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을 휩쓰는 시대, 대체 불가능한 '손끝 기술'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 현장의 고질적인 숙련기술 인력 감소와 청년층 유입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술을 배우고 이어가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관찰된다.
서울시는 최근 인쇄 분야 서울명장 김인호 대표의 작업 현장을 조명하며 50년 세월 동안 숙련 기술을 지켜온 장인의 노력과 함께, 해외 유학 후 기술직을 택한 2세 기술인,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20대 청년의 사례를 통해 AI 시대에도 변치 않는 숙련 기술의 가치와 기술 전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인호 대표는 1970년 제책회사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반세기 넘게 인쇄 기술 한 우물을 파며 서울 제조업 현장을 굳건히 지켜온 숙련 기술인이다. 특히 의약품과 화장품 포장 상자인 ‘폴딩카톤’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구축했으며, 한글 홀로그램 도입과 같은 선제적 기술 솔루션으로 고품질 패키징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뛰어난 기술력과 산업 발전에 대한 공헌도를 인정받아 지난해 인쇄 분야 서울명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 대표는 “기술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하며 축적되는 것”이라며 “결국 현장을 버티고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숙련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조업 현장에서는 숙련기술 인력 감소와 청년층 유입 부족 문제가 산업 전반의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화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후가공이나 정밀 작업 등 일부 공정은 여전히 숙련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현장에서는 기술 전수와 청년 숙련공 육성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시간 노동, 인력 수급 불안정, 고가 장비 유지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숙련 기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인쇄 현장에서는 새벽부터 작업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공정은 숙련 인력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김 대표의 아들은 미국에서 공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진로를 고심하다 2011년 귀국해 인쇄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 김 대표는 “기술을 제대로 익히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며 아들을 설득했고, 아들은 오랜 고민 끝에 현장에 들어와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약 10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 공정 전반을 책임지며 사업체의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의 아들은 “요즘 젊은 세대의 현장 유입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꾸준히 배우며 일하는 청년들도 일부 존재한다”며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직접 경험을 통해 기술을 익혀가려는 움직임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일정 기간을 버티며 경험을 쌓다 보면 공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며 “결국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장에서는 20대 청년이 인쇄 기술을 배우며 근무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청년은 일정 기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공정 이해도를 높이고, 기술 기반의 직업 경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인력 유입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일부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기술직에 도전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기술 인재가 유입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입문부터 숙련, 인정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단계별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서울명장’ 제도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숙련을 쌓아온 기술인을 선정하고 인증패, 현판, 기술개발장려금 등을 지원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제도의 명예성과 실질적 지원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지원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기존에는 5개 업종 총 3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했으나, 이제는 업종별 1명씩 총 5명을 선정해 1인당 1천만원의 기술개발장려금을 지원한다. 또한 도시제조업 관련 기술교육원, 특성화고교 특강, 멘토링, 작품 전시 등을 통해 후배 기술인 대상 기술 전수 활동도 적극 지원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 기술교육원에서는 기술을 처음 배우거나 직업 전환을 희망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의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중부, 동부, 북부 캠퍼스에서 운영되며, 기술을 배우고 싶은 15세 이상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캠퍼스를 직접 방문하거나 ‘기술교육원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건물보수, 자동차정비, 특수용접, 조경관리, 인테리어, 승강기제어 등 AI 시대에도 현장 대응 역량이 중요한 기술 분야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며, 올해부터는 단기 체험형 ‘일경험 과정’도 새롭게 도입했다.
시는 이처럼 기술 입문부터 숙련, 현장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춘 현장형 기술 인재 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은 “AI 시대에도 숙련기술은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기술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미래 직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기술 인재 양성과 현장 기반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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