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중국 피지컬 AI 다섯 요소의 연결 (경기도 제공)



[PEDIEN] 경기연구원이 중국의 피지컬 AI 분야 최근 변화를 심층 분석하고, 한국과 경기도의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피지컬 AI 대전환과 대응: 중국 5대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2026년 중국에서 양산, 데이터, 지능, 정책, 자본 등 다섯 가지 핵심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과거 무대 위에서 전시되던 '보여 주는 로봇' 시대에서 벗어나 공장과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쓰이는 로봇' 시대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58개국의 피지컬 AI 준비도를 평가한 지수에서 중국은 82.9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에너지, 컴퓨팅, 로봇 구동, 소재, 인적 자본, 수요 등 6개 분야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중국은 소재, 구동, 에너지 등 로봇 생산의 기반이 되는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미국은 컴퓨팅과 인재 양성 분야에서 앞섰다. 한국은 66.9점으로 4위를 기록했으나, 2위부터 5위까지의 점수 차가 3.5점 이내로 사실상 동등한 그룹으로 평가됐다. 특히 한국은 노동력 감소와 임금 상승으로 인한 로봇 도입 압력, 즉 수요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혁신적인 양산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UBTech는 2026년 9월부터 류저우 공장에서 10분에 1대, 엔진AI는 선전 기지에서 15분에 1대의 휴머노이드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상반기에만 4만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가 생산되었으며, 연간 10만 대 돌파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생산력의 배경에는 '오전에 도면을 넘기면 오후에 시제품이 나오는' 선전의 초고속 공급망이 있다. 약 10km 반경 내 200여 개 기업이 밀집해 있어 핵심 부품을 30분 안에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다.

로봇의 확산과 함께 데이터 경쟁은 일상화됐다. 70곳이 넘는 데이터 훈련장을 넘어, AI 안경을 착용하고 손작업 과정을 촬영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나, 주민들이 카메라를 머리에 쓰고 집안일을 하는 '데이터 수집 마을'까지 등장했다. 시간당 약 30위안을 받고 수집된 영상 데이터는 정제 과정을 거쳐 로봇 기업에 300~500위안에 판매된다. 이렇게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로봇의 '두뇌'를 향상시키는 동력이 된다. 실제로 상반기 로봇 두뇌 공개 평가에서 중국 첸쉰즈넝의 모델이 엔비디아와 미국 PI의 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책적 지원과 대규모 자본 투입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표준 체계를 구축하고 29자리 '로봇 신분증'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국가전망공사가 약 8,500대의 로봇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공 부문이 초기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 로봇 분야 투자는 약 9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배 급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양산→데이터→지능→양산'의 선순환 구조가 견고하게 구축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AI 모델 기업 딥시크가 유니트리 지분을 확보하며 두뇌 기업까지 이 순환 구조에 편입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균열의 신호도 감지된다. 유니트리의 2025년 1~9월 휴머노이드 매출 중 대학·연구소의 연구·교육용이 73.6%를 차지한 반면, 산업 현장 적용은 9.0%에 그쳤다. 로봇 회사와 데이터 회사가 상호 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는 '순환 매출' 논란이 제기되었고, 9월부터는 상장 심사도 강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이미 구축된 공급망, 데이터 기반, 표준 체계는 남아있다고 평가하며, 현재의 조정 국면을 거품 붕괴보다는 '옥석 가리기' 과정으로 해석했다. 거품 붕괴 여부보다는 산업 현장 매출 비중, 재구매율 등을 통해 순환 구조의 실제 작동 속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 면에서는 이미 노동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2025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중국이 35만 4,000대로 전 세계의 59%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약 3만 대에 그쳐 '밀도는 한국, 속도는 중국'이라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약 45% 수준이며, 특히 두뇌와 구동 부품 분야가 취약하다. 더욱이 로봇을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하게 하는 제도적 여건은 41점으로 중국보다 31점 낮아, 기술 격차보다 제도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보고서는 중국을 모든 요소에서 따라가기보다는 한국이 가진 강점인 현장 경험과 신뢰를 중심으로 '설계·검증 → 빠른 시제품 제작 → 현장 배치 → 두뇌 개선'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순환' 구축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심 부품 국산화에 집중하고, 공공이 구매하는 로봇을 처음부터 데이터 수집 거점으로 설계하며, 공공 조달 기준을 로봇 '대수'가 아닌 '실제로 일한 시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조업체 36%와 연구 인력 37%가 밀집한 경기도는 로봇이 일할 공장과 이를 개선할 인력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이러한 순환 구조를 가장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보고서는 성남 피지컬 AI 랩, 시흥 피지컬 AI 확산센터, 반월·시화 AX 실증 산단 등 경기도 내 거점들을 하나의 순환 체계로 연결하고, '선전 제작–경기 검증'의 분업 모델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시제품 제작은 선전 협력 공장의 속도를 빌리고, 현장 검증과 개선은 도내 랩과 숙련공이 맡되, 공정 및 학습 데이터, 감속기, 로봇 손과 같은 전략 부품은 국내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중국의 진짜 경쟁력은 개별 로봇의 성능이 아니라, 만들고 배우고 다시 만드는 순환의 속도에 있다”며 “중국을 요소마다 쫓아가기보다는 속도는 빌리고 데이터와 핵심 부품은 지키는 ‘한국형 순환’ 모델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어 “제조기업과 연구 인력이 한곳에 모인 경기도가 이러한 순환 구조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현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