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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IEN] 회사채와 단기사채 시장의 신용등급 양극화가 고착돼 시장 기능만으로는 균형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금조달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정부 지원마저 끊기며 중·저신용 기업들은 생존의 문턱 앞에 내몰리고 있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2일까지 발행된 A3 이하 전자단기사채는 약 7조원으로 전체의 0.8%에 불과했다.
반면 최고등급인 A1급 전단채 비중은 94%, A2 등급까지 포함하면 99.2%에 달했다.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8월까지 발행된 BBB급 이하 무보증 회사채 비중은 2.8%에 그친 반면, A급 이상은 76.8%를 차지했다.
미매각률 격차도 컸다.
지난해 BBB급 이하 무보증 회사채의 미매각률은 16.4%였지만, AA급 이상은 0.1%에 불과해 극심한 수요 편차가 확인됐다.
허영 의원은 “조선, 뷰티, 엔터 등 견실한 성장기업 다수가 BBB+ 이하 신용등급에 속해 있는데 이들조차 시장에서 설 곳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결국 은행차입이나 유상증자 같은 차선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조달비용이 높아지거나 적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하이일드펀드가 사실상 유일하게 저신용채권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2025년 8월 말 기준 하이일드펀드 순자산가치는 4.7조원 규모이며 이 중 56.2%가 BBB 이하 회사채와 A3 이하 전단채 등 비우량채권이다.
정부는 분리과세 특례와 공모주 우선배정 제도를 통해 하이일드펀드를 활성화시켜 비우량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도 잇따라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분리과세 특례는 지난해 말 이미 일몰됐고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올해 말 종료가 예정돼 있다.
과세특례 적용 보유기간이 끝나면 비우량채권 매도가 한꺼번에 몰리며 추가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허영 의원은 “2022년 김진태발 채권쇼크 이후 중·저신용채권 시장의 구조적 어려움이 더욱 깊어졌다”며 “시장 기능에만 맡겨서는 균형 회복이 어려운 지점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기업과 영세사업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견기업을 살펴야 한다”며 “국민의 투자 참여 속에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이일드펀드 세제혜택 재도입과 공모주 우선배정 연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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