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붕괴 사고 겪고도 '철근 관리' 주먹구구…내부 감사 착수

준공 후 설계변경, 정산 시점 뒤죽박죽…납품서엔 인수자 공란까지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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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뉴스팀




철근확인서 사진 (사진제공=국회)



[PEDIEN]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년 전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설 현장의 철근 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관리 부실이 지적되자 LH는 전면 재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설계 변경 및 준공 정산 과정에서 심각한 행정적 혼란이 확인됐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23개 단지의 철근 누락 문제를 지적하고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LH는 자체 재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의원실에 보고했다.

재조사 결과, LH가 제출했던 최초 자료와 상반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LH는 설계변경을 한 적이 없다고 보고했던 현장들에서 실제로는 설계변경을 승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설계변경 승인 주체인 LH 스스로가 자신들이 진행한 행정 기록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설계변경 시점 역시 규정을 위반했다. 기획재정부 계약 예규에 따르면 설계변경은 해당 부분 시공 전에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LH는 모든 공사가 끝난 준공 이후에 설계변경을 진행하는 등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공정산 시점도 뒤죽박죽이었다. A 건설공사 1공구는 준공 후 2년 2개월이 지나서야 정산이 이뤄졌고, 반대로 B 건설공사 2공구는 준공 예정일보다 2년이나 앞선 시점에 정산이 완료되는 등 행정 절차가 뒤섞였다.

철근 관리의 부실은 서류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최초 조사에서 철근 설계량과 반입량 차이가 가장 컸던 평택소사벌 A-7BL 현장의 경우, 김 의원실이 직접 확인한 철근납품확인서에는 인수처, 인수자, 인수일이 모두 공란이었다. 철근을 보낸 기록은 있지만, 이를 받은 주체가 없는 셈이다.

김은혜 의원은 국감장에서 "한 가지 자재만 검증해도 이 정도의 아수라장인데 다른 자재까지 들여다보면 어떻겠나"라며 LH 차원의 철저한 내부 감사와 필요 시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이에 이한준 LH 사장은 "철근 관리를 수기에서 전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진함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감사실을 통해 철저히 감사한 후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LH는 이번 지적을 바탕으로 전면적인 내부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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