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여행의 방식은 다양하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고 미식 탐방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바람을 느끼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바쁜 일상에서 잠시 잊었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경북 울진의 해파랑길이 바로 그런 여행을 선사한다.
지난 10월 23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맛따라 길따라 대명이따라’에서는 배우 김대명과 박지환이 울진 해파랑길 24코스를 걸으며 여행의 소박한 즐거움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푸른 동해를 바라보고 오래된 추억을 나누며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기보다 길 위의 순간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은 날, 좋은 사람, 좋은 음식이라는 여행의 세 가지 요소가 울진 해파랑길 위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해파랑길 24코스는 후포항에서 출발해 거일리와 직산항, 월송정, 구산해수욕장을 거쳐 기성버스터미널까지 약 18km에 이르는 걷기 여행길이다. 대부분 구간이 평탄하여 비교적 걷기 수월하며, 풍경을 감상하고 쉬어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6시간 안팎의 여정을 계획하는 것이 적절하다.
여행의 시작점인 후포항은 정박한 어선들과 싱싱한 수산물이 활기차게 오가는 풍경을 자랑한다. 항구 뒤편 등기산공원에 오르면 후포항과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며, 인근 등기산 스카이워크에서는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멈추는 순간, 일상의 분주함이 조금씩 멀어지며 걷는 여행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후포항에서 북쪽으로 해안길을 따라가면 울진대게 원조마을로 알려진 평해읍 거일리를 만날 수 있다. 거일리 일대의 황금대게공원과 울진대게 유래비는 울진대게의 역사와 어촌의 삶을 전하는 중요한 장소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대게 조형물은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이곳의 바다는 단순한 관광 풍경을 넘어, 오랜 세월 어민들의 삶을 지탱해 온 터전이자 수많은 이야기가 쌓인 공간이다. 울진대게 한 마리에도 먼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민의 수고와 항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하루가 담겨 있다. 여행지에서 음식을 맛보는 것은 그 지역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을 함께 만나는 의미 있는 경험이다.
거일리를 지나 해파랑길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작은 어촌마을 직산항에 닿는다.
직산항은 화려한 관광 시설 대신 소박한 어선과 방파제, 잔잔한 파도 소리가 여행객을 맞이하는 곳이다.
한적한 항구를 따라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춰도 좋다.
이곳은 방송에서 ‘해파랑상회’가 있던 장소이기도 하다.
박지환은 방송에서 젊은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약 4개월간 홀로 걸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걷는다는 것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돌아보는 과정임을 이야기했다.
직산항의 고요한 바다는 그러한 여행의 의미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함께 온 사람과 오래된 추억을 나누거나, 혼자라면 평소 미뤄두었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빠르게 지나쳤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풍경들이 걸음을 늦출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직산항에서 북쪽으로 더 걸으면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에 이른다.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길을 감싸고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월송정에 올라 바라보는 푸른 동해와 인근 구산해변은 가을 여행의 여유를 더한다. 이후 구산항과 대풍헌을 지나 기성버스터미널에 닿으면 해파랑길 24코스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모든 구간을 완주할 필요는 없다. 후포항에서 거일리와 직산항까지 관심 있는 구간만 걸어도 좋고, 차량을 이용해 주요 명소를 둘러보며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송 속 김대명과 박지환은 ‘해파랑 상회’를 통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커피를 건네며 따뜻한 이야기를 나눴다. 낯선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먹는 한 끼가 특별한 추억이 되는 순간이었다.
해파랑길을 걸은 뒤에는 후포항에서 울진대게와 신선한 수산물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울진 해파랑길이 전하는 여행의 매력이다.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잠시 느리게 살아보는 일이다. 바다가 좋으면 조금 더 바라보고, 이야기가 즐거우면 조금 더 머물러도 된다. 올가을, 마음이 조금 지쳤다면 울진 해파랑길로 떠나보자. 좋은 날, 좋은 사람, 좋은 음식이 함께하는 길. 걷다 보면 마음이 쉬어가고 돌아오는 길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남는 곳, 바로 울진 해파랑길이다.
저작권자 © PEDI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