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료자문' 불공정 논란 심화... 10명 중 8명 보험금 삭감·거절

5년간 35만건 자문, 생보사 부지급률 5년 새 10%p↑... 삼성화재, 특정 의사에 연 1.5억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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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뉴스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가 고객에게 요구하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감액의 근거로 악용되는 사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 6개월간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총 35만 건이 넘는 의료자문이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익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 사유에 대해 보험사와 계약자 간 의견이 엇갈릴 때 제3의 전문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보험사가 자문 결과를 보험금 삭감이나 부지급의 핵심 근거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의료자문에 동의한 고객 중 보험금을 전액 지급받은 비율은 2020년 38.2%에서 올해 상반기 27.2%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고객의 비율은 같은 기간 19.9%에서 30.7%로 급증했다. 이는 의료자문에 동의한 고객 10명 중 약 8명이 보험금을 전부 또는 일부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자문 제도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자문의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행 표준약관은 고객과 보험사가 합의하여 자문의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생보사 의료자문의 77%인 6만9044건은 보험사가 자체 보유한 풀(pool)에서 전문의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자체 선정한 전문의의 평균 자문료는 건당 27만3460원으로, 고객이 선정한 제3자 전문의(31만9836원)보다 저렴했다. 자문 비용을 전액 보험사가 부담하는 구조 속에서, 보험사 측에 유리한 자문 결과를 얻기 위한 유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특정 의사에게 자문이 집중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동일 자문의 1인에게 585건의 자문을 맡겼으며, 수수료로 최대 1억5305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 역시 최다 자문 전문의 1인에게 182건의 자문을 의뢰하고 4836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보험사가 자문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그 결과를 보험금 지급의 핵심 근거로 삼는 운영 방식은 지속적인 논란을 낳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의료자문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으나, 이후 별다른 제도 개선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3월 발표된 개혁 방안 이행 역시 지연되고 있다.

허영 의원은 “많은 보험사들이 자문의가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서 고객이 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절차 자체를 무기한 중단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자문 동의를 강요하기에 앞서, 금융당국이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촉구하고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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