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20년 인연으로 뜬 온기, 남영동 가로수를 감싸다 (용산구 제공)



[PEDIEN] 서울 용산구 남영동의 겨울 거리가 손뜨개 옷으로 따스함을 입었다. 20여 년간 인연을 이어온 남영동 뜨개 모임 ‘무지개솜땀’ 회원들이 가로수 50여 그루에 직접 만든 손뜨개 옷을 입혀 겨울을 앞둔 거리에 온기를 더했다.

용산구 남영동 주민센터는 지난 3일 오후, 주민센터 앞마당에서 ‘트리니팅 작품 전시’ 개막 행사를 열었다. ‘트리니팅’은 나무에 손뜨개 옷을 입혀 거리를 꾸미는 활동으로, 이번 작품들은 남영동 주민센터 맞은편 두텁바위로 일대에 설치됐다. 전시는 2027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무지개솜땀’ 회원들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광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같은 반 학부모로 처음 만난 이들은 이후 아이들과 함께 지역 복지관에서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어르신 식사 대접, 작은도서관 사서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일부 가족이 이사하면서 모임은 잠시 뜸해졌지만, 회원들은 다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뜻을 모아 손뜨개 모임을 재정비했다. 올해 용산구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엄마들의 수다를 뜨다’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후, 지난 6월부터는 손뜨개 수세미 나눔과 이번 전시 작품 제작에 매진해왔다.

이번 작품 제작에는 더 이상 입지 않는 니트 의류가 적극 활용됐다.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옷들을 거리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자원순환의 의미까지 더했다. 개막 행사에서는 김경대 용산구청장과 석은희 무지개솜땀 대표가 주민센터 앞마당 나무에 직접 뜨개옷을 입히며 전시의 시작을 알렸다.

참석자들은 조성된 가로수길을 걸으며 형형색색의 뜨개옷으로 장식된 작품들을 감상했다. 회원들은 양말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인 ‘양말목’으로 만든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주민들에게 나누며 수험생들의 합격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시 기간 동안 가로수의 생육과 보행에 지장이 없도록 뜨개옷을 관리하고, 전시가 끝나면 직접 작품을 철거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책임까지 다할 계획이다.

석은희 대표는 “아이들 손을 잡고 봉사하던 엄마들이 이제는 뜨개바늘을 들고 다시 모였다”며 “수다 떨며 한 코 한 코 뜬 뜨개옷이 오가는 주민들에게 작은 온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대 용산구청장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민들이 함께 만든 뜨개옷이 동네를 밝히고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마을을 가꾸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