 온 지역 상점과 기업, 시민들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다방, 서점, 피아노사, 양복점, 대학가의 복사집과 호프집,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까지,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역 예술의 성장과 함께해 왔다. 광고에 남은 이들의 흔적은 지역 공연예술을 지탱해 온 또 하나의 문화사를 보여준다.
황보란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우리 지역에는 오랜 세월 공연예술 현장을 후원하며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해 온 후원인들이 있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 후원이 지역 문화 발전에 어떠한 의미를 지녀왔는지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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